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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Innovation)과 전략(Strategy)에 대해서

이 글은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의 저서 <성공기업의 딜레마>를 읽고 5throck님이 쓴 '혁신과 전략의 차이'라는 글을 읽고 적습니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면서도 저같이 하나를 보고 연상 사고를 많이 하는 경우에는 나름 정리를 해야겠기에... 정리하면서 얘기를 풀어봅니다.


혁신(Innovation)에 대하여

사실 누구나 혁신이라는 말을 들어서 직관적으로 모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것에 혼동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용어의 사용이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과 요즈음에는 너무 흔히 쓰는 용어로 혁신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Innovation이라는 말이 그 단어의 사전적인 뜻이 아닌 다른 분야에 접목되어 사용되던 것의 최초가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 Schumpeter)가 1932년에 하바드 교수로 있으면서 저술한 <경제발전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Economic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렸었지요.

그 이후에 많은 곳에서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접목하긴 했지만 그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크게 중요하지도 않지요. 왜냐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곳에 쓰이는 Innovation의 공통적인 내용들 중에 핵심 두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후에 관련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획기적인 변화
2. 그 영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것

그러나 위의 두 가지 정리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큰 영향이 어느 정도여야 큰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부분도 있고 '일시적인 것이 어느 정도 일시적이어야 하느냐?'라는 부분도 있습니다. 결국 계량화라는 부분에 있어서 어느 시점에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용어 자체에 얽매이는 것은 그다지 의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것은 혁신이라고 해도 그 시대 사람들이 혁신이라 부를 정도로 혁신적이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것이 되지 않는 것이겠지요. 또한 그런 혁신들이 훗날 혁신으로 기록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혁신들이 축적되어 100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해봅시다. 100년 뒤에 혁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그 수많은 크고 작은 혁신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혁신들만 혁신이라고 불리우며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또 혁신이라는 것이 꼭 인류사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기업의 관점으로 본다면, 인류사의 관점에서는 소소한 혁신이거나 혁신으로 취급할 만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에서는 의미있는 혁신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혁신이라는 용어 하나를 두고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혁신에 대한 이해는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후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두고 지칭하는 사후적 판단에 쓰는 용어라는 겁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이 아무리 결과를 두고 얘기한다 하더라도 인생처럼 과정만 있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너무나 빠르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사회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정말 대단한 혁신보다는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빠른 혁신이 필요한 때라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한방으로 뭔가 완벽한 것을 준비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차별화된 것으로 승부하면서 계속 변화해나가는 것이 어울리는 시대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바꿀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의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지금 시대가 이렇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라는 겁니다.


전략(Strategy)에 대하여

전략도 혁신과 비슷합니다. 1960년대에 기업에 전략이라는 것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오직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또는 사업에서 이기기 위한 경쟁 전략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힘들어지는 치열한 경쟁 환경이 되다 보니 그것 이외의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좀 더 멀리보게 된 것입니다.

사실 어떤 곳에서도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어디있겠습니까만 보통 경영에서 일컫는 전략이라는 것들을 살펴보다 보면 경쟁 전략, 사업 전략 만을 경영 전략의 Boundary 안에 두지는 않습니다. 인사나 조직에도 전략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것은 경쟁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혁신도 매한가지로 경쟁 관계로 해석해야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혁신과 전략의 기준

결국 전략이라는 것과 혁신이라는 것을 두고 얘기를 할 때는 그것을 좀 더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기준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전략은 과정이고 혁신은 결과라는 겁니다. 전략의 결과가 혁신적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위에서 혁신에 대해서는 전략보다 길게 설명하였으니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전과 똑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략은 항상 새로운 것이지요. 그 때의 상황에 맞게 변하고 부응해야 하는 겁니다. 그 결과로 나온 것 또한 새로운 것이겠지요. 그러나 혁신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새롭다고 해서 혁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향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롭다 해서 혁신이면 혁신 아닌 것이 없지요. ^^ 그리고 그 판단은 누가 어찌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판단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존속성 혁신과 와해성 혁신은 이런 의미에서 전략의 선택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전략의 결과가 기존과 차별화된 약간 다른 것이냐(이것도 새로운 것인 것은 사실입니다)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냐라는 선택 문제를 놓고 나름 얘기를 이끌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무리 와해성 혁신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전략을 만든다 한들 그것이 와해성 혁신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술을 두고 얘기하고 있기에 기술에서는 그것이 의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술에서는 명확히 더 나은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영처럼 더 나은 것이 무엇이다라는 것이 애매한 분야에도 혁신이라는 용어는 쓰이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은 전략 속에 넣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전략은 너무나 광범위한 개념이라 뭐라 얘기하기는 그렇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전략의 결과물이 혁신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혁신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혁신을 전략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또한 이것이 맞다 그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 지금껏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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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예전 생각이 떠오르는 군요. <집단지성>에서 말하는 Collective Intelligence, <대중의 지혜>에서 말하는 the Wisdom of Crowds, <위키노믹스>에서 말하는 Collaborative Mind. 세 개가 매우 비슷하면서도 보는 사람이 어느 분야의 전문가인가에 따라 조금씩 각이 틀렸던 용어들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