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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IT인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피플웨어"

피플웨어
톰 디마르코 외 지음, 박승범 옮김, 김정일 감수/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2007년도 읽을 도서 목록에서 읽지 못한 세 권 중의 한 권으로 2008년 1월 4일 읽은 책이다. 책을 중간에 읽다가 포기하려 했지만 끝까지 읽었다. 내용이 평이해서 쉬이 읽히긴 하지만 다 읽고서는 뭐랄까 개운치가 않은 책이다.

총평

이 책이 1987년도에 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당시에는 정말 대단한 책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진실은 What의 문제가 아니라 When의 문제라는 포스팅에서 생각한 것처럼 어찌보면 책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듯 하다.

이 책의 내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거다. 남들이 추천할 정도에 걸맞는 수준은 아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IT 인들에게는 현실감 있는 IT 프로젝트를 빌어서 설명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IT 프로젝트를 빌어서 설명한 것이 이 책의 독창적인 면이긴 하나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이 책의 저자는 IT 프로젝트라는 단위 태스크에서 적용한 관리 기술을 경영이라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매우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몇몇 부분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비논리적인 주장도 있었고, 깊이 있는 사고를 기반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기 보다 단순 경험에 의지해서 이걸 왜 모르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진행하는 듯 보인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저자는 분명 이러한 부분까지 알고 있음을 느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이 저자와 같이 고려할 것들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대단한 척 하는 저자들도 있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 저자의 생각 수준이 수준 낮음으로 판단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도 IT 프로젝트 하면 PMP 커리큘럼이나 CMMM 모델등을 먼저 떠올리는 IT 에서는 이런 책이 의미가 있다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경영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볼 만한 내용이 없었던 듯 싶다. 소규모냐 대규모냐에 따라 경영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와 같이 단위 종결성을 가진 것이냐 아니면 지속 가능해야 하느냐는 관점에서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IT 중간 관리자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보나 경영자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결국 이 책은 IT 프로젝트 관리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책이라고 본다. 그런데 어떠한 방법론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와 같이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원하는 바를 긁어준 책이라 많은 추천을 받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오래 갈 것 같은가?

이 책에서 보면 사무실 환경에 대해서 얘기한 부분이 꽤 많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우스웠다. 마치 듣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입바른 소리 하는 듯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 잘 하는 사람은 환경이 좋아야 일에 몰입을 하는가?

벤처들이 창고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에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었다. 즉 환경이 바뀐다 하더라도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일에 더욱 몰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닌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더 그들의 논리를 깨려면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다음이다.

사람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근무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자. 기쁜 마음에 더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한시적이나마 더 열심히 일할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나온 생산성에 대한 부분은 그런 한시적인 환경의 변화 이후에 측정한 결과치일 뿐이다. 그럼 그게 얼마나 오래 갈 것 같은가?

그런 환경도 익숙해져만 간다. 그게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것을 쾌락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표현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즉 환경이 바뀌고 든 생각이 평생 가지 않고 쉽게 적응해서 그 환경도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논리의 허점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단위 종결성을 가진 프로젝트라면 가능하다. 연결성이 없이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얘기는 누구나 한다. 다만 같은 얘기라도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얘기에 설득력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설득력 있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허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안 그런 책도 있지만) 그런데 저자가 그러한 허점을 알고서 하는 얘기를 느낄 때는 굳이 이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허점 자체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할 정도 수준이라 수준 낮다 판단한 것이다.


애플의 프로세스

예전에 지인이 애플에 방문해서 얘기해준 것이다. 애플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칠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부분을 진행하면서 메모나 완료된 사항을 칠판에 표기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그 칠판을 보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전체적인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더디게 일을 해서 전체적인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면 자신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책임감 때문에 속도를 내게 되고 전체적인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스스로 조율한다는 것이 이 프로세스의 장점이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나는 이 프로세스를 듣고 나서 장단점을 인지했지만 단점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를 않았다. 이유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기도 했지만 그 사실만 두고는 꼬투리 잡기식 얘기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사례들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일련된 주장 속에 사례가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파킨슨의 법칙 vs 피플웨어

길어서 이전에 별도로 포스팅을 해두었다. "파킨슨의 법칙 vs 피플웨어". 비판을 해도 좀 논리적으로 비판했으면 좋겠다. 수준 낮은 저자의 비판에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저자에게 최근에 내가 갖게 된 생각을 대변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생각하라고 하고 싶다.


Web 2.0 에서 말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Web 2.0 이 나오고 난 다음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내가 예전에 24살 때 사장이었을 때 인터뷰한 내용에 이렇게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소수보다는 다수에게 만족을 시키는..." 이게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가?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얘기들 뿐이다. IT 에서는 이러한 얘기들이 IT 현실에 비춰봤을 때 매우 달콤하고 수긍하게 만드는 것일 지는 몰라도 그것은 '경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 관리다'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나는 오히려 Web 2.0 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별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꼭 Web 2.0 이라는 것을 계기로 달라진 것이 아니다. Web 2.0 이라는 변화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이 중요하다.'


끝으로

사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몇몇 부분들이 내게 거부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싫었던 부분이 있어서 전체적인 평이 별로 좋지 못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에 허점은 생각치도 않고 자신이 얘기하는 바를 믿는 것을 보면서 저자가 I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사람인 것은 모르겠으나 생각의 깊이가 수준 낮다 판단한 것이다.

리뷰 마지막에 Web 2.0 얘기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IT 에서 IT 우물만을 놓고 경영을 논한다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재차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감성 코드로 접근해야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이성 코드로 접근하고 있는데 별로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IT 인들의 특성을 보면 배척이 심하다. 자기 논리를 앞세우고 오직 지식이 아닌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어 가고 IT 기술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IT 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이 추천되는 이유도 그것을 반증하는 예일 것이다. 즉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은 아마도 IT 종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IT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책이 되겠지만 분명 염두에 두어야할 부분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간만에 적는 리뷰를 비판적인 리뷰로 적어서 나 또한 씁쓸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서 씁쓸한 느낌 그대로 리뷰에 반영을 한 것이다. 이 책이 어느 누구에게나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비판한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보다 내가 더 수준 높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슨 책을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 책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 책을 1987년도 나왔을 때에 접했다면 또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이제 막 접하고 나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끝으로 책 하나 추천하겠다.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이 책을 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IT 에서 얘기하는 프로세스 맥락과 비교해서 보기 바란다.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IT 라고 해서 IT 관련 서적만 읽어서는 결코 남들 이상 되기 힘들다.

한계를 넘어서 [ 내 리뷰 ]
엘리 골드렛 지음, 이정숙 옮김, 함정근 감수/동양문고

프로젝트 관리에 TOC(Theory of Constraints, 제약이론)을 접목한 책이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려면 이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나 PMP, CMMM 보다 이게 나는 훨씬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