0.
결국 폭발했다. 요즈음 참 많이 참는데, 결국에는 분에 못 이겨 폭발하고 말았다. 원래 분노 조절 장애 끼가 다분했던 나지만 최근에는 참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그런다 해도 수더분한 사람에 비할 바 안 되겠지만) 오늘 쌓였던 게 폭발했던 듯.
1.
최근에 나는 굉장히 가족의 일원 중에 한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할 정도라는 건 앞으로는 그런 상황이 보이면 가족이라 하더라도 돌아서겠다는 결심을 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나는 그렇다. 피를 나눈 혈육이기에 그냥 안 보고 잘 살기를 바라고 도와주면 그만이지 아닌 꼴을 내가 계속 보고 있을 순 없는 거다. 남이었다면 바로 인연을 끊고 안 보면 되겠지만 혈육이란 그런 것이기에. 나에게는 충격이기도 하지만 상처가 커서 돌이키긴 힘들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2.
나는 일에 있어선 일로만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상대방 성격이 어떠하건 간에 일이라는 건 지향점이 있는 거다. 개인적인 부분을 두고는 이게 좋느니 저게 좋느니 할 수 있지만 일에는 더 나은 답이 있다. 다만 그 더 나은 답을 알고 있음에도 현재 이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잘 생각해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는 법이지 일에 있어서 다양성 운운하는 개소리는 실력 허접한 애들이나 하는 소리다. 맞는 소리 하면 입 닥치고 해야 되는 거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나 또한 그렇게 행동한다. 그리고 실력 좋은 애들은 대우를 해준다. 실력이 좋지 못하면 나는 무시하는 편이다. 이해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뭔 척을 하면 무시한다.
3.
그게 갑과 을의 관계인 업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근데 나는 돈보다는 명예인 사람인지라 이거 하면 어쩔래 하는 식이라 항상 일한 거에 비해서 돈을 많이 못 버는 스타일이다. 적어도 한 가지. 인정은 받는다. 저 사람은 확실히 틀리다는. 근데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있더란 게지. 그렇게 해서 자기 잇속이나 채우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안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돈을 많이 요구하는 그런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 앞으로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시킬 거라 그런 경우에는 일 안 한다.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그런 것도 없으면서 그냥 자기네들 돈이나 벌려고 나를 이용하는 게 내가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돈보다는 명예라 돈을 두고는 약해져서 그런 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돈에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거라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돈을 포기했던 사람이었으니.
4.
사무실 내 책상 다 뒤집어 엎었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생긴 상처. 그리고 흰색 반바지에 피가 묻어 있다. 내가 요즈음 화를 안 낸다고 해서 변한 게 아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요령껏 참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쌓이다 보니 이렇게 폭발한 거다. 이렇게 혼자 폭발해서 그러는 경우는 몇 년 만에 처음인 거 같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점점 강도가 약해지긴 한다. 시계 던져서 부서졌던 게 마지막이었네. 유리창 깨기, 모니터 부시기 등 참 나도 이런 거 보면 심리 치료 받아야 돼. 그래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마지막이라서다. 마지막이다. 다시 이러면 안 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5.
새로 산 애플 키보드도 키 하나 날라갔더라. 그나마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끼우니 문제는 없다. 애플 마우스 하나는 한 부분이 찍혀서 홈이 파였고. 그래. 화내면 손해라니까. ㅋ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뭐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내가 참다 참다 폭발한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편하게 생각한다. 예전에 시계 부서졌을 때가 좀 마음 아팠지. 그 때부터 잘 안 그러는데. ㅋ
6.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혼자 밥 먹고 책상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다듬을 때는 청소를 하거나 정리정돈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해야 하는데 독서는 최근에 잘 하지 않기도 하지만 머리가 복잡해서 눈에 들어올 거 같지도 않고 해서 청소하고 있다. 의동생이 오늘 하루 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만나서 기분 전환한다고 해도 머리가 복잡한 지금(복잡한 이유는 할 게 많아서다.) 그게 기분 전환이 될 거 같지는 않다.
7.
나는 일을 제대로 하는 걸 원한다. 요즈음에는 예전만큼 돈 못 벌고 오히려 나는 돈을 써가면서 뭘 준비하고 있는데, 나름은 내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하면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겉보기에는 비스무리해보여도 속이 다르다는 건 나중에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말이지. 자신 없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나랑 같이 일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걸 결과로 이제 만들어서 보여주겠다는 건데 내가 신경을 안 쓰겠냐고. 정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 10여일 정도는 정말 올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썼는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 쪽에 신경 쓰면 저 쪽이 제대로 안 되고, 저 쪽을 신경 쓰면 이 쪽이 제대로 안 된다. 이유는 뭐냐? 실력이 안 되는 거다. 어떤 영역에서든지 내가 하는 거랑 다르다. 돈을 많이 주면 좋은 인력을 쓸 수 있겠지. 그러나 그럴 여력은 안 된다. 게다가 그런다 해도 내 경험상 그런 사람들 중에 내 맘에 들 정도로 일하는 사람 정말 정말 드물었다. 일은 말이 필요없다. 부딪혀 보면 안다.
8.
청소하면서 마음 정리하다 보니 내 정리결벽증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이 참에 버리기로 했다. 버려야 비우지. 그래서 버릴 것들 하나씩 정리해서 포스팅이나 해야겠다. 인증샷 찍고 버리고. 참 나는 보면 쓸데없는 거라도 모아두고 나중에 정리해야지 하는 그런 게 강했던 듯. 이 참에 나름 정리에 대한 룰을 만들어서 버려야겠다. 뭐 그런 걸로 강의하고 책 적는 사람도 있는 거 같던데 나는 그런 수준 낮은 책은 보지도 않는다. 별 똑똑치도 않은 것들이 그런 걸 대단하게 얘기하니까. 원래 그런 거 잘 하는 사람들은 굳이 그런 거 보지 않아도 스스로의 방식으로 정리한다. 내 주변을 봐도 그렇고. 단지 나는 그런 정리 방식이 너무나도 디테일해서(내가 디테일이 상당히 강하다) 결벽증 정도 수준이라 그런 거지. 여튼 정리하다 말고 포스팅하는 거다. 정리하면서 버리기 전에 찍어서 올리려고. ㅋ
9.
마지막이다. 마지막. 정말 이러지 말아야지. 요즈음 나를 혹사시키면서 그러는데 나에게 좀 휴식을 취하게 해줘야겠다. 근데 나란 녀석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눈에 보이는 게 있고 그러면 그걸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