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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은 이유는 8.15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서다. 혹시나 해서 일단 검사받으라고 했었는데, 결과가 양성 반응. 그래서 확진 판정을 받은 그저께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여러 차례의 전화를 받았고, 내가 아는 바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해줬다. 게다가 가족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는 어제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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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크리스찬인 아들. 목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 취미 생활이 주보 보면서 혼자서 설교하고 유투브 틀어놓고 찬양하는 걸 즐기는 아들이었기에 좋은 목사님 만나서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시간만 나면 교회에 가는 걸 뭐라 하진 않았다. 집에 있는 걸 싫어하고 항상 밖에서 나돌아다니는 걸 워낙 좋아하는 녀석인데,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니 굳이 탓하진 않았지.
주변에도 독실한 크리스찬 분들 많은데, 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교회에 열성적이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 또한 좀 과하다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리 저리 조사를 해보기도 했었지. 사이비는 아니던데, 정치적으로 극우에 속한 게 우려스럽기는 했다. 그러다 나 또한 아들이 그렇게 열성적이기에 교회에 3주 정도 예배드리러 가보기도 했다.
나 또한 어렸을 적 크리스찬이었기 때문에(사도신경, 주기도문 아직까지 안 까먹고 외우고 있더라.) 예배의 형식을 모르는 바 아닌데, 그 교회는 형식이 좀 달랐다. 그러나 나 또한 형식, 틀 이런 거에 얽매이는 게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 걸 두고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지. 그러나 한 가지 우려스러웠던 건 개척 교회라 신도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정치 성향이 극우라는 거.
나랑 정치 이념이 좀 다르다고 해서 우려스러웠던 건 아니다. 주말에 집회 같은 거에 아들이 자꾸 나가던데, 아직 사리 판단을 할 수 없는 나이인데, 특정 이념에 사로잡히지나 않을까 했던 게 우려스러웠던 거지, 그런 부분은 장로님께도 조곤조곤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다들 좋은 분이시기에 따지듯 얘기한 게 아니라 좋게 내 생각에 대해서 피력하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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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확진 판정 나고 나서는 좀 화가 났었는데, 아들이 확진 판정 받아서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운이 나쁘면 코로나 확진 받을 수도 있지. 그러나 그 확진 판정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너무 내가 실망을 했던 거다. 정부의 교회 탄압이다. 실제로는 확진이 아닌데 교회 사람들은 확진 판정을 내린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 안 되지.
게다가 아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얘기를 하니 환장할 수 밖에. 그렇게 교육을 받고 세뇌를 당한 듯이 말이다. 그래도 좀 컸다고 좋게 얘기해도 짜증내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좋게 좋게 얘기하는데, 가족 얘기는 안 듣고 목사님 말만 들으니 하도 어처구니가 없었던 적 여러 번이었지만, 이번 확진 판정에 대해서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지. 가족들까지 다 난리가 난 상황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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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사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두고는 뭐라 하고 싶지 않다. 왜 그걸 선택했냐고 질문을 던져봤자 답도 안 나오는 영역이고. 그러나 나는 예전부터 종교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걸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교인들의 단톡방(이건 내 지인 때문에 참여한 단톡방이다 진강이 다니는 교회와 무관한)도 보면 정치 얘기하다 서로 싸우고 나가고 그러는 경우 종종 봤다.
기독교가 유일신이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정치도 크게 좌우로 나뉘다 보니 내가 믿는 바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고. 같은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정치 이념은 다를 수 있을 거지만, 교인들만 들어오는 단톡방이라면 기독교라는 공통 분모 내에서 그런 얘기만 하면 될 것이지 왜 꼭 정치 얘기를 그리 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극우인 분들이 많은 교회라 하더라도 별 말을 안 한 거다. 정치 얘기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 보면 죄다 정치 얘기다. 아... 나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지만 굳이 얘기하지 않는데...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말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라고 피력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봤자 싸움 밖에 안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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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을 통해 아들도 많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자신을 위해서 얘기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말이다. 방에만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 하는 녀석인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 본인도 견디기 힘들겠지만 견뎌야지. 그러면서 좀 배워야 된다고 봐.
아직 격리 시설 배정받지 못해 아직 집에 있다. 그래서 집에서도 다 마스크 착용하고 식사도 별도로 하고 그러는 상황이고, 아들이 사용하는 건 소독하고. 배정받게 되면 이제 격리 시설로 가게 될 건데, 아무래도 청소년이고, 장애 등급이 있는 지라 보호자 동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나도 함께 들어가게 된다. 물론 나야 음성 판정이니 같이 있으면서 더욱 조심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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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리면 주변에 민폐 많이 끼치게 되는 듯 싶다. 역학조사한다고 핸드폰 위치 추적하면서 동선 파악하고, 만난 사람들 일일이 확인하는 등. 나 또한 확진자인 아들의 밀접촉자로 미팅했던 업체 사람들 우려하게 만들고 말이지.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서 우려는 조금 덜게 됐지만. 이게 고칠 수 없는 큰 병은 아니라 하더라도 전염성이 강해서 격리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 일을 못 하게 되는 부분이 가장 큰 민폐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