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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에 있는데 배가 고팠다. 사먹으면 되지. 그러나 말이 통해야 말이지. 특히나 게스트 하우스 인근은 서민들이 사는 지역인지라 음식점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배고프니 일단 둘러보기로. 어디에 뭐가 있나 싶어서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난 다음에 한 군데를 골라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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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국수 파는 곳인데 혼자서 먹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 좀 특이했던. 일본에서야 혼밥족들을 위한 공간이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중국은 드물다. 근데 여기는 그렇더라고. 근데 들어가서 메뉴판보고 주문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냐. 그래서 밖에서 지켜보고 다 파악한 다음에 들어간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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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구니를 든다. 보면 바구니가 더러워 보이지만 국수에 넣을 재료를 담는 바구니라 실제로는 더럽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처음 보면 왠지 모르게 먹고 싶지 않아지긴 하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같은 방에 친해진 녀석 데리고 다음 날에도 왔었는데, 그 녀석 반응도 그랬다. 깨끗한 바구니를 고르더라고. 그래도 점심 시간에는 바구니가 깨끗한 편이여. 저녁 되면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어. 여튼 이 바구니를 집어든다.
바구니 바로 앞에 보면 여러 종류의 면과 집게가 있다. 집게를 집어든다. 면은 내가 먹고 싶은 면을 고르면 그만.
그리고 국수에 넣을 재료들을 고른다. 유리에 비춰지는 아이폰을 들고 찍고 있는 내 모습.
재료를 다 담았으면 저울 위에다가 올려놓는다.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시스템. 가격을 지불하고 나면 국수에 넣을 양념 또는 소스를 선택하라고 한다. 중국말로 하는데 뭐 대충 표정보고 행동보면 알잖아. 이건 사진을 안 찍었는데, 총 5가지가 있더라고. 눈으로 보고 이거 이거 이거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뭐라 하던데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세 개만 지목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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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국수. 이거 별로일 거 같지? 맛있어. 괜찮아. 특히 국물이 좋았지. 물론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고팠을 때 먹었으니 맛있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국물도 괜찮아서 국물까지 싹 비웠다. 게다가 채소를 면과 함께 먹으면 아삭함이 있어서 좋았고. 중국에 있으면서 호텔에 있을 때는 그래도 조식 때 김치를 먹을 수 있었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김치 구경도 못해서 아 정말 맛있는 김치랑 밥 먹었으면 하는 생각 들더라.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 가게 주변에 지나면 그 냄새 때문에 입에서 침이 고이는 것처럼 김치 생각하면 그렇더라고. 그리 한국인을 싫어하고 뭐라 하는 나도 한국인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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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얼마일까?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재료의 무게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지만 나와 같은 경우, 13위안(2,200원 정도) 들었다. 2,200원에 이 정도면 정말 나이스 하지 않나? 재료 중에는 꼬치도 있어서 충분히 배불리 먹게 내가 재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다 해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가성비 좋지. 다 먹고 난 다음에 나오려는데 나더러 냅킨을 권한다. 서민들이라 그런지 착한 듯. 내가 냅킨을 받고서 한 손의 엄지를 들어서 맛있다는 표시를 해줬더니 웃는다. 좋댄다. 그 다음날도 난 또 여기 갔다.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그 녀석 데리고. 좋은 데 알아뒀다고 내가 쏘겠다고 해서 데리고 갔지. 그게 게스트 하우스에 지낸 마지막 날이 될 줄이야 그 날 점심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