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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뷰티/패션

수미주라 공방 어디가 나을까?

유어오운핏 수미주라 최근 결과물 (스티치가 없는 건 온핏러가 그렇게 주문해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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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좋다 나쁘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어디가 더 낫냐고 얘기를 한 것이지. 지금껏 유어오운핏은 현재까지 세 군데의 공방을 활용했었다. 그리고 업계에서 들은 얘기들도 있다. 또한 기성과 맞춤을 다 하는 대형 공방(공방이라고 하기 보다는 공장이라고 해야할 듯)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내부를 들여다 본 적도 있다. 내 기준상, 가격별로 나눠보면, S급, A급, B급, C급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유어오운핏은 A급 정도 수준의 가격 즉 공임비를 사용한다. B급과 C급은 제작 퀄리티 때문에 아예 사용하지 않고, S급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가격 경쟁력이 없어서 사용 안 한다. 

 

#1

S급 공임비의 수미주라 공방을 사용 안 하는 이유

 

S급 공임비를 받는 수미주라 공방이 한 군데만 있는 건 아니다. 소문도 좋다. 잘 만든단다. 근데 가봉 없이 모두 직봉이다.(참고로 수미주라는 가봉 밖에 없다. 수미주라에서 중가봉까지 볼 수도 있긴 하나, 의미가 없다. 왜냐면 1:1 패턴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해봐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가봉만으로도 충분하지 중가봉 본다 한들 큰 의미가 없단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면 중가봉 보는 걸로 해서 수미주라를 비스포크라고 얘기하는 업자들도 있을 거라 본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이 업계는 정말 shit 이다. 정말로. 최첨단 시대에 이런 업계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 수준.)

 

직봉이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직봉이 좋다. 수미주라의 경우엔. 중요한 건 수미주라로 충분히 만족을 시켜줄 수 있는 체형이어야 그렇다는 것. 보통 수미주라 하는 데는 수미주라만 하고, 비스포크 하는 데는 비스포크만 한다. 그러나 유어오운핏은 둘 다 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대응 가능하다. 수미주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데 비스포크를 하는 경우는 비스포크를 맛보기 위해서 또는 비스포크를 맛본 후에 그 편함에 매료되어서인 경우다. 비스포크를 입다가 수미주라를 입으면 손이 잘 안 간다는 것.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어본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보면 90% 정도는 비스포크가 확실히 다르다고 느끼긴 하는 모양. 가격이 수미주라에 비해 비싸서 그렇지.

 

여튼 수미주라지만 직봉이 아니라 가봉을 봐야 하는 케이스가 있다. 정말 드물긴 한데, 추천하진 않는다. 왜냐면 수미주라의 가봉은 재단사 선생님이 직접 만든 패턴이 아니라 공방에서 갖고 있는 패턴에서 보정을 하는 건데, 그 보정이 핏을 봐주는 재단사 선생님이 직접 하시는 게 아니라 지시를 내리고 그걸 공방에서 반영하는데, 그 반영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지시 사항이 잘 반영이 되었는지 확인이 안 된다. 우리는 반영된 결과물인 옷만 받으니 제대로 됐는지 확인이 안 돼. 여튼 그런다 하더라도 가격적인 부분 이외에 어떤 이유에서건 비스포크를 해야할 체형인데 수미주라를 꼭 해야겠다고 한다면 가봉을 권한다. 이런 케이스의 경우에 직봉만 가능한 공방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에 그렇다. 그러나 이 이유보다 다른 이유가 더 크다.

 

왜 수미주라를 하느냐? 가성비가 좋아서다. 즉 비스포크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기성복은 안 맞으니 수미주라로도 충분히 만족할 정도인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고, 그런 사람이 한다고 했을 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얘기해주고 동의를 구하긴 하지. 여튼 가성비 좋으니까 수미주라를 하는 건데, 수미주라 퀄리티를 높인다고 해도 비스포크 퀄리티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면 수미주라의 가성비적인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나는 S급 수미주라 공방은 아예 컨택 자체를 안 했던 거다. 게다가 거기서 우리가 원하는 옵션을 다 구현해줄 수 있는지도 미지수고. 현재 유어오운핏과 관련된 공방은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는 참 많은 고생을 했던 공방들이다. 항상 유어오운핏 작업 지시서가 들어가게 되면 공방 내부에서도 유어오운핏은 옵션이 많으니 잘 봐야 한다고 얘기를 해야할 정도니. 시스템적으로 구현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못 받쳐주면 옵션화시키는 게 의미가 없다. 

 

여튼 그런 이유로 S급 고가 공임비의 공방은 사용 안 한다. 그리고 A급 공방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A급이라고 해도 저마다 특징이 있다. 즉 공방마다 가진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재단사 선생님도 그런 거 확인해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해주시고. 정말 재단사 선생님은 잘 만난 거 같다. 언제 이것도 한 번 얘기를 해줘야할 필요가 있을 듯.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참 많은 게 달라지니 세상 모든 일이 일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문제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 아. 여기서 한 가지 빼먹은 건, 셔츠는 S급 공임비의 공방을 사용한다. 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공방이지. 유어오운핏 셔츠 만족도는 현재까지 불만족이 없을 정도다. 원단과 제작 퀄리티 모두. "확실히 다른 맞춤 셔츠와 다르네요."란 얘기 많이 들었다. 

 

#2

수미주라 공방의 기준

 

겪어보니 어느 공방이 모든 면에서 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부분에서 더 낫다고 할 수는 있을 지언정 모든 부분에서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방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식으로 활용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다. 유어오운핏을 맨 처음에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그냥 작업 지시서 넣으면 그대로 옷이 만들어지는 줄로만 알았지, 또 비싼 데는 더 퀄리티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더라고. 단순한 접근이었던 거다. 현실을 알고 나니 보는 눈이 생기더라. 게다가 공방에 가보면서 느끼는 바, 정신없다. 그래서 공장 자동화나 시스템화(디지털라이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또 옵션이 많아질 수 없는 즉 기성복화되는 부분도 많다. 이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참 할 말 많으니 나중에.

 

여튼 일반적인 맞춤 정장의 개념에서 수미주라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겪어보니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된다.

 

1. 패턴이 좋아야 한다. (공방에서 가진 패턴에서 보정하기 때문에 패턴 자체가 좋아야 한다.)

2. 마감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 (이 부분 또한 공방의 실력 중에 하나다.)

3. 퀄리티가 일정해야 한다. (보통 라인 작업이라 해서 생산 프로세스를 제대로 관리해야 가능하다.)

4. 옵션 미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유어오운핏은 옵션이 많기 때문에 자체 검수 안 하고 보내면 우리 측에서 검수하다 리턴되는 경우 많다. 그래서 옵션 미스는 없어야 한다가 아니라 제발 최소화되었으면 하는 관점에서 우리는 접근한다.)

5. 제작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준수하려고 다들 노력은 하겠지만 관리 안 되는 데도 있고, 일시에 물량 많으면 늦어질 수도 있다.)

 

이 기준에 맞는 데를 수미주라 메인 공방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온핏러들에게 만족스런 결과물을 줄 수 있다. 물론 그런다 하더라도 품목에 따라 또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매니징하면 되지 온핏러들이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고 보기에 앞으로는 공방 선택, 패턴 선택 자체가 없어질 생각이다. 어차피 체형 보정 사항 알려줘봤자 그걸 참조해서 옷을 제작할 수 있는 온핏러는 없다. 단지 내 체형이 어떻구나는 걸 확인하는 정도 뿐이지. 

 

#3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어떤 특정 공방만 활용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각 공방의 장단점을 다 알고 있으니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포커싱을 맞추겠다는 얘기지. 이미 한 달여 전에 내부 정리는 끝났고, 그걸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는 중이다. 유어오운핏이 지향하는 건 커스텀메이드지 전통적인 의미의 맞춤 수트는 아니거든. 그래서 주문 제작을 강화하려고 하는 거고. 수미주라는 체킹복을 활용한 MTM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거다. 이제는 알 거 다 알았고, 올해 불만족 사례도 없고, 작년에는 많았던 수선 문제도 지금은 없다. 그러니 이제 하나씩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거다. 

 

어찌보면 시스템적인 사고는 자신이 있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 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나서 현실을 이해하고 보는 눈이 길러지기까지가 참 오래 걸렸던 거 같다. 그 사이에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성할 건 반성도 했다. 그러나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 즉 업계의 불문율이나 업계의 고정 관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면이 많다. 어떤 한 케이스를 두고는 어떻다 저떻다 말하기 쉬울 수 있지만 다양한 케이스 즉 어떻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는데 왜 이렇지 하는 케이스도 생기니 전체를 보면서 조심스레 바꿔나갔던 과정이었던 듯. 그 과정 중에 유어오운핏의 색깔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재정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