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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당구

이제 내 당구 자세가 완전히 정립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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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구장에 많이 다녔다. 4구 말고 3구 치러. 중대 말고 대대에서. 일주일에 1-2번 정도 가다가 거의 매일 다니다시피 했던 게 잡생각 떨쳐버리기 위해서였는데(혼자서 칩거하고 있으면 잡생각이 많이 들어서 당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래도 그런 잡생각 안 하게 되니까) 그러다 보니 배우는 자세로 다시 임하게 되더라. 지금은 예전만큼 가지는 못하지만(피곤해서) 그래도 시간 나면 간다.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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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대 입문하고 15점. 무사시 NDS-2 커스텀 큐를 구입하고 나서 17점까지 올렸었다. 물론 당시 활동하던 당구 동호회에 대대 수지 27점의 대마왕 형의 코칭 덕분에 그렇게 된 거긴 하지. 그 형 지금은 얼마나 두려나? 30점 정도는 치지 않을까 싶네. 그 때 활동했던 당구 동호회는 마두역에 있는 MBC 당구장으로 모임 장소를 옮기면서 내가 활동을 안 하게 된 지라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과 친하지 않은 건 아닌지라 가끔씩 내가 요즈음 다니는 당구장에 낯익은 사람이 보이면 그 때 동호회 활동 같이 했던 이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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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구장 다니면서 17점으로 시작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자세 교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뭐든 배우려면 기본기부터 다져야 하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당구장 다니면서 4구를 치다 보니 자세가 엉망이었지. 그거 고치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고. 몸에 힘이란 힘은 다 들어가고 말이지. 결국 자세 교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2~3년 정도 당구를 안 쳤기에 이번에 다시 들락날락하면서는 자세 교정 제대로 해야겠다고 맘 먹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서. 근데 가르쳐주는 이들이 다 제각각의 방법이 있는지라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 그러다 한 형을 만났지. 그 형은 얘기가 좀 다르다고 느껴졌거든.

대대 30점을 치는 형(4구는 1,000)이다. 형이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좀 되지만 뭐 사회 나오면 다 그런 거니. 내가 다니던 당구장의 최고수(프로를 제외하고)였는데, 내 큐를 보고 시타 좀 해보자고 한 게 계기가 되어 친해졌다. 내 수지로는 감히 한 게임 하자는 얘기를 하기가 뭐해서 친할 기회가 없었었지. 그 형이 가르쳐준 거 중에 내게 콕 박히는 한 가지가 있었다. 뭐냐면 당구는 큐로 수구를 때리는 경기가 아니라 큐 무게를 이용해서 수구를 미는 경기라는 게지. 그걸 깨닫고 나니 2점 올라가더라. 스트로크는 상당히 좋아지고.

그 형이랑 다른 당구장 다니면서(그 형은 일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당구장 사장들부터 고수들 거의 다 알고 있더라고.) 도장 깨기 식으로 처음 보는 이들이랑 게임을 하고 이기는 재미도 느끼곤 했다. 쎈 19점이었지. 17점에서 18점 올린 지 1주일 만에 19점으로 올렸었거든. 그래도 잘 맞더라. 사실 남자가 이 정도 수지면 어디를 가든 죄다 나보다는 고점자랑 붙게 되어 있다. 대부분 대대에서 치는 사람들이 20점~25점 사이에 많이 분포하니까. 고수를 상대로 승률이 50% 나오면 잘 하는 건데 나는 60~70%가 나왔었다.

#3
큐의 무게를 느끼는 자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뭔가 모자람이 있었다. 자세가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큐의 무게만 수구에 잘 전달하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일직선으로 미는 거고. 다만 얼마나 큐를 뻗어주느냐에 따라 입사각과 반사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스트로크가 필요한 거고. 그런데 큐의 무게가 안 느껴지는 날도 있고, 이 자세가 완전히 내 자세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항상 일정한 자세로 경기를 한다기 보다는 큐의 무게를 느끼면서 경기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지. 그러다 보니 다소 기복이 있었던 거고.

그러다 내 스트로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큐의 무게를 느끼면서도 자세를 정립하려고 하다 공이 잘 안 맞으면 자세는 신경 안 쓰고 큐의 무게만 느끼면서 공을 쳤는데 어느 순간 큐의 무게도 안 느껴지고 공도 안 맞고 그렇더라고. 그래서 20점으로 올렸다. 차라리 20점으로 올리고 더 집중해서 잘 치자는 생각에. 그러나 여전하더라. 슬럼프. 물론 그렇다고 해도 승률은 40~50% 정도 나오긴 했지만, 경기의 승률을 떠나 경기 내용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거다. 그러다 보니 당구가 재미없어지고 자주 안 가게 되더라고. 원인이 뭘까 고민 고민한 게 한 달 반 정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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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에 당구장 사장님(대대 28점)과 한 게임 치고 나서(물론 졌다.) 당구장 사장님이 이리 저리 코칭을 해주는데 뭔가 하나 와닿는 게 있었던 거다. 내가 최근에 당구장을 옮겼는데, 지금의 내 스승인 30점 치는 형이 옮긴 당구장으로 옮겼다. 거기 당구장 사장님이셨다. 거기는 자세 교정하기가 좀 수월하다. 왜냐면 내가 공을 치고 나면 동영상으로 리플레이를 해서 볼 수가 있어 내가 뭐가 잘못되었는 지를 파악할 수가 있거든. 아 큐를 비틀었구나. 아 큐를 내려 찍었구나. 그런 걸 확인 가능하다. 그러니 게임 중에 그런 걸 교정해서 게임할 수가 있는 게지.

그 사장님이 나와 경기한 후에 자세 교정 코칭이랑 두께를 맞출 때의 기준을 가르쳐줬는데, 자세 교정이 너무 와닿았던 거다. 사실 나는 내가 아는 거 남이 가르쳐주면 귀담아 듣지 않는다. 누군 몰라서 그렇게 치나 알면서도 안 되니까 그런 게지. 게다가 21점, 22점이 코칭하는 거는 아예 무시한다. 뭐 나랑 수지 차이가 그리 나지도 않는데 그리 아는 척을 하는지. 내가 볼 때 내가 자세 정립만 되면 금방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공 좀 맞는다고 아는 척을 하는 게 꼴보기 싫어서다. 나는 이런 경우 이렇게 친다는 걸 공유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지 하는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도 열받아서 내가 증명해주기도 했었지. 아무 소리 못 하더만. 하나의 배치에도 길은 여러가지고 두께에 따른 당점도 여러가지인 법인데 말이지. 이건 이렇게 쳐야 된다는 하나의 길만 알고 있는 게 오히려 나는 더 무식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고점자의 얘기는 일단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지. 그런다 해도 내가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코칭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그 당구장 사장님의 얘기는 좀 달랐다. 유투브 동영상, 책을 통해서 기본 자세가 어떤 지 내가 모르는 거 아니다. 그러나 나 혼자서 자세를 잡는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옆에서 조금 잡아주면서 코칭하는 사람이 있어야 수월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내겐 없다. 좀 알려주는 이들이 있어도 와닿지가 않았다. 그러니 혼자서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고 그러는데 경기 중에 잘 안 맞다 보면 점수 내기 쉬운 자세로 또 변경하면서 치곤 했었지.

근데 이번에 코칭받으면서(15분 정도 코칭 받았나?) 느낀 게 지금까지 세계 탑 랭커들의 자세들을 보면서 어떻게 자세를 정립해야 할까 고민했던 게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더라는 게지. 세계 탑 랭커들의 자세 보면 알겠지만 다 똑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헷갈리는 거지. 기본적인 정석 자세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조금씩 틀리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 듯. 그래서 나만의 자세를 정립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었는데 그 마지막 방점이 당구장 사장님의 코칭이었던 듯. 익숙치 않은 자세라 연습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이거다'하는 느낌이 딱 오더라.

그 동안 큐의 무게로 수구를 밀면서 스트로크 연습을 했지만 자세는 상황에 따라 좀 달랐다. 그래서 나름 자세를 정립하면서 큐의 무게로 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더라고. 그러다 이번에 교정한 자세는 그게 되는 거다. 그래서 들었던 생각. 이 자세로만 연습하면 기복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당구를 칠 수 있겠구나 싶었지. 내 스승인 30점 치는 형한테도 이제 더이상의 자세 교정은 없을 거 같다고 하면서 이틀 정도 연습했다. 연습구를 치면서도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집중해서 말이다. 조금씩 익숙해지는 게 느껴진다.

#8
내가 왜 자세에 이토록 신경을 쓰냐면, 멋지게 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일관된 자세로 일관된 스트로크를 구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자세가 정립되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스트로크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나는 그런 스트로크가 항상 구사되기 위해서는 내 자세가 정립될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었지. 물론 공의 배치에 따른 당점과 스트로크에 대한 정립은 계속 해나가고 있지만 아무리 그런다 해도 스트로크가 일관되지 않으면 공이 맞지를 않으니. 그걸 위해서 자세 정립이 필요했다.

게다가 자세에 신경을 안 쓰고 공을 치다 보면 고점자가 되어 알수는 많이 나올 수는 있을 지 몰라도 나중에 자세 교정은 더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그 자세가 굳어진다는 얘기. 그래서 20점 언저리에서 내 자세를 정립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원래 최근에 당구 다시 치면서 자세 정립과 20점이 목표였는데, 20점은 달성했고, 자세 정립은 이제서야 달성한 듯. 이제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9
그저께 내 스승과 간만에 당구를 쳤다. 원래 30점을 치지만 대회 출전하고 난 다음부터는 32점 놓는다 해서 32점 놓고 쳤다.(대회는 아쉽게도 8강에서 탈락. 6점차로 이기고 있었는데 8점 도리끼리 당했다는. 코리아 당구왕 춘천 대회에서. 다 마감이고 춘천 대회만 마감이 아니라 거기에 참여한 거였다.) 지금껏 그 형한테 딱 한 번 이겨봤다. 아무래도 스승이다 보니 편하게 가르쳐준다는 자세로 임하니 나랑만 치면 하이런에 베스트 경기가 되는 식인지라 내가 잘 안 치려고 한다. 그런데 그저께는 정립된 자세 테스트도 해볼 겸 치고 싶었다. 나보고 그러더라. 자신의 완패라고. 내가 한동안 잘 치던 때의 그 모습을 보는 거 같다고.

자세 정립하고 이틀 정도 연습하고 갖게 된 게임이어서 교정한 자세대로 했는데 그렇더라고. 물론 그 형이 그 날은 공이 안 맞아서 게임을 진 거지만 게임을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법. 내가 진다고 해도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난 상관이 없었다. 교정한 자세가 이제 내 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스트로크도 많이 안정되고 최근 슬럼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좋아졌기에. 스트로크가 좋으면 그만큼 편하게 치고 어려운 배치도 쉽게 풀어낼 수 있으니까. 이제 당구 다시 재밌어질 듯.

#10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도 자세가 완전히 정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앞으로 더 배워야 할 거라고 보지만, 적어도 크게 변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그동안 자세 교정하려고 참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거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니까. 이제는 공이 안 맞아도 자세에 신경을 쓰지는 않을 듯 싶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고 당구를 치면 공이 또 안 맞는다. 당점은 어떻게 두께는 어떻게 스트로크는 어떻게 결정한 걸 머리에 담아두고 예비 스트로크하면서 자신있게 내가 생각한 대로 밀어야 되는데 공이 안 맞으면 거기에 더해서 자세는 어떻게 어깨에 힘은 빼고 등등까지 생각하니 더 안 맞는 듯.

여튼 자세가 정립이 되면 적어도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 수지 좀 올라갈 듯 싶다. 그러나 안 올릴 생각. 꽉 찰 때까지는. 왜냐면 내가 다니는 당구장에는 수지가 꽉 찬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일산이란 지역의 수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 듯 싶어서 말이다. 또한 최근 슬럼프가 상당히 장기간이어서 그 보상으로 승률을 좀 많이 올려놔야지 하는 생각도 있어서 말이다. 그런다 해도 아마 이제는 시간에 비례해서 수지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자세가 정립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