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의 평소 몸무게(88kg)를 따져보면 UFC에서 라이트 헤비급에 속한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는 84kg가 체중 상한인 미들급 경기다. 아무래도 추성훈이 몸무게를 빼고 미들급으로 출전한 듯. 예전부터 나는 추성훈의 경기를 보면서 좀 더 큰 무대인 UFC에서 뛰어주길 바랬다. K-1 Heros에서 매번 일본인들과 붙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UFC 데뷔전이고 사각의 링이 아닌 옥타곤에서 펼치는 경기였지만 생각보다 꽤나 잘 싸웠다고 본다.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맞대응하면서 타격을 펼치는 모습하며 어그레시브한 자세가 보기 좋았다. 다만 요즈음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경기 후반에 다소 떨어진 체력과 안면을 허용하는 펀치를 보면서 미들급에서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걸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아 CF도 찍고 우리나라에서 활동도 하지만 자신의 본업이 종합격투기라면 그 본업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번 경기 잘 싸웠지만 상대인 앨런 벨처가 미들급의 Top Class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는 보통 UFC 미들급 데뷔전의 상대로 꼽히는데 이런 선수들은 미들급에서 최상급이라 보기는 힘들다.
헤비급에서는 히스 헤링Heath Herring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예전에 프라이드 시절에는 세계 팔씨름 챔피언인 게리 굿리지Gary Goodridge가 그런 역할을 했다. 데뷔전에서 승리는 앞으로의 경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번 경기가 추성훈에게는 중요한 관문의 역할이지만 그래도 정신력 하나만은 정말 높이 살 만하다고 본다.
자신을 아는 팬 하나 없는 이국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추성훈은 엔터테인먼트의 생리를 매우 잘 아는 듯하다. 경기에 이기고 짐을 떠나 격투기에서 어그레시브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듯. 다만 현재 그가 속한 체급의 미들급에서 앞으로 만날 상대는 지금의 앨런 벨처와는 급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UFC 미들급
UFC 100을 통해 헤비급은 브록 레스너에게 평정이 되었고, UFC 라이트헤비급은 춘추전국시대인데 유망한 두 선수인 료토 마치다와 마우리시오 쇼군의 경기는 UFC 104(10월 24일) 열린다. 그리고 UFC 미들급은 현재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앤더슨 실바Anderson Silva가 있고 댄 핸더슨Dan Handerson과 반드레이 실바Wanderlei Silva도 미들급으로 전향했다.
비록 현재까지 1패는 K-1 Heros에서 MMA룰로 진행된 K-1의 입식타격가 제롬 르 밴너와의 경기지만 이제는 자기 체급에서 쟁쟁한 선수와 겨루어야 하기에 추성훈이 넘어야할 산은 매우 많다. 특히 추성훈은 같은 미들급 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다. 미들급에서 키가 작은 편에 속하는 반드레이 실바가 181cm, 댄 핸더슨이 186cm, 앤더슨 실바가 188cm다.
그만큼 키가 작다는 건 팔 길이(리치)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고 이런 신체적인 불리함은 단순히 정신력만으로 극복할 꺼리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자신만의 장점을 잘 살려서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해갈 수밖에 없다. 추성훈의 정신력은 지금 현재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너무 잦은 대외 활동으로 본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을 뿐.
앞으로 추성훈이 UFC 미들급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갈 것인지 기대된다. 개인적인 생각에서야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가주기를 바라겠지만 그건 지금 생각이고 앞으로 추성훈이 또 어떤 행동을 통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팬이지만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거다. 독종같은 모습을 보여준 추성훈 앞으로의 좋은 경기 모습을 기대한다.
상상해보라. 추성훈이 반드레이 실바와 경기를 한다면? 아주 재밌는 경기가 될 꺼다. 특히나 반드레이 실바는 지금까지의 경기를 통해 일본 선수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추성훈도 현재 UFC에서는 요시히로 아키야마로 일본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만큼 반드레이 실바도 매우 어그레시브하게 경기에 임할 것이고 추성훈도 여기에 밀리지 않을 것이니 난타전이 안 되겠는가?
만약 그런 경기가 펼쳐진다면 국내의 반드레이 실바 팬은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