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난 마블링 다큐를 재밌게 봤는데, 이게 <육식의 반란>이라는 다큐 중에 하나더라. 믿고 봤다. 뭐 분뇨 사슬이라길래 전혀 내 삶과는 무관한 듯 보였지만. 보면서 뭔가를 하나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다큐가 아니었나 싶다. 나 이런 데에 전혀 관심 없다 하더라도 교양 쌓는다고 생각하고 한 번 보길 바란다. 재미도 있으니. 글쎄. 나같은 사람만 이런 거 재밌어 하는 지 모르겠지만.
#1
마지막 부분에서 정부 관계자가 하는 말이 우습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축산업. 물론 축산업 관련 수치만 살펴보면 그렇지. 그 수치의 이면을 살펴봐야지. 성장 중심이라는 말, 목표 달성이라는 말, 그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나, 나는 가치 있게 성장하고, 가치 있게 목표 달성하는 게 더 올바르다고 본다. 오직 성장만 중요시하고, 오직 목표 달성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2
마블링 다큐에서도 느꼈지만, 소탐대실이라고 눈 앞의 이익만 쫓다가 더욱 큰 걸 잃어버리는. 그걸 되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드는데. 재밌던 거는 대기업인 CJ나 하림이 축산 농가들에게 돼지 공급하고 있다는 거. 돈만 되면 된다는 거 아냐. 정말 싫다. 정말. 왜 대기업들은 이따구 식인지 모르겠다. 오직 돈만 벌기 위해서 사는 버러지들 같애. 가치라는 거는 개나 줘버리는 듯.
축산 농가를 뭐라하기 보다는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빗겨나가는 즉 자기 돈벌이에만 급급하는 그런 대기업을 족쳐라. 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심플한 법은 돈 번 자 돈으로 벌금내라다. 잘못된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 배를 물게 하면 된다. 그러면 안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인맥 동원하고, 뒷돈 주고, 벌금 적게 물고 다시 반복한다. 아. 이런 부분은 정말 싫다.
#3
나는 자유와 시장 경제 그런 거 보다는 더불어, 함께, 순리대로 그런 말이 좋다. 경쟁 필요하지. 그러나 경쟁만 필요한 게 아닌데, 경쟁에만 몰두하는 듯. 돈이 없으면 못 살지. 그러나 돈만 쫓는 건 아니지. 뭐 자본주의에서는 돈=가치라고 하니까 돈을 많이 벌면 가치있다고 착각하는 듯 하지만 가치라는 건 그렇게 수치화되는 정량화되지 않는 정성적인 지표라 본다.
이탈리아 사례 보니 뭐랄까. 저게 맞는데 싶은. 자연과 더불어. 또 먹기 위해 사육한답시고 소나 돼지의 건강은 생각치 않고 오직 돈벌이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그네들도 함께 더불어 사는 그런 환경.
미국에 사는 지인과 대화 중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 와서 사는 거 어떠냐는 질문에, 난 관심 없고 살면 유럽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미국은 합리적이라면서 극심한 개인주의고, 나는 미국의 그런 문화 별로 안 좋아한다고. 뭐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 성향은 유럽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 어떤 나라든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4
다큐보다 보면 해결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그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 축산 농가들이 들고 일어날테니. 그렇다고 지금의 방식대로 계속 갈 순 없다는 데에 공감한다면, 협의를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바꿔 나가야지. 집단 이기주의 식으로 그럼 나 먹고 살게 이렇게 해달라는 식이 되면 이건 협의가 아닌 협박이지. 그런 문제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참 쉽지 않은 거 같다.
좋게 해결하려고 하면 상대가 욕심 부리고(노사 협의도 마찬가지지만), 막가파로 밀어부치면 그만큼 반대 급부는 커지고(FTA 반대와 같이) 같이 멀리 보고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서로 양보 좀 하면서 해결해나가야 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제일 어려운 거니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관점에서 봐야지, 내 이익에 위배되면 들고 일어서고, 하던 방식대로 돈 벌려고 하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