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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인가 구리에서 열리는 3쿠션 대회에 임윤수 프로님을 비롯해 당시 다니던 당구장(라페스타에 있는 엔조이 쓰리 칼라) 사람들과 구경간 적이 있다. 그러나 세계 랭커들의 경기라 하더라도 멀리서 보는 것도 그렇고 당시는 지금보다 수지가 낮아서 그랬는지 바로 앞에서 구경하거나 직접 쳐보는 거랑은 많이 틀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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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JS 당구장에 계신 프로님은 인상도 좋으시고, 언제든지 한게임 해달라고 하면 응해주신다. 옆에서 치는 거 보고 많이 배워서 최근 저조한 전적 때문에 고민이었던 터라 한게임 해달라고 하고서 문제점 파악을 요청했다. 40점을 놓고 치시는데 치는 걸 보면 어떻게 저리 편하게 힘 하나 안 들이고 칠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톱 랭커들은 어떨까? 또 세계 랭커들은 어떨까? 달라도 많이 다르겠지? 옆에서 치는 것만 보고 있어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런 느낌을 받다 보면 나도 팔에 힘이 빠지고 편하게 치게 되거든.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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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프로님과 치는 거라서 그런지 아니면 프로님이 치는 걸 보고 나도 팔에 힘을 빼고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느 게임과는 달랐던 느낌이다. 게임 후 원 포인트 레슨. 내 문제점은 그리 없어 보인다고 하신다. 다만 한 가지. 길을 보고 계산하는 건 신중한데, 정작 어드레스를 빨리 한다는 것. 물론 발로 보정하는 건 좋은 자세인데, 발로 보정하는 건 미세 조정이기 때문에 정작 처음에 어드레스를 정확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그렇구나. 가만히 보니까 대충 계산이 끝나고 나면 내가 좀 빨리 엎드리는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샷이 나가는 자세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여지없이 공이 제대로 안 맞는다. 그래서 좀 천천히 엎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런 지적을 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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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0점 정도 수지면, 스트로크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두께와 당점에만 집중해라는 조언. 그러니까 공을 맞추든 못 맞추든 내가 생각한 두께를 정확하게 맞추는 게 일단 되야 한다는 거다. 그건 결국 자세, 어드레스 문제거든. 실질적으로 스트로크로 해결해야 되는 공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평이한 스트로크로 해결할 수 있는 공이 훨씬 많다는 얘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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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자세를 의식하거나 열받으면 당구 더 안 되더라. 자세, 오른손, 왼손 브릿지, 두께, 당점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져서 공이 더 안 맞더란 게지. 그래도 지금껏 쳐왔던 구력이 있으니 이런 공은 이렇게 치면 된다는 게 있고,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니 자신을 믿고 편하게 치면 되는데 의식을 하다 보니 다른 데에 집중하고 있었던 듯 싶다.
물론 이런 거 안다고 해도 매번 잘 맞는 거 아니고 매 게임 이기는 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 그래도 지금껏 프로님과 두 번 게임을 해봤는데 할 때마다 많은 걸 배운다. 정말. 그래도 이제는 승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잘 치는 상대도 가끔씩 이기기도 하니(아주 근소한 차이로) 칠 맛은 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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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승패를 떠나 편하게 연습구 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배워나간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믿고 편하게 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어떤 스포츠든지 간에 확실히 편한 마음으로 임해야지 부담을 갖거나 안 될 거 같다거나 정작 중요한 거 말고 다른 거에 신경을 쓴다거나 하면 몸이 반응을 하는 거 같다. 편하게. 배운다는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