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러 내려오다 보면 보통 계단 중간 즈음에 구걸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헤밍웨이님이랑 맥주 한 잔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던 중에
구걸한 자리에 물건들은 있는데 사람은 없는 특이한 경우를 봤다.
먹을 것도 있었고 짐도 있었는데 사람이 없더라는... 어이가 없었다.
화장실을 갔나 싶기도 했는데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고 코너로 돌아가기 전까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막차탈 즈음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각이었기에
내심 누가 들고가면 어쩌려고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대단한 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사진에서 보면 귤도 있다.)
지켜주려다가 막차 놓칠까봐 갈 수 밖에 없었다.
날씨 추워지면 사실 이런 분들 고생 많이 하실텐데...
최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서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내 주변에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연말 전에는 조금 보탬이 되어보려고 생각하고는 있다.
사실 초등, 중등 시절에는 내 짝궁들 중에는 정신 지체아가 꽤 있었다.
놀림 당하는 그런 애들을 인간적으로 잘 챙겨줘서 나를 잘 따랐고
어머니께서 얘기해서 도시락 두 개를 싸서 하나를 주기도 했었고(매번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토요일과 같은 경우에는 집에 데리고 와서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었다.
다른 애들은 짝궁이 되기 싫어했지만 나는 그런 거 별로 마다하지 않아
선생님이 내 옆자리에 앉혔던 것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바늘로 쿡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냉혈한으로 생각해도
매우 정에 약한 사람인지라 안 된 경우를 보면 내가 나서서 돕는 스타일이다.
가끔씩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책을 덮고 유심히 살핀다.
나름 행동 하나 하나, 나눠준 종이 위에 적힌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읽는 편이다.
그리고 나름 파악해서 도와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한다.
그렇다고 거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5,000원까지 내본 경험이 있다.
여름철 일산 라페스타 거리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참 많은 할머니들이
껌이며 떡이며 들고와서 사달라고 한다.
그래도 구걸은 아니기에 이런 경우 나는 왠만해서는 사주는 편이다.
근데 일산은 좀 심하다. 그거 보고 계속 다른 분들이 오셔서 다받아주기가 버겁다.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다른 사람이 돌아가면서 사주다가도
그게 회수를 거듭하면서 짜증이 났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였다.
저번주 주말부터 날씨가 갑작스럽게 쌀쌀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만끽할 겨를도 없이 지나가버리고 벌써 겨울이다.
못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참 버티기 힘든 계절이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많이 따뜻해졌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이번 겨울에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나 빈민들을 위해
뭔가(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의미있는 일 하나라도 꼭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