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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히틀러 자살 전의 14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몰락-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포토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개봉일 2004,독일
별점
2007년 8월 12일 본 나의 2,668번째 영화.
IMDB 선정 최고의 영화 250편 143번째 영화.

왜 이런 좋은 영화를 이제야 알게 되었는가 싶을 정도로 좋은 영화다.
러닝 타임 2시간 30분여 정도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다.
매우 사실적인 전쟁영화다. 그렇다고 총격씬이 많은 영화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2차대전 영화라는 상식을 뒤집었다.
그것이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생각했던 2차대전 영화라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를 본 듯 하여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그 느낌들을 살려서 리뷰를 적으려고 한다.


이 영화는

히틀러가 자살 하기 전 14일여의 벙커 생활 동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처음과 마지막에 증언 모습이 나오듯이
(마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이) 이 영화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동명 원작및 이 영화 초반과 마지막을 장식했던
히틀러의 비서 트라우들 융게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증언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완벽한 사실은 아니더라도
(과거라는 것은 해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수전 손택이나 도올의 말에 잘 나와 있으니 굳이 얘기 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허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실적 묘사라고 굳이 따로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놀랬던 것 중에 하나가 히틀러 역을 한 배우 정말 정말
소름끼치도록 연기를 잘 한다. 정말 히틀러답게 몰입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나 이 영화를 통해서 2006년 제26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받을 만 하다. 정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전선에서 자신이 믿는 참모가 항복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핏대를 세워가며
분노를 하는 히틀러의 모습은 정말 실제 히틀러인 양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몰랐던 히틀러의 모습들

1. 히틀러는 수전증을 갖고 있었다.
영화가 증언을 토대로 했으니 이 부분 사실인 듯.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부분이다.

2. 항복이라는 것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참모들이 항복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자살을 하기 전에 부탁을 한다.
자신의 신체가 살았든 죽었든 적의 손에 넘기는 것조차 꺼리기 때문에 불태우라고.
또한 자살 직전의 작전 회의에서 하는 마지막 명령이 이거다.
"항복 하지 마라."

3. 국민보다 자신의 야망에 심취했다.
막판에 보인 그의 모습들은 독일국민 운운하고 있지만
독일국민을 위한다기 보다는 오직
자신의 야망과 자신의 독단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독재의 폐단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4. 그에게는 추종자가 많았다.
영화에서 초반과 후반에 증언하는 사람으로 나온
실제 히틀러의 여비서야 당시 어렸으니까 뭘 알고 그를 따랐을까 싶지만
최고 참모진들은 절대적으로 히틀러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있었다는 점.
그가 틀렸든 옳았든 그와 함께 하려고 했다는 점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짐작건대,
이러한 모습들로 히틀러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으되,
리더로서는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가 국민을 생각치 않고 자신의 야망에 심취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어찌보면
자신은 잘못되어도 자살할 각오를 하고 있고
항복이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존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결국 독재의 폐단이라는 것이다. 남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겠지 하는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인 소박한 실재론이라고 보인다.

만약 그가 리더답지 못했다면 막판에 충분히 반란을 일으킬 소지는 있었다.
그의 생각에 반하여 베를린을 탈출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전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참모들도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끝까지 남아서 최후에는 자살을 했다.
이런 것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래도 히틀러는 리더였다는 것이다.

단, 이런 카리스마형 리더에게는 갖지 못하는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데 해도 그것을 굳이 얘기하지 않는다.
리더가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독단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잘못된 히틀러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항복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끝까지 싸우는 히틀러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그였기에
그만큼 추종자들도 많았고 그런 참모진들을 거느릴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자살하기까지의 과정들

자살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다.
이것을 히틀러의 관점이 아니라 히틀러 여비서의 시점에서 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의료참모들을 부르는데 그것만으로는 결코 히틀러가 자살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왜냐면 워낙 참모들 호출해서
얘기하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참모들과 얘기를 하는 것을
여비서가 우연히 엿듣게 된다던지 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그럼으로 인해 자살을 준비하는 과정들을 매우 3인칭 시점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제3제국 건설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모든 참모들이 이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판단은 옳았다고 하면서
자신있게 얘기한다. "봐! 곧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꺼야."
그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는 보고를 듣고 난 후에 히틀러는 매우 조용히 자살을 준비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 보이는 바로는 만약 전쟁에서 지게 된다면 차라리
내 머리에 총알을 박고 죽어버리겠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자살할 때가 되었다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의료참모를 불러 자살의 방법을 자세히 얘기하고(정말 죽음에 대해서는 초연한 듯)
자살하는 날 아침 식사 후에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이제 끝이라고 얘기하고 일어나고
최고 참모진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항복하지 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악수를 한다. 헤어짐의 악수를...
그런데 이런 과정들이 어떤 오버 액션이나 영화적 연출이 들어가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적인 묘사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글로 적고 나니 마치 멋지게 죽으려고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최고 참모진들과의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 친위대 부관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의 신체를 적들이 수거하는 일이 없도록 불질러 달라고 그 역할을 꼭 해달라고.

역시 리더는 이렇다. 옳든 그르든 리더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줍잖은 존심이라고 생각하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이성적인 행동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영화 속에서 보이는 벙커 생활은 실로 놀라웠다.
이성을 갖고 행동하는 듯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이야 밖에서 포탄이 터지든 말든 자기만 안 다치면 뭘 알겠나 싶지만
참모들이 음악 틀어놓고 춤을 추고 술 먹는다. 밖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자신의 병사들이 죽어나가는데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이미 죽음을 예견하고 포기했다는 것의 반증일까? 사실 좀 놀라웠던 부분이다.

그런 반면에 또 이미 이 전쟁은 졌다라는 것을 판단하고 있음에도
히틀러에 대한 충성은 변하지 않는 참모들 또한 놀라웠다.
죽음을 같이 하겠다는 그 의지 매우 높이 산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것은 공보장관 괴벨스의 식구들이다.
자신의 처와 아이들까지 벙커로 불러들여 생활을 같이 하면서
마지막에 공보장관 괴벨스의 처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다.

캡슐로된 독약으로 말이다. 그것도 미리 아이들이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약을 먹이고 난 후에 한 명씩 한 명씩 캡슐을 입에 넣고 턱을 밀어서
캡슐을 깨뜨려서 죽인다. 이미 수면을 할 수 있게끔 약을 먹일 때
장녀로 보이는 딸은 죽음을 예견한 듯 마시지 않겠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병 걸리지 않게 하는 약이니 한 모금씩 마시라고 한다.)

부성애와 모성애는 다르다. 자신의 배 앓아서 낳은 자식을
그렇게 죽인다는 것은 얼마나 엄마된 입장에서 가슴이 아픈 일일까?
그런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그리고 문을 닫고 돌아서서
공보장관 괴벨스와 마주친다. 괴벨스는 달래려고 다가가나 모른 척 하고 지나간다.

자신의 자식들을 죽일 정도로 그들에게는 이념이 중요했고  
히틀러라는 존재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일만 했던 것일까?
그리고 공보장관 괴벨스는 자신의 처와 서로 응시를 한 가운데
처부터 먼저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너무 비극적이다.


말 말 말

1.
공보장관 괴벨스의 처가 히틀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히틀러 : (뱃지를 달아주며) 당신은 제국의 용감한 어머니요.
괴벨스의 처 : 당신은 절 독일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자식들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잘못된 생각이 낳은 결과라는 생각에 안타깝다.
자신이 죽는 거야 그래도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2.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공보장관 괴벨스에게 찾아온 한 장군과의 대화

장군 : 그들은 전투경험도 없고 좋은 무기도 지급되어 있지 않아요. 그들의 최후 승리에 대한 무모한 믿음이 돌격을 하게 하고 있습니다. 장관님, 무기 없이는 이자들이 싸울 수 없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무의미할 겁니다.
공보장관 :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아! 이것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그들은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댓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너무 무책임한 말인 듯 하다. 12살, 14살 어린아이들이 전쟁에 대해서 뭣도 모르고
그냥 총을 쏘고 대공포를 쏘면 되는 아이들이 승리를 확신하면서 싸우는 와중에
장관이라는 사람이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3.
마지막에 실제 클라우들 융게가 나와서 하는 얘기다.

젊음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하는 말인데, 그 당시 22살이었던
클라우들 융게가 멋 모르고 히틀러의 비서로 취직(?)해서
히틀러에 연민을 느끼고 그의 옆에서 일을 했지만 그런 것들이
단지 나이가 어리고 철없었다는 얘기로 변명이 안 된다는... 정말 멋진 말이다.


전쟁의 비극

어떠한 전쟁영화라도 다 반전영화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는 비극적인 부분들이 매우 잔잔하면서도 강하게 주고 있다.
여느 영화들은 그 비극적인 것이 고어적이다.
피가 튀기고 잔인한 장면 연출을 통해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 별로 없이 매우 비극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이 뭣모르고 이 곳을 지켜내겠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결국에는 죽게되는 것이라든지(죽는 장면은 안 나온다. 다만 죽어있는 모습들이 나올뿐)
마지막 순간에 동료를 쏘고 자신도 자살하는 장면이라든지(종종 보인다.)
한 사람이라도 아쉬운 판국에 명령을 불복종했다고 처형을 하는 것이라든지
등등 인간의 죽음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하찮은 가치로 전락되는
전쟁의 모습들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다.


끝으로

정말 재밌게 봤다. 단지 재밌게 봤다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가끔씩 다큐멘터리성 전쟁 영화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썸타임즈 인 에이프릴>이라든지 <거북이도 난다>라든지...
이런 영화를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각박한 지금의 세상에서의 욕심도 부질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을 뿐이다는...

*   *   *


만약에 당신이라면 벙커에서 나와서 어디로 가야한다면 어디로 갈텐가?
예를 들어 서울이 함락되고 폐허가 되었고 전화도 안 되고 가족들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디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겠느냔 말이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여비서 트라우들 융게와 어린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가로수길(?)을 달리는 장면인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디로 갈까???

*   *   *

마지막에 크라우들 융게와 꼬마가 기차역을 지나갈 때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그들이 못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스쳐지나가는 장면들 중에 철십자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철십자 훈장>이라는 영화에서도 보이는 부분이지만 그게 죽음과 바꿀 만한가?

*   *   *


이 영화는 독일 영화다. 독일에서 만든 영화지만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만큼 독일은 이런 역사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면서 반성을 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이다. 그에 반해 쪽빠리 새끼들은 아직도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역시 섬나라 미개한 문화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독일 개봉 당시 독일 박스 오피스 1위였던 작품이란다.

*   *   *

- [YTN] "히틀러, 자살전 동료들과 악수" : 영화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