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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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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 2003년 12월 28일 읽고 적은 것을 기존 홈페이지에서 옮긴다.

원래 나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을 볼 바에는 만화나 영화로 보는 것을 좋아하고 역사 소설과 같은 경우는 다른 분류의 책들보다 좋아하긴 하지만 일반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물론 일반 소설을 읽으면 빨리 읽기 때문에 당연히 권수를 늘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다른 책들에 비해서 대화형 문구들이 많아서 한 페이지에 적힌 글자 수가 다른 분류의 책보다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꼭 그러한 것을 떠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읽어서 별 의미도 없고 그냥 재미로 읽을 거 같으면 난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만화에 맛을 들여서 이것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책 두께에 비해서 다른 여느 책들 보다 읽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유명한 소설인 줄은 남의 얘기를 듣고서야 알았다. 베스트 셀러라는 것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와 <>의 저자라는 것까지도 말이다.

우선은 저자가 참 맘에 든다. 이유는 기발하다.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 소설의 맛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책 뒤에 사진이 있는데 아마도 저자인 듯 하다. 왠지 모르게 밝힘증이 많을 것 같은 대머리에 웃는 모습이 느끼한 변태 성욕자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원래 천재들 중에 변태가 많다. ^^ 나도 변태니 천재인가? 근데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ㅋㅋㅋ

이 책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어나가는 단편 소설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에피소드들이 한 책에 실린 책이다. 마치 오 헨리의 단편집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 헨리의 단편집도 오래 전에 다 읽었던 책이지만 내 공식 기록으로는 취하지 않은 것은 오 헨리 책의 출판사가 어느 출판사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너무 많은 출판사에 단편집들이 있어서)

어찌하였든 읽으면서 재미라는 것을 느꼈다. 이 재미는 앎에 대한 재미가 아니라 저자의 상상력에 대한 재미였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비유에 대한 재미였다. 서문에서 어떤 에피소드는 무엇을 보고 생각해서 적은 것이다라고 하는 글을 보았는데 나도 한 때 책을 적으려고 기획을 많이 하던 때에 무엇이든지 보면 다 글로서 적을 꺼리가 생기는 듯 했기에 저자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갈 듯 하다.

어찌하였든 그의 상상력에 혀가 내둘릴 정도다. 그리고 그 정도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에 밑바탕이 된 해박한 지식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재미있어서 계속 책을 붙들 수 있었다는 점만 봐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분명히 한 번은 읽어보았을 듯 하고, 그렇기에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겠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누군지 그리고 이 책이 얼마나 잘 팔리는 책인지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 읽고 나서 소설에 대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고 저자의 소설에 대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한 저자가 맘에 들면 그 사람의 책은 죄다 읽어보려고 한다. 특히나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과 같은 경우는 소설도 아니고 삶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내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의 책은 보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다른 책들과 남다르고 설득력 있는 어조로 얘기를 했다는 것을 말하는데 김용옥 선생과 피터 F. 드러커의 책이 그러하다. 리영희 교수님의 책도 물론 그러하겠지만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책들이라 사실 추천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보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저자의 믿음이 강해졌다.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작가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런다고 소설을 맘대로 읽고 싶지는 않다. 허나 베르나르의 소설은 읽어봐야겠다. 재밌다. ^^ 항상 도움이 되는 책만 읽을 수는 없다. 사람이 항상 일만 할 수 없듯이 때로는 쉽고 재밌는 책을 읽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한 가지를 생각했다. 이건 소설의 내용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 문제다. 소설은 사지 않는다. 원래 나는 어떤 책이든 내가 사서 본다. 그러나 소설은 사서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빨리 읽는 소설을 사 보면 아마도 돈 무척 들 것 같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소설은 읽고 다시 읽지는 않을 듯 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Mar 08, 2007 추가)
당시에는 책을 사서 읽었던 때였으니 위와 같이 생각한 것이나 지금은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 빌려서 본다. 가끔씩 읽고서 사고 싶은 책이 있긴 하나 아직 사본 적이 없다. 이사를 하면 가장 무거웠던 것이 책이었을만큼 나름 책을 많이 갖고 있는 나였지만 책을 갖는다는 소유욕을 버린지는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