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책상 정리하다가 책상 한 켠에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문재 이성근 화백의 그림이 새겨진 컵이 들어있는 상자.
작년에 10월에 열렸던 디너 콘서트에 얼떨결에 참석했었는데
그 때도 받았고 이후에 사석에서도 받았던 컵이다.
사실 나는 예술(藝術)에 예자도 모르는 녀석이다.
그래서 왜 내가 거기에 가야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오라고 해서 간 것인데 그 때 봤던 디너쇼에서
뭐랄까 나는 여기에 있을 곳이 못된다는 이질감(?) 뭐 그런 것을 느꼈었다.
뭐랄까. 예술과 자본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 재테크의 수단 미술품.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렸던 디너쇼. 호텔이라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난 왜 호텔에서 나오는 스테이크는 고기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
돌판에 삼겹살을 구워먹던지 하는 게 고기 먹는 거 같다는...
그 때 퍽이나 많은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내 테이블에는 내가 아는 이 아무도 없었다.
꾸역꾸역 스테이크 씹어 먹으면서 남진과 화춘화의 공연 보고.
난 아무리 그래도 원더걸스가 더 좋은디~
남진 공연 처음 봤는데 카리스마 확실하게 있는 가수였고
정훈희의 '꽃밭에서'는 어린 내가 들어도 명곡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마지막에 이인재가 나와서 그 날 이성근 화백이 직접 퍼포먼스로 그린 그림을
누구에게 줄 지 여부를 추첨했는데, 공교롭게도 테이블이 내가 속한 테이블.
그리고 당첨자는 내가 아닌 바로 옆사람. 아쉬비~ 예전에 태터캠프에서도
1등, 2등 남겨두고 2등 되더니만. 난 하여간 추첨에는 영 운이 안 따라준다니까.
옆에 계신 분 그냥 재미가 없는 듯 시간 때우는 듯 하시더니
당첨되니까 얼굴 표정이 달라지고 어린아이같이 좋아하는 모습에
그게 그렇게도 좋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이성근 화백의
작품이 꽤나 비싸단다. 이렇게 퍼포먼스로 그린 거는 모르겠지만
실제 작품은 몇 천만원 한다고. 뭐 듣기로는 반기문 사무총장 집에도 있다는 얘기가.
사석에서도 뵜던 이성근 화백. 이름이 나랑 비슷해서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라도
이름 기억하기가 무척이나 쉬웠는데 이성근 화백에 대한 재밌는 일화 한 가지.
(사석에서 이성근 화백에게 직접 들었음.)
원래 이성근 화백이 사람 구분을 잘 못한다고 한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전화가 와서 대화를 하고 끊고 나서.
갑자기 누군가가 떠올라서 그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했더니
방금 전에 통화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거.
이름과 얼굴 매치를 잘 못 시키고 목소리와 이름 매치도 잘 못 시켜서
누가 아는 척 하면 항상 그런단다. "아~" 그러면서 혼자서 무척 생각한단다. '누구지?'
뭔가 하나 특출난 능력이 있으면 부족한 능력도 있는 법. 그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