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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5 to 7: 내 사랑관의 일부가 담겨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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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78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거조차 몰랐는데, 블로그에 보길 권한다는 어떤 이의 덧글 때문에 봤다. 나는 추천하는 영화는 거의 다 본다. 추천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론 추천하는 걸 본다 해서 다 괜찮다고 할 순 없지. 나랑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영화 정말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영화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생각해볼 만한 여지는 분명히 주는 영화니까. 뭐에 대해? 사랑에 대해.

#1
불륜

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거 불륜이잖아. 불륜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면 그럼 당신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는 데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느냐? 뭐 그런 얘기를 했던 거지. 사람들은 대부분 3자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얘기하지만 정작 본인이 당사자가 되면 그렇게 얘기하지 못하거든. <5 to 7>이란 영화 불륜을 다룬다. 그래서 예전에 봤다면 분명 그런 얘기를 했을 거다. 그러나 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서 달라졌다기 보다는 이혼 이후로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 속 불륜을 옹호하거나 그런 의미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영화 속 대사를 보면 매우 설득력이 있거든.

#2
내 사랑관

애 딸린 돌싱이 되고 나서 한동안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말이다.

1. 상대가 미혼인 경우: 나는 이미 갔다 왔는데 한 번도 안 한 사람을 만나는 게 미안하다.
2. 상대가 기혼인 경우: 말도 안 된다.
3. 상대가 돌싱인 경우(애가 있는 경우): 나는 남의 자식 키울 자신이 없다. 고로 결혼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위 말해 엔조이?
4. 상대가 돌싱인 경우(애가 없는 경우): 나는 남의 자식 키울 자신이 없는데 상대보고는 키우라고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도덕 관념이나 윤리로는 나는 여자 만나면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게 쉽나? 나도 남잔데. 그래서 생각이 바뀐 거다. 아니 생각을 바꾼 거다.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친한 지인들과의 사석에서나 이런 얘기를 하지 쉽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 관념이라는 게 있어서. 남의 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살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이해하는 거지. 

그런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굳이 내가 내 사랑관이 어떻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이 영화를 권하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 거기에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영화를 보다 보면 대사들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저런 사랑도 있을까 생각해보기 마련이니까.

#3
프랑스

<5 to 7> 보기 얼마 전에 <파리로 가는 길>을 봤었다. 비록 리뷰를 적지는 않았지만 <5 to 7>을 보면서 <파리로 가는 길>이 떠올랐지. 왜냐면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관념은 좀 다른 면이 있어서. 어찌 보면 내 사랑관도 프랑스인들의 관념에 더 적합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난 내 주변 사람들한테 나는 한국 여자들과는 잘 안 어울리는 거 같다, 한국 여자들의 사고 방식이 나랑 안 맞는 거 같다는 얘기를 했던 거에도 다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나는 외국인이랑 결혼할 거다고 종종 얘기했지.

#4
그래도 이 영화 보고 나서는 내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구나. 게다가 그게 어찌 보면 문화의 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외국인들의 사고방식이 나랑 비슷해서 그들이랑 잘 맞는다고만 생각했지 프랑스인들을 겪어보거나 프랑스 문화를 잘 알지 못했기에 기존에는 몰랐지. 

#5
참 간만에 몰입해서 봤던 영화 아니었나 싶다. 간만에 내 인생에 있어선 간직하고픈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