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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년 만에 뭉친 인하대 자동화공학과 선후배

0. 

지난 달에 단체 카톡방이 하나 열렸었다. 인하대학교 자동화공학과 선,후배들의 카톡방이었는데, 10여명이 조금 넘는 이들이 참여했다. 그때 한 번 보자는 얘기에 이번 달 20일에 모이기로 결정. 그저께 모였던 것. 자동화 공학과다. 자동 화공학과가 아니다. 지금은 없어진 학과. 나도 전공이 자동화공학과다. 비록 중퇴했지만.


1.

20년 만이었다. 그러나 변한 게 없다. 살이 좀 찌거나 빠지거나, 머리 숱이 없다거나, 주름이 많이 생겼다거나 하는 차이야 분명 있었겠지만, 옛날 추억 속의 그 모습은 그대로였다. 91학번부터 96학번까지 모였었는데(91학번 5명, 92학번 2명, 95학번 1명, 96학번 2명), 내가 마치 신입생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때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술을 먹이지는 않았던.


2.


요즈음은 내가 오히려 사진 잘 찍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는 항상 어디를 가나 사진을 찍고는 했는데, 아무리 추억이라 하더라도 사진 찍기만 하고 정리도 못한 사진이 너무 많아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 안 찍게 되더라. 그래도 기념이라며 사진 찍자고 91학번 일석이형이 스마트폰을 가게 주인에게 넘겼고, 그렇게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은 아마 91학번 문성이 형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왼쪽부터 91 권일석, 91 이명섭, 91 강문성, 91 김태오, 95 김태경, 92 정길준, 91 류동수, 92 윤홍규, 96 나, 96 채동훈. 사진 찍고 한 마디씩 하는 선배들. 사진 속 내 모습이 카톡 프로필 사진이랑 너무 틀리게 착하게 나왔단다. ㅋ


3.

내 추억 중에 대학교 때 추억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1학년 신입생 때가 아닌가 한다. 그 때는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 뭐하고 놀까만 생각하면 됐었고, 선배들만 보이면 그냥 밥 사달라, 술 사달라 하면 되었던 시절이었으니까. 나는 대학교 2학년 이후부터는 사업한다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결국 학고 3번으로 중퇴하기에 이르렀기에, 대학교 1-2학년 때의 추억이 다다. 그 중에서도 특히 1학년 때는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많았던 때였고.


모여서 지난 대학 생활의 추억을 얘기하다 보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그 때 그 술집 얘기에, 대학교 때의 일화에. 저마다 사회에서의 신분이 어떠하건, 이 자리에서 만큼은 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수했던 그 시절의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 했으니까. 그래도 예전과 달리 해뜰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하지는 않았다. 1차, 2차 해서 새벽 1시에 자리를 파했는데, 재밌었던 건 1차와 2차 장소가 같았다는 거. 1차하고 자리를 옮기려다가 귀찮다고 테이블만 옮겨서 2차를 했다는. ㅋ


4.

확실히 함께 한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거 같다. 사회에 나와서 이런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듯. 그건 아마도 대부분 일과 함께 형성된 관계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인맥이나 연줄 그런 거를 상당히 싫어했던 나지만 이런 의미에서 왜 학연이나 지연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지 이제는 이해할 거 같다.


5.

남자들끼리 모였는데도 정말 재밌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는데, 다음은 내년 4월 가족 동반 캠핑이다. 재밌을 듯. 단체 카톡방도 지우지 말고 계속 이용하자고 하는데,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동기들 추가하면서 점점 늘어날 듯 싶다. 자주는 아니라 하더라도 가끔씩 이런 자리 계속 유지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동기 96학번 채동훈이 녀석이 이리 저리 뒷치락거리를 잘 해서 고마울 따름이다. 담번에도 또 수고해주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