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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투브에서 구독하는 EBS 다큐멘터리 채널에 있는 다큐다. <길 위의 인생>이라는 테마로 여러 개의 내용이 있는데, 그 중에 <자오족, 여인의 길>이란 내용의 다큐로 유투브에서는 15분 정도 수준의 세 개의 영상으로 나누어서 올려져 있다. 베트남 사파 여행을 가는 이라면 꼭! 꼭! 보고 가길 권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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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부양의 의무
자오족은 가족 부양의 의무를 여자가 갖는 모계 사회 전통을 유지한다. 원래 모계 사회에서 가족 부양의 의무를 갖는 건 아닌 걸로 안다.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아주 오래 전에는 모계 사회였다. 예를 들어, 수렵 시대에는 남자가 밖에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구해오지 못하는 경우,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식으로 가족에서 여자의 힘(?)이 컸었지. 그러나 농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농사를 지으며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자 점차 남자의 힘(?)이 강해져서 부계 사회로 넘어가게 된 거다.
그래서 나는 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었던 게지. 농사를 안 짓는 것도 아니고, 모계 사회인데 부양의 의무를 여자가 갖는다니! 그래서 여자들이 이 다큐를 보면 남자들 한심해 보이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통이 있냐고 생각할 듯 싶다. 남자인 내가 봐도 그런데. 그런데 주인공 짜우라마이의 남편을 보면 해맑다. 너무 해맑아서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의 생계 걱정을 하며 고생하는 아내 짜우라마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남편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물론 그런 모습만 영상에 담겨져서 그런 건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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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품
사파(Sa Pa)는 베트남 북서부에 있는 소수민족 도시다. 12개 정도의 부족이 있다는데, 보통 보통 관광하러 사파(Sa Pa)에 가고 트래킹을 하더라도 그나마 가까운 깟깟마을(검은 몽족이 사는)을 많이 가는 거 같다. 다큐에 나오는 자오족은 사파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10km의 거리를 주인공 짜우라마이는 딸과 함께 오고가며, 자신이 직접 수를 놓은 수공예품을 판다. 많이 팔 때는 100만동(원화 5만원 정도)을 파는데, 그럴 때는 정말 기쁘다는 짜우라마이. 그러나 요즈음은 벌이가 시원찮아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 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 찡하게 만든다.
우리가 어느 나라를 가도 기념품이라며 판매하는 노점상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물건이 아니기에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그들의 사연,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나니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왜 내가 베트남 사파 여행 가는 이들이라면 이 다큐를 꼭 보라고 하는 지에 대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나에겐 필요없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기념품이지. 고작 몇 천원 밖에 하지 않는 수공예품이지만 그 몇 천원이 그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돈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꼭 하나 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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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보통 자우족의 남자는 20살, 여자는 18살 정도에 결혼을 한다. 결혼 시에는 남자가 여자 집에 지참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게 얼마 정도 되는 지는 다큐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주인공 짜우라마이는 그런 돈이 없어 걱정이다. 그래서 이웃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기도 하고, 친정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기도 하지만 돈을 구할 수 없다. 하루에 얼마 자지도 못하면서 언제 팔릴 지도 모를 수공예품을 만들면서 힘들어도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묵묵히 하던 짜우라마이가 눈물을 보이던 때다. 정말 가슴 찡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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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자우족에 태어났기에 본인은 가족 부양을 해야하고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는 짜우라마이. 그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 문명 속에 사는 우리는 참 미련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 세상 살이에 정답이 없듯 그들의 그런 모습(운명에 순응하는 모습)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 짜우라마이의 딸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 자우족이기에 그 길을 걸어가야한다는 걸 알고 거기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극심한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가 잠시나마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힐링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