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 모임이 있었다. 얼굴 보자고 급하게 잡힌 모임인데, 일산에서 모이길래 서울에 컨설팅 갔다가 오면서 들렀지. 보쌈 맛있는 집이라고 백석동 어디서 모였는데 글쎄 나는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 얘네들은 왜 항상 모이면 백석동 이쪽에서 모이는 지 몰라. 백석동에도 맛집들은 모여 있던데. 여튼 그렇게 오랜만에 모여서 얘기하다가 노래방 얘기하길래 나는 극구 반대. 노래방 가서 술 마시고 그러면 돈만 많이 나오고 시끄럽고. 노래방도 가끔씩 가야 재밌는 거지. 그래서 LP바를 가자고 하네. LP바라... 나 처음 가보는데.
엘비스 LP바. 백석동에 있는 고양종합터미널 맞은 편에 있다. 지나가다 보면 음악이 다 들려서 한 번 즈음 이 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더라. 나는 뭐 술 하면 맥주 밖에 못 마시니 코로나 한 병 시켰다.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7080 감성에 맞는.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가 싶더라는. 죄다 신청곡인데, LP바라 그런지 LP가 상당히 많더라. 친구 중에 LP 모으는 애도 있던데 상대가 안 된다고. 게다가 CD도 많고. 그 많은 LP와 CD 중에 신청한 곡을 찾아서 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듯 싶다.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고 해도 넘 빼곡히 정리되어 있어서 뺐다 넣었다 몇 번 해야 찾을 수 있을 거 같던데. 보니까 LP판 옆에 뭐 스티커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여튼 신청곡 틀어주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 거 같다. 내 생각에 이건 내가 좋아서 해야지 아르바이트생 쓰기 힘들 듯 싶은. 그래서 그런지 LP바 조그맣고, 단골들이 많은 듯 싶더라. 게다가 혼자 와서 음악 들으면서 술 하는 사람도 있고. 바 형이다 보니까 옆 사람이랑 얘기 나누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런 분위기는 좋아.
우리도 이것 저것 신청했는데, 확실히 여자랑 남자는 달라. 여자들이 시킨 노래는 내 취향이 아냐. 남자들이 시킨 거는 내 취향. 동시대를 함께 겪은 또래다 보니 취향도 비슷한 듯 싶은. 그러다 학창 시절에 들었던 메탈 얘기하기도 했네. 그나마 들었던 게 메탈 쪽이라. 이거 누가 시켰어? 오~ 굳. 이러면서 취향 비슷하면 뭔가 통한 듯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그런 분위기가 좋았네. 요즈음이야 시끄러운 음악의 클럽이나 헌팅 포차 같은 데를 가겠지만 우리처럼 나이가 드니 이런 데가 더 편안하고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