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인문학?
이 책은 SERICEO에서 저자가 CEO를 상대로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을 통해 강연했던 것을 책으로 엮어서 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 구성이 여러 테마를 갖고 옴니버스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분들 중에는 '이게 인문학 책이야?'라고 생각하거나 '깊이가 없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싶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거나 전공자들을 만나보면 해당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에 들어봄직한 얘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인간이 만든 틀에 스스로를 옭아매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런 정통성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을 하는 바이다. 그것이 없이는 根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진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한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 자체이다.' 인문학도 그런 의미에서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본다. 미술에서 응용 미술이 있듯이 말이다. 이는 최근에 많이 화두가 되는 컨버전스, 통섭, 통합 이런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이 책의 장점
일반적으로 접하기가 꺼려지는 인문이라는 것을 경영이라는 것과 잘 접목시켜서 쉽게 읽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사실 경영에서 궁극의 문제는 사람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경영자들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겠지만 일반 대중들이 인문에 대해서 접근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경영이라는 것과 인문이라는 것을 잘 접목했고 그 내용 또한 재미있으니 적어도 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제목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책이라기 보다는 강의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의가 재미있었다면 이 책 또한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고 그것이 이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검증된 강의(먹혀들었던 강의)를 책으로 엮어낸다는 거였으니.
이 책의 단점
너무 다양한 테마를 갖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옴니버스 식이라는 거나 책보다는 강의록에 가깝다는 것과 매한가지 말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읽히는 반면에 깊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깊이를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저자가 자신의 얘기보다는 전달자로서의 얘기가 많았다는 것 때문이다.
전달자로서의 얘기라 함은 너무 많은 책을 참조했다는 것이 느껴져서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공병호의 독서노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책을 참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책을 참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이 짤막짤막한 강의를 엮어낸 책이다 보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독서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정도였기에 하는 소리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부분이 이거다.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책의 내용을 얘기하는 데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그런 경향의 사람이다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책을 읽은 나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지성인이지만 강의를 엮어서 책으로 낸다는 컨셉으로 인해 그런 점을 지적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결국 재미는 있으나 깊이는 없다. 그러나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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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지만 이제서야 리뷰를 적는다. 리뷰라고 해서 별다른 내용은 없다. 정리라고 해서 별도로 하는 것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리뷰하고는 다른 성격이니까. 리뷰를 못해서 남들에게 주지 못하는 책이 아직도 쌓여 있다. 이제 막 독서를 끝낸 책도 많이 있는데 기존 리뷰들이 밀려서 최신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뭐든지 그 때 그 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밀리다 보면 이렇게 쌓이게 마련인 법이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적는 글 중에서 그래도 긴 글이었던 리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듯 느껴진다. 꼭 길게 써야 리뷰는 아니겠지만 한 책을 읽어도 할 말이 많은데 줄이고 있으니... ^^ 아무래도 조금씩 나눠서 짧게라도 많이 포스팅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어서 리뷰하고 이 책 또한 남에게 줄 생각이다. 예전에는 블로거들에게도 줬었지만 지금은 오직 독서클럽 멤버들 중에서 리뷰를 적는다는 조건과 오프라인 활동하는 멤버들에 한해서만 제공한다. 적어도 내 행위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냥 달라는 사람 관심 있는 사람 주기 보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책을 진정성으로 대하는 이들에게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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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인 스토리텔러,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러보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왠지 모르게 더 있어 보이지 않나? ^^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