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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고 반성하고, 옆도 봐야

#0
구정 연휴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하고 싶을 때 사무실 나와서 일하고, 영화 보고 싶을 때 영화 보고 지냈다. 그러고 보니 책만 안 읽었네. 그런데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했다. 물론 나야 항상 생각이 많은 녀석이지만.

#1
3년의 슬럼프 끝에 시작한 유어오운핏. 시작한 이후로 유어오운핏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번 구정 때는 나를 돌아봤던 시간이었다. 물론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할 때는 오늘은 여기까지는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거 하고 가곤 했지만... 

#2
구정 전날에 고등학교 동창한테서 연락이 왔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그리 친하지 않았는데, 재수하면서 친해졌던 친구다. 기십억 자산가의 아들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었고, 유산으로 물려받아서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었던 친구였다. 물론 과거형이지. 20대 때 벤츠 S 클래스, BMW 7 시리즈를 끌고 다니던 정도였으니. 그러다 힘들게 되었고(그 내막을 모르는 게 아니다. 절친들한테 당했다.) 그 힘든 시기에 나와도 돈 관계가 발생했었지.

돈이야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나는 적어도 나를 속이면서 그러는 건 용서할 수가 없었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길래, "나랑 연을 끊으려고 그러는구나. 돈 갚지 마라. 대신 연락도 하지 마라."하고 의절을 한 후에 6년이 지났었던가? 어느 날 하루 전화가 왔었는데, 핸드폰에 이름 석자가 떠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고 싶지는 않더라. 그리고 다시 만나서 화해를 했다. 그게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그 중간에 결혼식, 장례식 때문에 부산 내려가면 그 녀석 얘기 나올 때마다 내 앞에서 그 새끼 이름 꺼내지 마라고 할 정도였었는데)

물론 아직도 돈은 못 받았지. 다시 화해하면서 언젠가 여유가 될 때 갚으라고 했지만 여유가 안 되는 걸 아니까. 돈이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행위는 나는 용납이 안 되었었다. 어떻게 해서든 돈 안 갚으려고 별의별 얘기를 나한테 했었으니까. 그 친구한테 전화가 온 거였다. 많이 힘들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 속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라는. 그 때 자기의 돈을 다 날리게 만든 그 절친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었다. 아직 마음 속에서 용서가 안 된다는.

그 절친 중에 하나는 '친구'란 영화에서도 나왔던 부산 최대 조직 칠성파의 부두목 아들이다. 그 절친들한테 당하고서 그들을 죽이고 자살까지 하려고 했던 친구인데, 처자식들 때문에 마음을 접었던. 그런데 그런 과거 얘기는 내가 물어본 거였고, 나한테 전화한 이유는 그냥 대화를 하고 싶어서였다. 글쎄. 나도 어려워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서 욕하면서 얘기하는데(원래 부산 친구들끼리는 욕이 추임새다.) 그 속에서도 느껴지더라. 이 녀석 많이 힘들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 정말 많이 힘들구나는 게.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혼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내 3년 슬럼프 때 정말 나도 저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 경험을 못 해본 사람은 모른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할 때, 지 좀 나간다고 남일처럼 여겼던 이들, 오직 자기 이득에만 관심 있고 남일에는 관심없는 이들이 입으로는 우정이나 인연을 외치는 걸 보면서 나는 잊지 않지.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 보란 듯이 일어나서 돌려줘야할 게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절대 절대 나는 잊지 않는다. 돌려줘야 한다. 꼭. 기필코. 여튼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그 녀석의 힘듦을 이해하고 "많이 힘든가보네."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다.

#3
40이 넘어서는 한 해 한 해가 다른 거 같다. 앞만 보면서 달리는 게 아니라 자꾸 뒤도 돌아보게 되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런 거 같다. 그런 나이인 듯 싶고. 이번 구정 때는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나도 나이를 먹으니까 다혈질적인 성격이 많이 유해진다는 걸 느낀다. 한 해 한 해 좀 더 유해지는 거 같다. 물론 그런다 해도 아직 더 유해져야 하지만. 

#4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느꼈었지만, 이제는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고 반성하고, 옆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는 게 간사해서 이런 수많은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동의 변화에 이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단시간에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게 어찌보면 어리석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평생 그렇지 않았던 내 스타일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내 스타일을 바꿀 필욘 없다. 다만 좀 더 유연해질 필요는 있으니 항상 의식을 해야할 뿐. 그러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게 되니까.

#5
어찌보면 이번 구정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듯 싶다. 물론 새벽에 일을 하는 나는 여느 때와 다를 거 하나 없지만, 뭔가에 쫓기듯 하던 상황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좀 쉰다는 생각을 갖다 보니 그런 듯. 단지 생각만 바꾸고 마음을 달리 했을 뿐인데 그렇다. 좀 더 크게 생각하고 현재를 보면 쉽게 해결이 되는 문제도 급하게 당면한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해결이 안 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가끔은 휴식이 필요한 법이지만,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인 듯.

#6
그래도 이번 구정 때는 간만에 블로그에다가 글을 끄적거렸는데, 역시 나는 글쓰는 걸(이게 글일까 싶다만) 좋아하는 거 같다. 확실히 이미지나 영상보다는 글이 더 좋은 듯. 언제 또 블로그 포스팅을 중단할 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하니까 내가 이걸 즐긴다는 게 느껴지네. 또 타이핑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다. 아무래도 블로그 다시 해야겠다. 그렇다고 하루에 하나씩 꼭 올려야지 하는 그런 기계적 생각 말고 쓰고 싶을 때 쓰는. 지금처럼. 새벽 5시 10분에 일하다가 하나 마무리하고 나서 쓰는 포스팅이다. 음악 들으면서. 뭐 정리하고 쓰는 것도 아니고(원래 내가 블로그에 그렇게 적은 경우 별로 없다만) 생각나는 대로.

이제 연휴 하루 남았구나. 뭐 나에게 연휴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만. 그래도 이번 연휴는 알차게 보낸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