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객들 중에 젤 잘 생긴 녀석이 있다. 딱 보면 잘 생겼어. 게다가 몸짱이야. 그래서 커스텀으로 옷을 해입어야 하는 거다. 물론 캐쥬얼이야 기성복을 사겠지만. 이 녀석 친동생이 아이돌이다. 여튼 코로나 때문에 한국 못 들어오다가 코로나 제한이 완화되면서 한국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맞춰서 갔는데, 그 중에 셔츠 세 벌이다. 그래도 초창기 고객이고, 우여곡절 끝에 본인이 원하는 핏을 찾고, 시간이 흘러 조언한 게 무슨 의미인지를 또 깨우치고 지금까지 제작했던 옷 수선까지 해갔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받아들일 때가 안 되면 얘기해줘도 안 듣지.
밀레타
원단은 모두 다 밀레타다. 이태리 브랜드? 영국 브랜드? 아니다. 체코 브랜드다. 그런데 내가 이걸 추천하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원단을 대체할 게 없다. 그렇다고 이태리 브랜드나 영국 브랜드 원단이 안 좋다는 게 아니다. 밀레타보다 급이 높다. 그런데 내가 좀 솔직하잖아. 더 좋다는 걸 그리 느끼지 못하겠더라는 거. 그러니까 조금만 가격이 비싸면 내가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가격 차이에 비해서 본인이 느끼는 게 그만큼이 안 된다는 게지. 그래서 내가 밀레타를 추천하는 거다.
작년에 두어 차례 원단 가격을 인상했는데, 그게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그게 한국에서만 그런 건지 아님 내가 운영하는 업체만 그런 건지는 모르곘다. 원단 유통사들도 업체에 따라 가격 달리 제공하기도 하거든. 근데 문제는 말이지. 투명하게 해야 믿을 수 있는 거야. 즉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고 그에 맞게 업체 등급을 나눠서 등급에 따라 가격 이렇다고 얘기하면 내가 믿지. 그런데 그런 거 없잖아? 그럼 난 신뢰 안 해. 두어 차례 가격이 인상되었다 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고 대체할 원단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대체할 원단이 있으면 난 언제든지 대체한다.
원단은 내가 추천해줬는데, 화이트 색상은 보통 사무용으로 입는 느낌의 원단은 내가 잘 추천 안 한다. 포플린 종류. 게다가 전투복용으로 입는다고 하면 굳이 밀레타 추천하지도 않아. 그냥 국내산 원단 중에서 그래도 쓸 만한 원단 추천하지. 왜? 가격이 저렴하니까. 여튼 화이트라 해도 뭔가 느낌이 다른 걸 추천했고, 그레이는 내가 추천했고, 네이비 스트라이프도 같이 골랐다. 나름 원단과 같은 경우는 고객들이 원단 샘플 보고 그 느낌을 알기 힘들어 추천해달라는 얘기 많이 하는데, 이 친구 같은 경우에는 내 말을 신뢰하는 편이라 내가 추천한 걸로 픽.
포인트 카라 길이
커스텀 셔츠 운영하는 데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 있다. 근데 우리와는 결이 다르다. 그러니까 본인 구미에 맞게 커스텀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차이가 난다. 우리는 카라에 넣는 심지도 5종류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선택의 폭을 넓혔지만 초보자에겐 어렵지. 뭐든 일장일단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런 부분이 우리의 차별화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대중화되어야 되는데 대중화되긴 힘들어. 그래서 생각한 게 있긴 한데 내가 요즈음 일을 많이 안 해서 아직 구현이 덜 끝났다.
여튼 이건 포인트 카라다. 카라 끝이 뾰족해서 포인트 카라라고 하는 건데, 포인트 길이가 다르다. 기본은 7.5cm 지만 5.5cm부터 10.5cm까지 0.5cm 간격으로 설정 가능하다. 요즈음의 나는 7.5cm 너무 무난해서 좀 길게 하는 걸 권하는데, 길다고 해서 이상하다? 전혀. 카라 끝으로 갈수록 곡선이 져서 더 모양새가 낫고, 실제로 10.5cm 한 고객 있는데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질 정도니. 앞에서 보면 그게 엄청 길게 제작한 건지 얼핏 보면 모른다.
스냅 버튼
이건 그레이 셔츠 사진인데, 이번에 제작한 세 개의 셔츠 모두 이렇게 적용했다. 버튼 다운 옵션 중에 하나인 스냅 버튼. 즉 포인트를 셔츠에 딱 붙게 만들어주는 옵션인데, 버튼이 안 보이도록 하는 두 가지 옵션(히든 버튼, 스냅 버튼) 중에 스냅 버튼이다. 히든 버튼은 내가 추천 잘 안 하는데, 히든 버튼은 버튼 잠그고 풀기가 귀찮게 되어 있어서 넥타이 매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넥타이 맬 때랑 풀 때 매번 버튼을 잠그고 풀어야 하는 게 귀찮을 거라 스냅 버튼(일명 똑딱이)를 권하는 거다. 버튼의 기능은 똑같은데 편하잖아.
셔츠 라벨
이건 셔츠 라벨이다. 목 뒤에 조그맣게 붙는다. 그리고 아래쪽에 보면 중앙 주름이 적용된 걸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 주름 많이 한다. 중앙, 양 사이드 둘 중에 많이 하고, 다트를 적용하거나 아예 적용 안 할 수도 있다. 여튼 나름은 최대한 구미에 맞는 걸 선택할 수 있게 옵션화했지만 대부분 특이한 옵션은 잘 적용 안 하더라고.
셔츠는 일반 커스텀 셔츠보다(맞춤정장 샵에서 하는 셔츠 포함) 우리가 비싸다. 왜? 일단 원단. 보통 일반적으로는 국내산 원단 쓴다. 국내산 원단이라고 해도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우리가 쓰는 건 영진텍스 꺼다. 그래도 국내산 원단 중에서는 쓸 만한 원단이다. 대부분은 폴리 섞인 원단 쓴다. 난 대부분 면 100%. 사실 국내산 원단을 추가한 건 밀레타가 가격 인상하면서다. 가격 인상 안 했으면 국내산 원단 추가 안 했을 듯. 여튼 이 국내산 원단도 셔츠 공방 대표님이 추천해주셔서 추가한 거다. 내가 문의했었거든. 국내산 원단 중에 쓸만한 게 있냐고.
그리고 공임비. 뭐 워낙 유명해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드림팩토리에서 제작한다. 국내에서는 공임비 제일 비싸지만 그만큼 퀄이 다르다. 다른 데의 2배. 프리미엄의 경우는 4배 정도 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뭐 맞춤셔츠 5만원, 10만원에 3벌 이런 데의 가격으로는 원가도 안 나온다. 보통 그런 거는 마진율이 50%라고 보면 된다. 그보다 더 높은 곳도 있고. 박리다매로 할 경우라 하더라도 50% 마진은 거의 본다. 우리는 그보다 마진율 적다. 그럼에도 비싼 이유는 원단, 공임비 원가가 높아서다.
뭐가 다를 겠냐고? 입어봐. 폴로 옥스포드 셔츠와 같은 거 17만 9천원 주고 나 폴로 입었어 하는 모습을 우스워하는 나니까. 그런 거 우리가 똑같이 만들어도 그 가격 안 돼. 일단 원단 퀄이 다르면 입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입어봐야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