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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허삼관: 원작보다는 감흥이 덜하지만 볼 만한 영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가 독서클럽 운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하는 하정우 감독, 주연의 영화다.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 나라도 '허삼관 매혈기'는 참 재미나게 읽었는데, 영화 <허삼관>도 원작과 같이 위트와 유머가 많이 담겨 있다. 그러나 확실히 텍스트를 통해서 오는 감흥과 영상으로 전해지는 감흥은 조금 다른 듯 싶다. <허삼관>의 경우, 원작이 더 나았다는 얘기. 그렇다고 <허삼관>이 영 아니다 그런 건 아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캐릭터 설정이 다소 바뀐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원작에서 많이 가져왔긴 하더라. 그래도 원작이 더 나아.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면서 영화로 제작되면 어떤 배우가 허옥란 역에 어울릴까 생각했더랬는데, 그건 중국/홍콩 배우 중에서였지 한국 배우에서가 아니었었다. <허삼관>에서는 하지원이 맡았다. 개인적으로 하지원을 데뷔 시절부터 꾸준히 봐오면서 아직까지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내겐 몇 안 되는 좋아하는 한국 여배우 중에 하나인 그녀가 맡아서 그런지 소박하지만 이쁜 허옥란 역에 잘 어울리는 듯. 


그리고 허일락, 허이락, 허삼락을 맡은 아역 배우들 참 귀엽다. 막둥이 허삼락이 입고 다니던 쫄바지 인상에 남는다. 엉덩이 툭 튀어나온 쫄바지 입고 싸웠다고 형 불러오러 뛰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 그려. 그 중에 허일락 역을 맡은 남다름이란 아역 배우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연기 잘 하네. 나는 아역 배우라 해도 연기 못 하는 아역 배우들 엄청 싫어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는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언급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게 가장 좋은 거여~ 자꾸 잘 한다 잘 한다 하면 진짜 잘 하는 줄 안다니까. 김새롬 같은 경우가 그렇다. 연기 정말 못해. 더 수련해야 할 듯. 얼마나 못 하면 내가 김새롬 나오는 영화는 거의 안 볼 정도.


그래도 <허삼관> 보면 평범한 우리네들의 가족 사랑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하정우의 코믹 연기(매우 진지한 코믹 연기)도 맛볼 수 있어 나쁘진 않았다. 근데 이거 원작이 평등에 대한 얘기라는데, 영화 <허삼관> 보고 이게 평등에 관한 얘기라고 느끼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도 그렇게 못 느꼈거든? 그건 내 소설 리뷰를 봐도 그렇게 얘기를 해놨었고.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영화는 재밌게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예고편



나의 3,456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