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오래 전에 봤다. 그런데 어제 다시 봤다. 물론 나는 글을 미리 써두고 예약을 하기 때문에 글 올라간 때는 이미 과거에 적은 글이긴 하지만, 이 글은 오늘 날짜로 예약해서 어제 적은 글이다. 갑자기 '라라랜드'란 영화가 떠올랐고 다시 봤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쓴 리뷰도 봤다. 왜 내가 이 영화가 떠올랐는지 알겠더라. 내 뇌리에 이 영화는 해피 엔딩이 아니라 새드 엔딩이었으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엔딩 장면이 슬펐고, 그래서 이 영화가 떠올랐던 거 같다.
해피 엔딩 vs 새드 엔딩
Happy Ending vs Sad Ending
이런 주제도 있었구나. 나는 영화 리뷰 적을 때 남의 거 안 본다. 그 사람의 생각이 그럴 듯 하다 싶으면 나도 그런 생각으로 글을 적게 되거든? 그래서 그런 거 잘 안 보다 보니 이게 해피 엔딩이냐 새드 엔딩이냐 논란 아닌 논란이 있었는 줄 몰랐다. 근데 대부분 해피 엔딩이라고 하는 거 같다. 무엇이 맞다 그런 건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건 각자의 몫이니까. 나는 새드 엔딩이라고 본다. 그건 내가 기존에 적었던 리뷰에도 그랬었고, 다시 본 지금도 그러하다. 내가 새드 엔딩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 다시 보지는 않았을 거 같다. 즉 새드 엔딩이니까 떠올랐던 거란 얘기.
새드 엔딩인 이유 1
1st Reason
'라라랜드'를 보면 둘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남자는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둘이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여자도 변변찮은 수입에 자신의 꿈을 달성하려고 하니 본인이라도 안정적인 돈을 벌어야 해서다. 그래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는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에 들어가지. 그러나 여자랑 헤어지고 나서 본인의 꿈을 이룬다. 그런 걸 보고 좋게 해석해서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지극히 3자적인 관점에서의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다면 즉 1인칭 또는 2인칭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얘기하기는 힘들 거라 본다. 사람은 3자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이성적이다 그러나 1인칭 또는 2인칭 관점에서는 그러하질 못하지. 이성만이 아니라 감성이 작동하니까.
그가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벌려고 했던 이유가 뭘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 본인 혼자만 살 때는 추구하던 그 꿈을 포기할 수 있었던 거다. 왜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 되니까.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는 꿈을 이뤘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혼잔데. 나도 예전엔 그랬다. 초라한 커플보다 화려한 싱글. 그러나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이 세상 어떤 초라한 커플도 화려한 싱글보다는 더 낫다고. 개인의 꿈을 달성하는 거 중요하지. 그러나 여행 혼자 다녀봤나? 혼자서 그 멋진 뷰를 보면 어떨 거 같나?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게 슬퍼진다. 나는 그랬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꿈도 자기만족만이 아니라 함께 즐거워할 사람이 있다면 그 기쁨은 배로 커진다. 그리고 나는 그게 더 의미있다 보고.
본의 아니게 헤어지고 남자는 여자가 없으니 자신의 꿈을 쫓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다. 그게 멋있니?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이 되려면, 남자가 여자와 함께 하면서 티격태격하더라도 돈을 벌어 생활을 안정화시키고 나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거 아닐까? 그 꿈 속에 함께한 추억이 의미 있는 것이고. 비록 티격태격하더라도 그건 과정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겐 새드 엔딩이라는 거다.
새드 엔딩인 이유 2
2nd Reason
여자는 오디션을 본다. 오디션에서 합격하면 파리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다. 남자는 얘기한다. 합격하면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그러자 여자가 말한다. 언제나 사랑할 거라고. 그리고 영화는 5년 뒤 다른 남자와 가정을 이룬 여자가 남편과 함께 파리에서 LA로 돌아와 데이트를 하다가 한 재즈 클럽에 들어간다. 그녀가 그에게 지어줬던 명칭의 재즈 클럽에. 바로 그가 만든 재즈 클럽이다. 거기에서 연주하고 있는 그를 마주하게 되고.
남자가 왜 그렇게 얘기했을까? 자신은 꿈을 포기하고 돈 벌이 하러 다니는 이유가 뭐였을까? 둘 다 꿈을 쫓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본인의 꿈을 포기한 거 아닐까? 그렇게 해서 그녀가 잘 되길 바란 남자였기에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지. 그리고 합격한 후에 파리에 갔다 온 5년 뒤, 그녀 옆엔 다른 남자가 있었다. 이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나 사랑한다면서?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겠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배신이라고 할 순 없어도 남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슬프지. 남자는 그 이후 자신의 꿈을 이뤘지만 혼자였거든.
그러나 5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런 상황에서 그럼 남자가 가지마. 나랑 함께 여기서 있자 하는 게 옳았을까? 아니지. 그 남자가 본인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벌려고 한 이유가 뭐지? 그녀와 함께 하면서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다. 그러니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고, 우연찮게 5년 뒤 재회하는 자리에서 다른 남자가 옆에 있다는 걸 알았지. 정말 슬프지 않을까? 물론 막상 그런 자리에 내가 놓인다고 하면 무덤덤하게 지나가겠지만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다.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보냈나? 아니잖아. 남자가 왜 본인의 꿈을 포기했지?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서잖아. 그걸 두고 여자랑 헤어지고 나서 본인의 꿈을 이뤘다고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나?
라라랜드
La La Land
그녀가 본인의 재즈 클럽에 왔다는 걸 알게 된 그는 그녀와 처음 만난 날 자신이 연주하던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해피 엔딩이라고 할 만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둘이 처음 만난 그 시점부터 마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듯 하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모두 현실과 다르다. 스쳐갔던 장면에서는 키스를 하고, 폭망한 일인극은 대성공이고, 오디션에 합격해서 파리로 같이 가고, 가정을 이루고 애까지 낳고, LA로 함께 돌아와 재즈 클럽에 들어가서 같이 연주를 즐기는 장면까지. 즉 라라랜드다. 꿈의 나라. 비현실적인 세계. 그래서 제목을 라라랜드로 한 듯.
이렇기에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지. 그냥 해피엔딩이었다면 그게 영화로 만들 수 있었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비현실적인 세계의 장면들을 보면서 참 많이 슬펐다. 현실 세계에서가 그렇지 못한 이유는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도 않거니와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도 많고, 어쩔 수 없는 경우들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게 다 한낱 추억의 한 페이지 밖에 안 될 일인데, 그걸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게 현실이고. 그런 생각에 가장 슬펐던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한 가지. 비록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그녀를 떠올릴 때나 반대로 그녀가 그를 떠올릴 때 좋았던 추억을 되새김질하겠지. 서로 싫어해서 헤어진 게 아니니까. 살면서 그런 사람 한 명 즈음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가슴 한켠에 숨겨두고 나만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같이.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건 헤어졌으니 하는 변명이요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생각한다. 꼭 그렇게 됐어야만 했나? 포기하는 순간 끝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순간 그건 끝이 아닌데. 무엇이 어찌되었든 둘이 공유했을 때 그것이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고, 더 값지다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