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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별로인 영화라도 나에게는 달리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 영화 속 스토리에 뭔가 공감될 만한 요소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렇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나 이외에도 여럿이 후한 평점을 줬다. 나랑은 사뭇 각이 다른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경우에는 5점 만점을 줬을 정도. 허걱~ 내가 괜찮게 생각하는 영화인데 이동진 평론가가 좋은 평점을 준 영화 드물던데. ㅎ) 나는 가끔씩 결혼, 이혼, 사랑 이런 거에 대해 다룬 영화를 보곤 한다. 최근에 보고 있는 게 <결혼이야기>(2019)도 그런 맥락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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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어찌 저런 천박한 불륜을 로맨스라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보다 보니(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아님 내 상황이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나도 사실 모르겠다.)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였다. 특히나 매릴 스트립의 연기는 정말 ㅠ. 역시 명배우라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영화. 이처럼 사랑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많이 달라지더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은 달라지더라. 그리고 그런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행동도 조금 바뀌게 되더라.
#2
<우리도 사랑일까>에 대중화된 스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세스 로건이나 미셀 윌리엄스가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아니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케이트 윈슬렛은 아니란 얘기.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스토리의 힘만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주는 그런 영화다. <1917>이 서사적이었다면, <우리도 사랑일까>는 상당히 서정적이다. 그런데 그게 참 많은 공감과 생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게지.
#3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이다. 모든 여성 감독이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확실히 여성 감독의 작품을 보면 여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게 여성 감독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 찾아봐서 알게 되었다는. 여성 감독이다 보니 영화의 관점은 여성의 관점이다. 여러 상황을 여주의 관점에서 펼쳐나가고 있다는 얘기. 그래서 어쩌면 내가 젊었을 때 이 영화를 봤다면, 욕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공감할 부분이 많더라는 것.
#4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냐. 부부 관계에 문제도 없어. 그런데 불현듯 나타난 한 남자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렇게 무미건조한 몇 문장의 텍스트로만 얘기하면 뻔한 얘기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진 않다. 그 과정이 매우 볼 만하다.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아니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익숙함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신선함 때문일까? 그러나 신선함도 결국 익숙해지기 마련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보다 보면 이 영화가 말하는 바에 대해서(그게 감독의 의도일 지는 몰라도) 조금은 생각해볼 시간을 갖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은 이기적인 거라고. 살면서 겪어본 많은 여성들의 경우, 말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대부분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가는 경우가 많더라. 그리고 통상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택하는 게 편하다고들 한다. 그걸 두고 옳니 그르니 얘기하고 싶진 않다. 그냥 겪어보니 그렇더라는 걸 얘기하는 것일 뿐. 그러나 나는 남자라서 그런 지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택하는 편이다. 상대의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조건 그런 거 안 따진다. 오직 상대 그 사람만 볼 뿐.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나는 여주가 이해된다.
단순히 신선함 만으로 갈음하기 힘든 그 무엇. 신선함이 익숙함이 될 지언정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 그게 일시적 감정일 지도 모르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 적어도 여주는 전 남편에게는 상당히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자기 삶에 주체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그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사랑은 이성적 논리의 잣대로 해석을 할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리는 거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봤자 이성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느낀 대로 풀어서 얘기하자면 그렇단 게지.
#6
이 영화는 그래도 국내 타이틀을 잘 지은 듯. 원제는 <Take This Waltz>인데, 국내 타이틀은 <우리도 사랑일까>다. 원제가 상당히 은유적이라 그렇게 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 거 같은데, 국내 제목은 그래도 괜찮. 그렇다고 낚시질성 제목이라기 보다는 영화 내용을 잘 이해하고 만든 제목인 듯 싶다. 개인 평점 4점의 추천영화.
#7
여주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블루 발렌타인>의 히로인이다. 근데 나는 외국 로맨스(아시아권 말고)물 하면 레이첼 맥아담스란 배우가 떠오른다. 뭐랄까 여주가 너무 이쁘면 아무래도 비주얼적인 부분 때문에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평범한 우리네들과 같은 인물이면 왠지 모르게 내 얘기 같아서 그런가? 그렇다고 레이첼 맥아담스가 안 이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뭐 그런 생각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