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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보려고 챙겨두었던 EBS 다큐 <맛의 배신>을 보기 시작했는데, 1부는 별다른 내용은 없다.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 다만 한 가지. 내가 알고 있었던 그게 '희석 효과'라는 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서 개별 채소, 과일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 그러니 과일이 예전처럼 달콤하거나 맛있지가 않은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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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입맛도 조금 바뀌기 마련이긴 하지만, 꼭 그래서 그렇다기 보다 유기농 채소를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건 입맛하고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겠지. 물론 같은 유기농 채소라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수확했는지, 수확하고 얼마나 지났는 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것만 먹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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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논리만 앞세우면, 대량생산으로 그만큼 저렴해지지 않았냐? 유기농을 먹고 싶으면 돈 더 내고 유기농 먹으면 될 거 아니냐?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럴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주고 그러는 게 바람직하다 본다. 그러나 현존하는 어떤 광고나 마케팅도 단점을 함께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장단점을 함께 얘기해주지 않고 오직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부각하기만 하니 소비자가 현명해져야할 수 밖에.
또한 돈 버는 데에만 관심을 둔 이들은 삶의 질이 높아지니 유기농이 대세다 해서 유기농이라면서 가격 더 비싸게 받는다. 그 중에는 기실 유기농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건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건강을 생각하는 척하는 즉 전후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돈이 우선이고 건강은 부차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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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어머니가 사오는 채소들 먹다 보면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곤 한다. 맛있거든. 대형 마트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재배한 거 시장에 들고 나와서 판매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한테나 본인이 직접 재배한 지인들이 갖다 주는 거란다. 맛이 다르다. 확연히. 뭐랄까.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식감도 좋고, 싱싱하고, 맛도 좋고. 게다가 그렇게 사니까 또 싸. 엄청.
#4
대량 생산은 공산품에나 적절한 방식이다. 대량 생산한다고 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아니고,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기에. 언제부터인가 과일도 잘 먹지 않게 되었는데, 맛이 없으니 안 먹는 거지. 어렸을 적에 먹었던 과일과는 맛이 달라. 달콤하지도 않고 맹맹한. 이런 거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왜 사는가 싶은 생각 많이 든다. 돈 벌려고 사는 듯한 세상이 된 듯한. 돈을 버는 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거지만 요즈음의 세상을 보면 꼭 그런 면에서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언젠가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시대를 돌아보면 우리가 현재 중세를 바라보듯 어찌 그런 일이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할 수 있는 날이 분명 오리라 본다. 물론 그 전에 나는 죽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