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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블랙 스완: 우리가 믿는 것을 너무 맹신하지는 말자


한 책을 읽고 퍽이나 공존하는 생각을 정리하는 게 쉽지가 않다. 물론 어떤 책이든지 장단점이 있고 거기서 얻을 것이 없는 책은 거의 없다. 다만 내가 비판하는 책은 장단점 중에서 단점이 더 많거나 그 단점이 자칫 읽는 이로 하여금 왜곡된 의식을 심어주게 한다거나 하는 경우 등의 비판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가려서 읽는 편이고 참조 도서가 아닌 이상은 어지간해서는 남들이 좋다해서 읽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언젠가 아주 체계적으로 공개할 때가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요즈음은 어쩔 수 없이 읽어야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하지만... ^^ 그런데 이 책은 퍽이나 상반된 생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읽으라고 권하고는 싶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은 면도 있다. 왜냐면 내가 읽으라고 권하는 부분은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부분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불필요한 부분이 많은 470페이지짜리(실제 내용은 472페이지에서 끝난다.) 책을 권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얻을 것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게 마지막 내린 결론이다.


검은 백조: Black Swan


이미 기존 글에서 검은 백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면서 이 책을 추천했다. 그러나 사실 검은 백조 난제(Black Swan Problem)이라고 해서 데이비드 흄이 귀납법을 통해서 생기는 문제를 지적할 때 사용했던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위의 두 포스트로 설명을 대신하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저자는 예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대비하라고 한다.

물론 책 전체를 읽다보면 어느 정도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언급을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자들, 통계 수치들, 복잡한 금융 공학에서 적용되는 많은 이론들을 다 무시하는 다소 무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나도 갖고 있었던 생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내가 KTV 촬영 토론에서도 지적했던 부분이다.

이 책에서 꽤나 설득력 있고 들어볼 만한 부분은 다음의 검은 백조의 세가지 속성이다.

1. 존재할 가능성을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극단값, 희귀성]
2. 일단 검은 백조가 나타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충격을 준다.[극심한 충격]
3. 검은 백조가 나타나면 인간은 검은 백조를 예견 가능했다고 한다. [예견의 소급 적용]

이 책은 금융 위기 이전에 나온 책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에는 금융 위기라는 상황적 배경을 도외시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이 책이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금융 위기는 위와 같은 검은 백조의 세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하는 특성 세번째는 이미 여타의 심리학 서적에서도 잘 언급되는 것으로 나는 <프레임>이라는 책을 통해서 정리한 글이 있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이전에 내가 많은 경영서를 탐독하면서 어느 순간에 느낀 점이 있어서 정리한 글 속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 있다.

프레임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공교롭게도 저자도 세번째 특성을 언급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이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련해서도 이와 똑같은 망상이 작용하는 것을 목격했다(p55)"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나도 갖고 있었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 저자

가끔씩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맘에 드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직설 화법을 좋아한다. 그래서 돌려서 얘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비판을 해도 아주 직설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가끔씩 그런 책을 접하게 되면 저자가 퍽이나 맘에 들어하곤 했다. 그 내용이 어떻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두고라도 말이다. 이 책 이전에 이런 느낌이 들었던 책이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었다.

파킨슨의 법칙
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김광웅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이 책에서 내가 저자를 맘에 들어하게 만든 두 부분이 있다. 명품을 입고서 책 한 권 읽지 않는 성공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부분과 일등석에서 옆자리에 앉은 럭셔리한 여성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을 때 자신의 직업은 리무진 기사라며 최고급 차 아니면 몰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부분이 그렇다.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무엇이 중요한 지를 모른채, 자신을 꾸미는 명품 옷이나 학벌, 직책, 직위, 돈 등으로 사람을 지레짐작 판단하는 수준 낮은 것들에 대한 일침인 듯 하여 그런 맘에 들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인간인지라 그것을 탐하기도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서 너는 얼마나 가지고 있어?"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해주는 얘기들이 있다. 여기서는 굳이 밝히지는 않겠지만 예전에 부모 잘 만나서 놀면서 통장에 기십억을 갖고 있는 사람과 같이 하게 된 자리에서 꼴사나운 꼴을 못참고 몇 마디 말로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준 적도 있다. 묵사발을 만들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정말 초라하게 생각하게끔 만들어줬다는 거다.

적어도 정량화할 수 있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에 걸맞는 정성적인 것도 풍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게 꼭 지식을 축적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교양이라든지 인간미와 같은 것들. 요즈음과 같이 지식이 돈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시대에서는 그런 게 사실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저자는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리뷰 초반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상반된 생각을 갖게끔 한다. 이것은 저자에 대한 나의 시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자신의 주장이 너무 강하다 못해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장이 강한 것은 지적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런 것을 매우 반겨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주장을 뒷받침 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기 저기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기술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적 받아 마땅한 부분이 꽤나 있다. 그리고 그런 오류를 범하면서 상대는 아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상대는 지금 시대의 주류로 형성하고 있는 학자들을 말한다. 그러니 맘에 안 들 수 밖에. 조금은 밸런스 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류가 없으면서 강한 주장을 했다면 정말 맘에 들었을 텐데...

그래서 KTV 촬영 토론에서 패널들에게 질문을 넘길 때 했던 질문들이 있다. 사실 나는 패널에 경제학자들만이 나왔는지 몰랐다. 경제학자들이었다면 이 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기에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들추어서 질문을 했을 것인데 그게 사뭇 아쉬운 점이다. 어쨌든 내가 만들어서 건네준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다. 촬영할 때는 3번만 질문하게 되었지만...

1. p228~p229에서 제시된 카지노의 검은 백조 사례에서와 같이 검은 백조는 예견하기 힘든 돌발 변수에 의해서 기인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극단의 왕국에서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을 예견하는 것보다는 평범의 왕국에서 통제 가능한 변수 그리고 일어날 확률이 많은 것을 예견하는 것이 좀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적어도 카지노 사례에 제시된 검은 백조는 정말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고 그것은 예견이 불가능하다기 보다는 예견을 하면 너무나 무한대로 나오기 때문에 예견의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건 인간은 예측을 하려고 하는 동물이라는 가정하에 하는 질문)

2. 주식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래프를 보면서 얼토당토 않은 법칙을 만들어내고 그 법칙으로 주식의 변동을 예측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하는 전형적인 루딕 오류라고 생각을 하는데 문제는 절대 다수가 그런 법칙들을 신뢰하고 행동하기에 그로 인해 주가가 변동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3. 네트워크 이론, 복잡계 이론, 글로벌 경제에서 보여주듯이 점점 불확실성은 커져 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탈레브의 얘기는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유의를 한다면 검은 백조가 출현할 조짐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미시적인 관점(카지노 사례나 주식 시장 사례)에서는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에 얽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분명 책 초반에는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대비하라고 하지만 뒷부분으로 가면 검은 백조의 출현에 대한 조짐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건 거시에서나 가능하지(왜? 서서히 진행되니까)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리고 실제 자신이 언급한 예에서도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예를 들었다.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는 책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내려고 많은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형식에 맞게 제출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출판을 포기하고 원고를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영세 출판업자가 찾아와서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자에게 그다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게 아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이 영세 출판업자는 빌딩을 세웠다면서 이 책 자체가 바로 블랙 스완이라고 언급한 기억이 난다.

책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안 나 뒤적거리기 귀찮아 안 찾아보고 적는 거라 이 책 자체가 바로 블랙 스완이라고 한 것이 나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책쓰기 과정에 대해서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포시킨 내가 보기에는 어떠할까? 나라도 안 받아준다. 왜냐면 책 너무 산만하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 책으로 낸다는 것은 출판업자의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근데 단순히 이 책이 대박이 나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결과만을 두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나름 똑똑하긴 하지만 정말 글은 산만하다. 게다가 사족이 많다. 그 사족이 재미를 주는 사족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얘기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핵심은 매우 명확한 반면 그 핵심을 부연설명하는 게 좀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다듬어서 300페이지 정도 수준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훨씬 더 나은 책이 되었을 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하다. 책을 많이 읽은 독자의 시각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해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적고 나서 다음번 책은 400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고 한다. 어떤 책을 적을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이건 들은 소리다. ^^


마지막으로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적다 말았었다. 길어질 거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적고 싶지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감성적인 자극이 되어야 글이 막 쏟아져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냥 평온한 가운데서는 이렇게 긴 글 별로 적고 싶지가 않다. 더더군다나 오늘 집필을 하느라 조금 신경을 썼더니(이 정도 수준이면 2주면 책 다 적는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일들도 있으니...) 글을 그다지 적고 싶지가 않다.

자기 전에 리뷰 하나 적어두고 자려고 했는데 이렇게 좀 길어졌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있지만 중간에서 끊어버리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면 이런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충분히 들어볼 만한 얘기가 담겨 있다. 그것은 확실하다. KTV 촬영에서 패널로 나온 경제학자들이 이 책을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얘기했다고 들었는데(난 토론 촬영 이후에 방송 보지도 않았다.) 우선 그네들이 빠진 우물을 스스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그런 지적을 안 당할 꺼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는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분명히 들어볼 만한 얘기는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 책의 내용을 비판적인 시각에서도 보면서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파악하여 그것도 내가 고려해야할 하나로 두어야지 이것 자체를 또 맹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치우치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극단의 왕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밸런스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고 읽기를 바란다.

두껍고 다소 지루한 면도 있고 쓸데없는 얘기도 있지만 이 책에는 분명히 들어볼 말이 있다. 오류가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해볼 만한 많은 사례가 더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추천한다. 이 글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짤막하게나마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언제할 지는 나도 기약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나 지금 졸려서 빨리 마무리 하고 자야된다. 괜히 리뷰 올리겠다 했다가 사서 고생하고 있는 중이다.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T.T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동녘사이언스

  • Favicon of http://radiostar.textcube.com BlogIcon radiostar11 2009.02.26 06:08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지금 리뷰로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 (기업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시장 조사를 안하는 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인 즉슨, 결국 소비자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있고, 사용하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없다 라는 이유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핸드폰을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기업은 실패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성공도 몇번 경험했다고 하네요.

    아예 시장 조사나 측정 수치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만
    너무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중용의 미와 비슷할까요? ^^;;
    참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숲을 보되, 나무를 보고, 나무를 보되 숲을 봐라
    라는 어떻게 보면 참 모순적인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ㅎㅎ

    470페이지라니 좀 부담스러운 양이기도 합니다만 오늘 저녁에 서점에 가서
    질러봐야 하겠습니다 :)

    • Favicon of https://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09.02.26 12:15 신고

      일본의 그 기업 사례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인 듯 합니다. 절대라고 하기 보다는 가급적이라고 했다면 그래도 가릴 줄 안다는 뜻인데 절대라고 하면 아예 보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때로는 시장 조사를 해야할 필요도 있는데 그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릴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게 중요하겠지요.


      시장 조사나 측정 수치를 볼 때의 핵심은 그것을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래프로 결과만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어쩄든 님께서는 제대로 제 리뷰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또 한 번 느껴보시고 리뷰를 적으시면 트랙백 부탁드립니다. 모순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접점은 있습니다. 모순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요. 제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풀어나가고 있긴 하지요. 많이 생각해본 부분인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