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주일에 한 번 빠지지 않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일산 풍성한 교회 셀모임. 요즈음은 셀모임이라 부르는 데가 많더라. 내가 어렸을 적 교회 다닐 때는 구역예배라고 했는데. 나는 남D2 셀이다. 여기에 한서중앙병원 병원장이신 지구덕 집사님이 리더로 있어서 여기 소속된 듯. 여튼 셀모임에는 여자 한 명 없이 남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꾸준히 나간다. 주변에선 이해 못 하지? ㅎ
셀모임
보통 셀모임이라 하면 인근 지역에 소속되는 게 일반인데 나의 경우에는 진강이가 입원했던 데가 한서중앙병원이었고 이러한 연결 고리 때문에 나를 담당(교회에서는 섬김이라고 부른다)을 지구덕 병원장님으로 하신 듯 싶다. 근데 그게 신의 한 수라고 해야할까? 아마 지구덕 병원장님 아니었다면 내가 그렇게 셀모임 나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영이 맑으신 분.
셀모임은 보통 수요일에 하는데, 내가 속한 남D2셀은 의정부에서 한다. 일산도 아니고 의정부인데 잘 안 빠지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부터 하는 컨설팅도 일부러 수요일로 잡은 이유가 강남에서 컨설팅 끝나고 나면 거기서 바로 의정부까지 가려고 그러는 거다. 사실 일산에서 의정부까지 거리는 멀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외곽타고 가면 말이다.
그래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모여도 멀면 안 간다. 우로는 마포구, 위로는 파주 야당, 아래로는 김포, 부천, 부평 정도까지다. 물론 예전에 마케팅 회사 운영할 때는 강남을 자주 왔다 갔다 했으니, 강남까지는 그리 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은 일적으로 갈 일이 없다 보니 강남에서 모인다고 하면 잘 안 간다. 물론 시니어 패피 모임의 경우에는 간다만.
의정부까지 매주 수요일에 간다는 게 나란 사람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 보이지만 꾸준히 간다. 그만큼 나도 셀모임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종교적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사람보고 가는 거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 즉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남성 공동체 모임
교회에 등록하고 모임에 나오라고 했었던 적이 있다. 일산 가까이에서 하길래 참석했었는데, 그 때는 셀모임이긴 했어도 연합모임이었다. 즉 여러 셀이 함께 하는 모임이었던 것. 그리고 이번에는 모든 남성 셀이 연합해서 하는 모임(남성 공동체 모임이라 부르더라)이었고. 이 때문에 지난 주에는 셀모임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교회가 일산에 있다보니 이런 모임은 대부분 일산에서 하니 나는 가까워서 좋지.
근데 못 갈 뻔했다. 전날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설사하고 그러길래. 그러다 좀 괜찮아진 거 같아서 7시 모임에 5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가는 도중에 비가 많이 내리더라. 간만의 비라서 그런지 시원하고 좋대. 희한하게 교회에서 모임할 때는 비 오는 날이 많더라. 그리고 올해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비 오늘 날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처음에 모여서 아마 간소하게나마 찬양하고 기도했을 거라 본다. 나는 늦게 가서 그건 못했지. 근데 셀모임을 해도 예배만 하고 그렇진 않더라. 교제가 목적이라. 그러니까 믿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얼굴보고 서로 기도해주고 친하게 지내자는 성격이 강해.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매번 참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만. 이 날은 고기 구워 먹고, 충무 김밥 먹고 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주일에 교회 나가서 먹는 교회밥 정말 맛있다, 또한 모임에 나가서 먹는 음식도 다 맛있다. 이게 이유가 있다. 교회밥은 교회에서 비용을 대는 게 아니라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제공하는 거다 보니 정성이 들어가 있고, 모임에 나가서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셀 리더 또는 연합이거나 공동체인 경우에는 누군가가 기부하듯 정성껏 제공하다 보니 그런 거다.
앞줄 맨 왼쪽에 앉아계신 분이 내 고등학교 직속 선배님이시다. 12년 차긴 하지만. 그리고 앞줄 왼쪽에서 세번 째가 목사님(담임 목사님은 보통 부산에 계신다. 왜냐면 부산 풍성한 교회가 모태라서), 나는 앞줄 오른쪽 세번째.
이 날 모여서 식사하고 난 다음에 게임하더라. 4개조로 나누어서 미니 농구대로 자유투 대결, 칼 꽂아서 인형 튀어나오는 복불복 게임, 제기 차기, 스피드 게임, 4자 완성 게임. 거 생각보다 재밌대. 애들하는 게임인 듯 싶은데 대결하니까 재미도 있고. 나는 2조였는데, 우리 조는 2등 해서 교회 상품권 5천원권 받았다.(이건 교회 카페에서 음료 마실 때 사용할 수 있다.) 원래 거의 1등이 아닐까 했는데, 막판 가장 점수 많은 게임에서 3등하는 바람에 공동 2등을 했고, 2위 결정전에서 이겨서 단독 2위됐다. 그리고 경품 추첨. 신도들이 기부한 경품들을 나눠준 추첨을 통해서 나눠주는 거였는데, 난 수제 비누를 받았다. 다니면서 항상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는 나다. 그게 미안해서 나가는 건가? 나는 받으면 꼭 돌려주려고 하는 사람이라.
남성 공동체 모임 갔다 왔다는 걸 내가 모임장으로 있는 일산 지역 모임에 얘기했더니 여자 하나 없는데 재미없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ㅎ 뭐 그래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얘기했을 듯. 그러나 나이가 드니까 좀 달리 생각되는 게 많아지더라고.
아직 나는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다. 어떠한 경험을 해본 적도 없고, 이성적인 사고가 자꾸 거부를 하는 듯한 느낌? 그러나 교인들 중에는 똑똑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도 처음에는 나처럼 그랬다고 하고 또 경험한 부분이 있다 하니 그렇다고 해서 믿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 모임에는 꾸준히 나가지만 궁금하긴 하다. 그래서 지난 번 셀모임에는 나랑 지구덕 집사님 둘만 있어서 종교에 대한 이성적 얘기를 좀 나누기도 했었지. 다른 사람들 많을 때는 안 물어봤던(괜히 곤란해질까봐) 질문들. 그리고 요즈음에는 똑똑한데 기독교 신앙 생활을 하는 주변 이들한테도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근데 논리적으로는 답변이 맞게 와. 내가 생각치 못했던. 얼마나 나같은 사람이 많았을까 싶더라. 그러니 그런 답들도 하나 둘 켜켜이 쌓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 들고.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논리적 해석에 대한 신뢰보다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종교에 대해, 기독교의 교리의 변천 과정에 있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예를 들면 면죄부를 판매하게 된 계기)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를 더 지배하고 있는 지라 믿음이 강해서 모임에 나간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좋아서 나가는 거고 아무런 편견없이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나도 그들과 같은 신자가 될까? 궁금하긴 하다만, 솔직히 정말 내가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난다면 함께 종교 생활하면서 살아가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