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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패션

클래씨 TV를 보다가... 초고가 원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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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어오운핏 유투브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 요즈음 기성 브랜드에서 유행하는 MTR 원단에 대한 문의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답글을 내가 영상으로 대신해준다고 했었다. 아직 촬영하진 않았지만 곧 촬영할 예정. 그거와 맥락이 같아서 얘기하는데, 이것도 기준이 뭔지에 대해서 명확히 좀 알려줄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초고가 원단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냥 고급 브랜드 원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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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보니 노커스 대표가 초고가 원단이라고 얘기를 하던데, 맥락상 가장 후반에 나온, 가격대가 가장 높은 브랜드의 수트에서 사용하는 원단을 일컬어 그렇게 명명한 거 같다. 적어도 내가 이 업계에서 초고가 원단이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이 없는 용어를 내가 쓴 거는 내 기준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던 거다. 내 주변에서는 내가 처음 썼던 표현이다.

 

누가 먼저 쓴 표현이다 이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서 내 기준에서는 초고가 원단이 아니라 고급 브랜드 원단인데, 그렇게 얘기를 하니 내가 말하는 초고가 원단이 그런 정도의 원단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 얘기한다. 자세히 설명하려면 얼마든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지만 쉽게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글을 적는다.

 

#2

고급 브랜드 원단

 

노커스 대표가 언급한 초고가 원단이라고 하는 건, 고급 수트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제냐, 로로피아나 등의 원단들을 말한다. 원단에도 고급 브랜드가 있다. 당연히 고급 브랜드의 원단이 브랜드 없는 원단보다 비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만 언급하고 가면 동급 퀄리티의 원단이라 하더라도 고급 브랜드의 원단이 가격은 비싸다. 일반적으로 원단 가격과 퀄리티는 비례하는 면이 많지만 다 그런 건 아니라는 점.

 

자 그럼 그게 초고가 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판매했던 원단 중에 까를로 바르베라가 있다. 이거 원래 맞춤 원단으로는 나오는 게 아니라 기성 원단처럼 대량 주문해서 가져온 원단을 우리가 적절한 마진 붙여서 판매한 거다. 당시 원단만 구매하거나 그 원단으로 제작한 사람들은 가격 알 거 아닌가? 기성복에서 쓰는 원단은 이보다 더 저렴하면 저렴했지 더 비싸지는 않다.

 

까를로 바르베라라고 하면 명품 수트 중에서 No.1이라고 하는(가격이 No.1이라 이렇게 명명한다. 가격에 비례하는 퀄리티인지는 나도 모른다.) 키톤에서 소유하고 있는 원단 브랜드다. 자사의 수트에 사용할 원단 수급을 위해 인수한 걸로 안다. 퀄리티 좋은 명품 원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다만 원단 브랜드가 제냐나 로로피아나처럼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렇지. 그 급이라고 봐도 무방.

 

그런데 우리가 판매할 때 가격 온핏러들은 알겠지만 저렴하다. 유어오운핏 기준으로 저가인데 저가 중에서도 바닥에 해당할 정도. 물론 이 기준은 유어오운핏 기준이다. 그럼 퀄리티가 낮아서 저가인가? 아니. 동급 가격대로는 그런 원단 없다. 그래서 우리도 적극 추천했던 거고. 퀄리티 좋겠다 가격 저렴하겠다. 그럼 이런 원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초고가 원단? 아니지. 고급 브랜드 원단.

 

#3
초고가 원단

 

초고가 원단이라고 하면 정의는 명확하다. 고가를 초월하는 원단 그러니까 상당히 비싼 원단을 말한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제각각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고급 브랜드의 수트에 쓰이는 제냐나 로로피아나는 고급 브랜드 원단일 순 있어도 초고가 원단은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기성복에서 내가 말한 초고가 원단을 쓰면 기성복은 원가 대비 최소 3.5배(이런 게 쇼핑몰 브랜드), 보통 5배 정도에 소비자가 책정되니 그 가격 나올 수가 없다.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나올껄?

 

결국 원단값 얼마 안 한다는 얘기다. 즉 초고가 아니란 얘기다. 제냐나 로로피아나인데? 그렇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원단 종류가 엄청나게 많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둘째, 똑같은 원단이라 하더라도 기성복에서 사용하는 원단은 한 번 구매할 시에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다. 까를로 바르베라가 싸게 나온 것도 대량 구매해서 가져온 원가에 마진 얼마 안 붙이고 팔아서 그런 거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한 거였다. 그거와 똑같은 맥락이다.

 

그럼 어림 계산해보자. 고급 브랜드는 보통 원가 대비 5배니까 120만원짜리 수트다 하면 24만원 정도가 제조 원가가 된다. 거기에 공임비 빼고(공임비도 대량 주문하면 공임비 많이 낮아진다.) 나머지가 원단가인데 공임비를 0원으로 해서 계산해보자. 수트 한 벌 기준 일반적으로 3마 정도 사용한다고 했을 때, 1마당 8만원 정도다. 아무리 아무리 높게 잡아도 1마당 8만원 정도란 얘기. 그럼 이 가격을 유어오운핏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저가다. 나는 초고가 원단이라는 표현을 이런 원단에 사용해본 적 없다.

 

참고로 클래씨 TV 해당 영상에 언급된 가격 비싼 고급 브랜드들 중에는 어떤 브랜드는 내가 어디서 만드는지, 공임비 얼마인지 안다. 거기서 사용하는 제냐 원단도 난 공장에서 직접 봤었다.

 

#4
소비자들이 모르는 원단 유통에 대해서는 내가 나중에 영상으로 풀어서 설명해줄 생각이다. 원단 유통에 대해서 이해해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애기 안 해준다. 이 업계에 있으면서 알려고 하는 이들도 별로 없었다. 오직 관심은 내가 얼마나 더 많은 이문이 남느냐, 이 원단 많이 팔아서 이문 많이 볼 수 있느냐에만 집중하더라. 이태리 원단인데 싸? 비싸게 부르면 마진 높겠네. 뭐 그런 거에 관심많은 듯.

 

만약 원단에 대해서 많이 안다면, 그럼 내가 던지는 다음 질문들에 대해서 풀어서 설명해보길 바란다.

 

기성복에서 사용하는 제냐 원단, 맞춤복에서 사용하는 제냐 원단. 이 둘의 차이는?

둘 중 어떤 게 합리적인 소비일까?

 

#5
요즈음 세상은 소비자들이 모르면 당한다. 넘쳐나는 정보 중에는 과장되고 왜곡되고 거짓된 정보도 많다. 특히 제품 판매하는 데에서 명시되어 있는 특장점은 전문가들이 보면 어이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고급 브랜드들이 그런다는 게 아니다. 쇼핑몰에서 자체 제작하는 경우들 중에 나는 많이 봤다. 그래서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현명한 소비를 할텐데, 생각보다 소비자들이 알려고 하지를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브랜드만 보고 마케팅에 휘둘려 판단해버린다. 뭐 차라리 모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나을 지도 모를 일이다.

 

#6

노커스 대표가 초고가 원단이라고 언급한 것 때문에 글을 적게 됐는데, 내가 얘기하는 초고가 원단이랑은 기준이 많이 다른 거 같다. 적어도 내가 했던 말 중에 초고가 원단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언급하는 거다. 서로 기준이 다른 거 같다고. 그런 걸 느낀 게 노커스 대표가 고급 브랜드를 두고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그건 내가 나중에 영상에서 풀어줄 생각이다. 어차피 기성 원단과 맞춤 원단을 비교해서 얘기하는 영상 만들려고 했으니.

 

내가 유투브 초창기에 멋모르고 업계 비판해서 안티가 많은 거 나도 알고 있는데, 지금은 그 때랑 다르다. 많이 안다. 그만큼 노력했고. 그런다 해도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틀리면 지적하면 된다. 그럼 나는 언제든 그런 거는 인정하고 바꾸려고 하니까. 그러나 이 업계에서는 물 흐리기를 잘 써먹는 거 같아서 하는 얘긴데, 이 글의 논점은 초고가 원단 즉 가격이 비싼 원단이라는 거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고 내가 얘기했던 초고가 원단 기준에서는 저가 원단이라는 얘기를 하는 거다.

 

맞춤 원단이 기성 원단보다 비싸다는 걸 얘기하지 말고, 맞춤 원단과 기성 원단을 왜 비교하냐는 얘기하지 말길. 몰라서 하는 소리 아니고, 나는 뭘 좀 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에게 던진 질문이 위에 언급한 두 개니 그걸 답해보라. 나는 영상에서 나중에 답할테니. 어떤 답이 더 합리적인 결론 도출인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일 아닌가? 그리고 오해하지 마라. 나는 노커스 대표를 비판하려고 하는 거 아니다. 같은 표현 다른 해석 때문에 하는 얘기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