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주식한다고 했다가 국내 주식에서는 발을 뺐다. 내가 원하는 재테크 방식이 국내 주식과는 잘 맞지 않는 거 같아서다. 나름은 국내 주식하면서 금융 지식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하다 보니 내린 판단이다. 내가 아무리 이렇다 하더라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수익 잘 내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내가 그렇게 되지 못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지. 그게 자신없었던 건 아닌데, 사람이라는 게 그렇더라. 눈에 자꾸 더 나은 게 있는 게 보이면 그 쪽에 눈이 가게 되어 있는 듯. 그래서 내가 국내 주식에 관심을 안 두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했다.
첫째
올라야만 수익
올라야만 수익이다. 내려가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세상에 금융 상품 중에 올라야만 수익인 상품만 있다면 내가 이런 얘기 하지 않겠지만 그렇지가 않으니 내 입장에서는 비교되는 거다. 이게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냐면, 한 번 잘못 물리면 장기 보유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래서 손절이 중요하다? 손절의 중요성을 몰라서 이런 얘기하는 거 아니다. 그런 얘기는 매매 원칙 이런 거 얘기할 때나 하는 거고,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헷지가 안 된다는 거다. 차라리 외환이나 선물, 옵션, 차액거래와 같이 올라도, 내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런 건 레버리지가 높아서 위험하다고 하고 나도 금융 지식이 전혀 없던 시절에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그것도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레버리지가 높아서 그렇다면, 레버리지야 조절하면 되는 부분이고, 그건 본인이 관리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주식에서도 미수나 신용이 있듯이 말이지. 주식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분산 투자하곤 하는데(종목을 하나로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로 나눠서. 그래야 어떤 주식이 내려도 어떤 주식은 오르고 하니까) 이 때문에 많은 종목을 봐야 한다는 점이 나에겐 안 맞다고 생각했다. 이미 주식 시장에 뛰어 들어 많은 시간을 들이고 거기서 노하우를 얻은 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투입할 시간 대비해서 나같은 초보에게는 주식보다는 다른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적어도 대한민국 금융 시장에서는 그렇게 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만큼 대한민국 금융 시장에서는 접근하기도 어렵고 또 해외와는 다르게 이해가 안 가는 제도도 있어서 자국민들 보호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금융권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도 있는 거 같아서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해외에 비해서는 비합리적이고 불리한 부분도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좀 더 알아보다 보면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거고, 나는 그걸 알아버렸기에 국내 주식에 미련이 없다.
둘째
기업의 가치?
주식이라는 게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대변해주던가? 내 고등학교 동창 중에 전교 1등을 제일 많이 한 녀석이 VIP 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다. 그 친구가 적은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에 영향을 받아서 가치주 발굴하고 묻어둔다는 개념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걸로 안다.(지금도 그런 지는 의문이다.) 근데 나는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국내 주식 시장이 그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그렇다고 모든 주식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주식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 뇌동매매하지 마라고. 근데 주식 자체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뉴스 기사 하나에(재료에) 들죽날죽하고, 특정 테마에 쏠림 현상이 생기는 시장 아니던가? 그걸 잘 활용하는 이들이 요즈음 유투브에서 많이 거론되는 이들이고. 근데 실제 고수들은 딴 데 있더라. 주식은 하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비례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우리가 주식에 묻어두면 언젠가는 오르기 때문에 은행만 믿지 말고 주식에 묻어두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거다. 매월 월급의 일부를 그냥 삼성전자만 꾸준하게 샀더니 몇 십년 지나고 그게 얼마가 되어 있더라 하는 그런 사례도 있고 말이지. 이런 사례는 지엽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그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은 될 수 있을 지언정 그게 원리인 것처럼 얘기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 말이 원리라고 하면 그럼 너도 나도 월급의 일부를 삼성전자 주식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사람마다 매매 스타일이 다르고(공격적, 보수적), 또 목표 수익률이 다르기에(기간, 목표액, 수익률 등) 그게 어떤 이에게는 귀감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지언정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매우 친한 지인 중에 한 명이 삼성중공업을 장기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No.1 기업인 삼성이 하는 중공업 회사인데, 주가 그래프 봐라. 2008년~2012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10년이 넘었는데도 그 때의 50% 아니 30% 정도도 안 된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사람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 그 때는 적정 가치를 넘어섰던 거다. 그럼 나는 그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경영서가 있는데, 가치주 얘기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기업 가치가 높은 회사들을 분석해서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책이다. 근데 이게 2001년에 나온 책이거든? 근데 8년이 지난 2009년에 같은 저자(짐 콜린스)가 어떤 책을 내놓았냐? 'How the Mighty Fall'(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다. 그 때 적었던 위대한 기업들이 8년이 지나고서는 거의 없더라는 거다.
가치주라는 프레임으로 주식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것을 맹신하기 보다는 지금은 가치주라 하더라도 그것이 나중에는 가치주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돈은 버는 거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 듯, 기업도 올해 대박 내는 것보다 꾸준히 성장하는 게 더 힘들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전략의 요체이고. 그리고 가치주를 얘기하려면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에 관심을 두는 게 더 맞다고 본다. 그건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전체와 나스닥이나 S&P 500 지수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다? 주식 시장이 가치니 투자니 해도 내가 볼 땐, 투기의 시장이며, 심리 게임이란 얘기다. 괜히 가치주라 해서 좀 떨어져도 손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면 좋은 날 오겠지 하다가 물려서 장기 보유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
셋째
기울어진 운동장
최근에 읽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서도 느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걸 많이 느낀다. 직접 겪어보기도 했고 말이다.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종목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서 사뒀다. 그렇다고 오래 보유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서 시간 외 종가를 보는데 하한가로 되어 있는 거다. 이거 뭐지? 해서 뉴스를 살펴봤더니 악재성 기사가 떠있는 거다. 기사 발행 시각은 오후 5시 20분. 또 어떤 경우는 갑자기 주가가 장대음봉을 보이면서 후두둑 떨어지는 거다. 가뜩이나 많이 떨어져 있어서 조금씩 매수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뉴스 보니까 대주주들이 지분을 차액 실현을 목적으로 판 거다. 자,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런 정보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 거라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다. 그럼 그런 정보를 내놓는 시기는 누가 결정할까?
주식의 오르고 내림에 영향을 미칠 정보는 기업 관계자가 제일 먼저 알 거다. 그리고 기업 관계자와 이해 관계가 있는 이들이 알겠지. 그렇게 정보를 먼저 취득한 이들이 이득을 볼 수 밖에 없는 게임 아닌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작전 세력은 존재한다고 보고(호가창 보다 보면 그런 거 못 느끼나?), 이미 스타트 선에서 그닥 유리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런 주식 시장에서 돈 잘 버는 이들은 뭐냐고 하겠지만, 그걸 잘 이용해서 단타나 스윙 매매하는 이들이니 그걸 배우면 된다. 중/장기로 보유하려면 글로벌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해외에서도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잘 가려서 하길 바라고. 근데 단타로 그렇게 노력할 거면 전업 투자자해야 한다. 근데 나는 만약 전업 투자자를 한다고 해도 국내 주식은 관심이 없는 게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나는 얻는 결과가 덜하다고 보기 때문이다.(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따지면 안 그럴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따져봤을 때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게 보여. 게다가 내 스타일이랑 맞지도 않고.)
해외 선물 하는 이들이 많이 하는 나스닥 지수를 보자. 이건 세력들이 개입할 수 있나? 세력들이라고 해도 연합을 해도 안 될 거 같은데,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를 갖고 만드는 지수인데 말이지. 그런 걸 갖고 하는 게 훨씬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 그렇게만 될 수 없겠지. 파월 연방준비은행 의장도 사람이니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갖고 활용할 생각 안 하겠냐고.(그의 말 한 마디에 지수가 엄청난 요동을 치는데) 그런 것처럼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개별 주식과는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외환 시장만 하더라도 전세계 수많은 딜러들이 매매하는 시장이고 주식 시장보다도 훨씬 더 큰데(일일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전체 주식 거래량의 100배 정도 된다. 선물 거래량의 46배 정도 수준이고.), 그걸 어느 세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차라리 주식보다는 이런 거에 투기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본다.
넷째
볼 게 너무 많다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 뭐 묻어두고 장기 투자(이건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하고 싶다.)라고 하면 모르겠는데, 그건 내 스타일에 맞지도 않고, 결국 단기 투자인데, 그럴려면 요즈음 유투브에 보면 수많은 기법들 난무에 성공 사례들 나와 있는 것만 봐도 알 듯이 봐야할 게 너무 많다. 종목도 발굴해야 하고, 해당 기업엔 어떤 재료(뉴스)가 있는지, 기업의 펀더멘털은 어떤지, 해당 기업이 속한 섹터 분위기는 어떤지, 나스닥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등. 볼 게 너무 많다. 제대로 하려면 전업투자자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좋은 주식 사두고 속편하게 잊어버리는 식으로 하는 게 낫고.
근데 나는 재테크하려고 했을 때 가졌던 생각이 나만의 매매 원칙, 매매법을 만들려고 했고, 그건 매우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이 발전해서 수많은 보조 지표와 매매 방법론이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거기에 큰 관심을 안 두었던 이유도 매한가지고. 그래도 멘사인데, IQ 높은 사람들이 잘 하는 게 패턴 찾는 거거든. 누군가가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해도 그걸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내가 해보면서 만들어가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나만 갖고 있는 방법이 아니겠지만 중요한 건 방법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방법이라 하더라도 여러 상황 속에서 내리는 상황 판단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여튼 그래서 나는 심플해야 하는데 국내 주식은 볼 게 너무 많아.
장기 투자로 하려면 해외 주식이 더 낫다고 보는데, 그거는 돈이 많아서 헷지 관점에서 돈을 분산해서 투자할 때 필요할 듯 하고 내 입장에서는 단타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볼 게 너무 많고. 뭐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는 있다만, 지금까지 열거한 이유들 그리고 비교해보면 국내 주식보다 훨씬 나은 게 있는데 굳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가 원했던 건 시스템이다. 내가 필요할 때 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 전업 투자자로 매일 호가창 보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필요한 돈을 만들 때 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국내 주식은 나랑 안 맞더라는 거. 게다가 해외 주식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해외 주식은 나중에 헷지 관점에서 할 생각이긴 하다.
그래도 국내 주식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매매하는 거에 대한 부분이나, 또 초심자가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서 경험해보기도 하고. 나도 인간이기에 그런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시간이면 더 많은 걸 배우고, 같은 걸 배우면 더 빨리 배우는 게 낫지 않겠어? 이제 이런 거에 입문한 지 1달 반 됐나 싶지만 그 사이에 정말 많은 걸 배우고 테스트하고 또 나만의 뭔가를 만들어가는(앞으로도 계속해서 몇 가지를 더 추가해나가겠지만)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동안 이것 저것 찾아보고 이리 저리 해보느라 거기에 집중해서 다른 데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지만 이제는 조금 마음의 여유도 생겼네. 자신도 있고. 여기에만 올인할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그간 고생했던 거 같다. 이제는 그걸 하나씩 적용시켜 나가되, 그동안 소홀했던 것들을 좀 챙겨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앞으로도 더 공부하고 알아가야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방향 설정이나 여러 정보들을 가려서 듣고, 내 것화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튼 나는 국내 주식은 관심에서 지웠다. 위와 같은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