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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한테서 온 카톡. 월레스와그로밋 전시였다. 후배가 대표로 맡고 있는 회사에서 준비한 전시. 내 대학 생활에서 뺴놓기 힘든 후배인 만큼 친한지라 프랑스에 가서 계약하기 전부터 그간의 진행 상황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일전에 들었던 것과 다른 전시여서 이게 뭐지 했었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이러 저러한 시기적인 문제 때문에 이걸 먼저하게 되는 거라고.
월레스와 그로밋. 나는 잘 모르는 캐릭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볼 지는 모르겠다. 그런 의구심을 갖고서 전시 관람을 했는데, 오~ 괜찮다. 역시 나름 여러 모로 따져보고 준비한 게 티가 나네. 워낙 많은 전시 관련 행사를 관여해봤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까 싶다. 게다가 전시 관람 끝나고 이거 저거 먹으면서 자리에 함께 한 오타쿠(?)와의 얘기를 들어보니 픽사 전시보다 낫다고 한다. 이유는? 드로잉 중심의 전시가 아니라 드로잉도 있고 모형, 미니어처들이 많아서. 내가 괜찮았던 이유가 미니어처들의 디테일이었거든. 디테일 진짜 쩔어. 지금까지 본 미니어처들 중에서 레전드. 넘사벽 수준. 그거 보는 맛으로도 이 전시는 충분히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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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지하 1층 디자인 전시관에서 한다.
오픈하는 날이었던 지라 전시 관람하고 나오는 출구 쪽에 술과 캐이터링 서비스 준비되어 있었고,
아드만 본사에서 온 사람인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외국인들도 함께 했는데, 사진 속 마이크 들고 있는 여성 분은 한국말로 설명하더라.
전시 첫 관에서 볼 수 있는 오스카 트로피. 실제로 본 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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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쩐다 쩔어
일단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 중에 처음이라고 해야하나? 드로잉이 당연히 있겠지. 이거 보다 보니 제일 친했던 친구(지금은 의절했다. 죽기 전에 다시는 안 본다. 우연히 보게 되면 몰라도.)가 생각나더라.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애니메이션 관련 공부를 했고, 결국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게 된. 이러 저러한 것들 잘 하곤 하는 나지만 이상하게 미술에는 소질이 없었기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 보면 신기해.
드로잉만 있는 건 아니다. 드로잉도 볼 만하긴 했지만 드로잉만 있으면 좀 밋밋할 수 있는데, 모형들이 많다. 뭐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게 아니라 잘 모르는데, 드로잉한 후에 점토 같은 걸로 또 캐릭터를 만들고 세트장 같은 걸 만들어서 촬영하고 했나 보더라고. 같이 간 이용범 대표님도 이런 모형들 중에 하나를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지. 눈에 확 들어온다면서 뭔가 일로 연결을 시키더라는. 아마 구체화된 건 올해 가을 즈음에 선보일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내가 가장 유의깊게 살펴본 건 드로잉이나 애니메이션 영상(중간 중간에 영상 나오거든)이 아니었다. 세트장? 미니어처? 뭐라고 불러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디테일이 장난 아님. 내가 이런 거 좋아하거든. 박물관이나 그런 데 가서 보면 디테일하게 만든 미니어처들 보는 거 좋아하는데, 사실 몇 개 없거든.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런데 월레스와 그로밋 전시에는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지. 게다가 지금까지 본 미니어처들 중에서 디테일 측면에서는 최고였던 듯. 혀를 내두르면서 구경했다. 그거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더라는 거. 위 사진 속 바닥의 카페트를 보면 오래된 카페트 느낌이 들게 하려고 작은 천으로 카페트를 만들고 찢어진 부분, 해진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들었거든. 디테일 예술이야.
캐릭터는 사실 관심이 없고, 미니어처의 디테일만 열심히 들여다봤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어. 그런 미니어처들이 좀 많아. 그러면서도 상상력을 이렇게 비주얼화시킨다는 게 대단했고, 그러면서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 쓰는 게 상당히 놀라웠지. 나도 디테일이 강한 면이 다분히 있는데 내가 놀랄 정도. 부분 부분을 들여다보면 정말 디테일해.
나무의 질감을 살린 벽, 그 사이로 지나가는 수도관 파이프의 녹슨 디테일. 아... 감탄.
계단 옆에 걸려 있는 뚫어뻥. 정말 진짜 같이 잘 만들었는데, 모든 사소한 물건들 하나 하나까지 정성을 다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계단 마지막 부근에 있던 밀대 자루와 수건이 담긴 통.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거든. 근데 거의 완벽주의자가 만든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적 접근이 아니라 예술적 접근 즉 돈과는 무관하게 작품의 완성도에만 신경을 쓴 장인 정신 뭐 그런 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 오진 않았는데(요즈음은 예전같이 미친 듯 사진 많이 찍지는 않아. 귀찮) 이 전시는 미니어처 보는 맛으로도 볼 만한 전시 같더라고.
이건 뭐 실험실 같은 덴데 실험실 벽에 놓인 표본들 정말 진짜 같더라. 하나 하나 살펴봤는데 정말 하나 하나 신경 써서 진짜 같이 만들어뒀더라고.
이건 사진이 좀 제대로 안 나온 거 같은데, 책과 종이. 손톱보다 조금 큰 사이즈인데 진짜 같이 잘 만들었더라. 오래된 책 느낌이 나도록 말이지.
이건 주방인데 주방용품들도 그렇지만 벽에 붙은 메모지 봐바. 아. 정말 디테일 쩐다 쩔어.
이건 주방 한 켠. 설탕과 함께 담긴 달걀에 붙은 밀가루라고 해야 하나? 사소한 거 하나까지 신경 쓰는 것. 그게 디테일이지.
만찬. 음식들이 좀 특이해. 상어 지느러미, 고슴도치 등. 분위기 참 그렇지? 전시된 미니어처들이 대부분 그런 느낌이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전시된 대형 미니어처. 세트장이라고 해야겠지. 애니메이션 촬영 세트인데 그 일부만 사진 찍어온 거다. 쓰레기 더미 디테일 보소. 쩔어. 여기에 폐타이어를 두고 저기에 불에 탄 자동차 프레임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하고 저렇게 만든 거겠지? 그런 생각에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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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이었던가? 큰 배도 전시되어 있는데 이건 별로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미니어처 디테일 살펴보는 거였던 지라.
애니메이션 장면이겠지? 그런 장면이 담긴 액자인데, 이런 액자 갖고 싶더라. 마치 지금까지 컬러 TV만 보다가 풀HD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용범 대표님 왈, 이 액자 비싸다고. 비쌀 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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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부스인 거 같던데 내가 간 날은 오픈 날이었던 지라 셋팅만 되어 있었던. 사실 전시 관람하고 나면 그림 그리고 싶어지지. 물론 나는 그림을 못 그리니 못 그리는 거지만 애들이라면 그럴 수도. 애들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애니메이션 쪽으로 꿈을 키울 수도 있겠더라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과가 있나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데에는 문외한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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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한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협찬 받은 거 아닐까 싶은데, 한국 와인이라고 해야 하나? 뭐 모르겠다. 근데 맛있어. 달달하니 맛있더라고. 이용범 대표님이나 나나 술을 못 하는데(이용범 대표님이 나보다 좀 더 약하다. 나보다 술 약한 사람은 머리털나고 처음 봄.) 이 날은 이용범 대표님도 술 좀 하시대. 맛있다고 하시면서.
케이터링 서비스도 먹을 만한 게 있어서 좋았고, 이용범 대표님은 그래도 전시 보고 나서 영감도 얻고 자극도 된다고 하면서 또 우리가 진행하는 일에 바로 접목. 크. 잘 갔네. 물론 초대 받아 간 거라 공짜로 간 거지만 보고 얻은 게 많았던 전시였던 거 같다. 볼 만하네. 전시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추천한다. 좋은 전시 보고 영감 얻고, 후배도 잘 되서 더 좋은 전시하고 그럼 다 좋은 거 아냐? 다음 번 전시는 뭔지 귀뜸으로 들었다만 공개하진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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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와 그로밋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전시장 바깥 쪽에 이런 저런 상품들 파니까 이용하길. 생각보다 사는 사람들 많더라. 물론 나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캐릭터를 알아도 이런 거는 잘 사는 편이 아닌지라. 위에 있던 액자 그건 사고 싶던데 전시용품이라.
오프닝 날이라서 그런지 풍선 주더라. 주는 건 아니고 비치되어 있는 거 가져가면 됨. 하나 들고 왔지.
이건 한 사람당 하나씩만 가져갈 수 있는 빵(?)인데, 캐릭터별로 하나씩 갖고 왔다. 먹기 아깝. 그래도 그 날 저녁 밤에 일하다 먹었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