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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일만 하면서 살다가(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한 거라 생각한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조금 쉬엄쉬엄했다. 사람들도 만나서 어울려도 보고 말이다. 그런데 역시 나는 그닥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맞지 않는 듯. 뭐랄까? 놀 때는 재밌게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지만 매일 그런 생각만 갖고 사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일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떠한 가치 부여도 못 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게 글쎄 나는 한심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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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임이고 뭐고 다 끊고 다시 일만 하면서 사는 요즈음인데, 그래도 책도 좀 읽고 영화도 좀 보고 하면서 쉰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거 같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 인생에서 최고의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영화. 때에 따라서는 다른 게 내 최고의 취미 즉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취미라고 할 때도 있지만 내 인생을 두고 꾸준하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건 영화 감상이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영화보면서 시간 때우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마치 TV 시청하듯 또는 연예 프로그램 보듯 말이다.) 간간이 좋은 영화를 만나면 혼자 보면서 울기도 하고,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내 삶을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그렇다. 적어도 말초적인 자극만 일삼는 연예 프로그램과는 격이 다르지.
#2
내가 담배를 끊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게 아직은 건강하고 그래도 항상 내 옆에 있어주기 때문인데, 물론 물건을 이렇게 인격체 대우하는 게 우습긴 하다만 적어도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내겐 그런 셈. 영화가 없었다면 내 삶이 상당히 피폐해졌을 듯 싶다. 놀 줄 몰라서 안 노는 게 아니다. 놀 때가 아니라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즈음 나이가 드니까 사람 관계라는 걸 달리 생각하는 부분도 많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보다는 옛 인연이 더 중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질되어 가는 부분을 보면서 역시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하구나 하는 생각에 인연을 끊기도 하는 나이다 보니 사람을 그리 진중하게 만나기가 쉽지는 않은 듯. 그래서 그런 지 원래 나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편인데 나이 들어서는 더 그렇게 되는 거 같다.
#3
그나마 그럴 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 영화다. 혹자는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음악에는 그닥 관심이 없고 영화에만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평론가들과 같은 그런 평을 할 수준(?)도 안 되지만 그네들이 바라보는 관점과 내 관점은 많이 다르지. 영화의 플롯이 뭐니 메타포가 뭐니 의미가 뭐니 하는 애들 치고 중, 고, 대학 시절에 시나 시조 보면서 의미 찾던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꼭 공부 못 하는 것들이 보면 그런 거에서 티를 내요. 물론 평론가들 다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도진 개진이라 봐서 그네들의 평은 아예 참조를 안 한다. 보고 느끼면 그만인 걸. 그래서 나는 가슴 뭉클한 뭔가를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매번 그런 영화를 보는 건 아니지만(왓챠 분석해둔 거 보니까 그래도 액션을 제일 많이 봤더만. 허허.) 그런 영화를 만나다 보면 참 기분이 좋다. 그렇게 영화를 많이 봐도 그런 영화 만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닌지라.
#4
죽을 때까지 5,000편 정도는 보겠거니 했는데, 나이 들면 시간이 남아돌아서 더 보지 않을까 싶긴 하다.(현재 3,925편) 구정 연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나에게 휴식이라는 건 내가 쉬고 싶을 때라 의미는 없다. 게다가 이번 구정 연휴에는 사업계획서를 업뎃해야 해서 말이다. 이제 투자 받아야 할 타이밍이라 보기에. 그래도 확실히 나도 사회적 동물인지라 어쩔 수 없이 이런 때에는 일보다는 휴식을 많이 취하는 편이라 영화 좀 많이 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었다.
#5
블로그에는 요즈음 거의 글을 적지 않는데(적으면 뭐하냐는 생각에), 글쎄 다시 블로그에 글이나 적을까 싶은(이게 글인가 싶기도 하다만) 생각이 드는 밤이다. 한 때는 참 열심히 적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