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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크라우드 소싱으로 실패한 위키리크스, 크라우드 소싱으로 성공한 우샤히디

원래 줄리안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구현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던 것. 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냐면 수천의 블로거들에게 자료를 보냈지만 대부분은 오려 붙이기(cut and paste) 수준이었고 글을 작성한 건 위키리크스와 기성 매체들 뿐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Crowd Sourcing: 크라우드 소싱


참 오랜만에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외부 자원으로 대중을 활용하는 크라우드 소싱. 비슷한 말로 협업 지성이니 집단 지성이란 말들이 있긴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다소 뜻의 차이가 있는 단어들이다. 어쨌든 난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용어들을 그닥 눈여겨 보지는 않는다. 왜냐면 대부분 그런 용어들의 탄생의 근저에는 낙관주의적이면서 세상을 이상향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꿰뚫고 현재의 지배적인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꿰뚫고 이들을 활용해야만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크라우드 소싱이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보다는 <위키노믹스>의 협업 지성(Collaborative Minds)이 더 의미있다고 본다. 그런데 세상은 참 웃기게도 항상 100%라는 건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렇다고 해서 사례를 찾아보면 아주 순수한 의미에서 크라우드 소싱이나 집단 지성 사례가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관심(Attention)이다. 관심없이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협업 지성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러한 관심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다. 바로 물질적인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가치를 부여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돈 벌지 말아야지. 자본주의에서 돈 없이 이루어지는 게 있던가?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버느냐와 어떻게 쓰느냐이지 돈을 버는 행위는 매우 당연한 거다. 어쨌든 위키리크스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실패했다. 그런데 위키리크스와 비슷하면서도 크라우드 소싱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서 언급한다.


우샤히디: Ushahidi


우샤히디란 말은 아프리카 남동부의 공통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증언'이란 뜻이다. 고발, 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와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우샤히디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샤히디가 뭐하는 사이트냐면 대중이 참여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종합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이트다.


우샤히디 플랫폼을 이용한 사례는 홈페이지에도 게시하고 있지만 나는 우샤히디 플랫폼에 대해서 한빛비즈의 <영월드라이징>이라는 책을 통해 봤다. <영월드라이징>은 크라우드 소싱에 대한 책이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부상하는 국가에 대한 얘기다. 이 책에서는 중국도 이미 늙었고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어쨌든 그래서 책 내용은 크라우드 소싱과는 무관하다는 애기. ^^;

Stop Stockouts
케냐, 우간다, 잠비아 등지의 의약품 전문점 또는 건강 관련 시설에서 재고가 떨어지지 않도록 실시간 추적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사용

Cuidemos el Voto Mashup
2009년 7월 5일, 멕시코에서 열렸던 연방선거의 감독 활동을 도운 독립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사용

Vote Report India
시민들이 주도해 2009년 인도 총선거를 감시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사용

The Computer Professionals' Union
필리핀의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단체로 휴대폰 회사들을 감시하는 'TXT Power' 계획에 사용

Unsung Peace Heroes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Butterfly Works and Media Focus on Africa' 재단이 시행하는 시민들이나 국가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한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한 목적의 캠페인에 이용

Swineflue.Ushahidi.com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자료를 통해 보고되는 신종플루 발생지를 추적하기 위해 우샤히디가 개설한 사이트

- 한빛비즈 <영월드라이징> p177


어찌보면 말로만 참여정부 외치지 말고 우리 정부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면 공무원 수도 줄이면서 괜찮게 돌아갈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못 사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이런 플랫폼을 구현했다니 아무리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고 IT 강국이라 떠들어도 그것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활용하지 못하는 게 좀 그렇다. 어쨌든 그럼 왜 우샤히디는 성공했고, 위키리크스는 실패했을까? 크라우드 소싱으로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말이다.


Wikileaks vs Ushahidi: 위키리크스와 우샤히디


위키리크스가 크라우드 소싱으로 성공하기 힘들었던 이유는(성공했으면 내가 이런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니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정보 공개에 대한 책임 소재공개된 정보의 신뢰성 여부 그리고 공개된 정보의 파급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는 관심이라는 요소가 충족된다 하더라도 생기는 문제니까 위에서 언급한 관심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오늘 장자연 리스트를 받았다. 인터넷에 공개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받았다. 그러면 이것을 공개해야 하나? 만약 공개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할 지라도 이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왜? 법은 강자 편이니까. ^^;


자. 이건 내가 최근에 낸 벌금이다. 지인을 도와주다가 벌금을 내게 되었는데 법으로 뭐가 어찌되었든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 도움을 줬을 뿐이다. 내가 법 위에 존재하고 법을 무시하고 날뛰는 건 아니지만 법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고 어떤 경우에는 옳은 일을 해도 법적으로는 책임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결국 옳은 일이라고 해도 때로는 자신이 감내해야할 부분이 생기는 법이다.

위 벌금 누가 냈을까? 내 지인이 대신 내줬을까? 아니다. 요구하지도 않았다. 내가 냈다. 보통 보면 인터넷 상에서 마인드 있는 식으로 옳은 얘기하는 이들 중에서 자기 돈 쓰면서 도와주는 그런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다. 그런 거는 뭐 어쩌니 저쩌니 말만 많을 뿐. 정말 마인드가 있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손해도 감수하면서 행동한다.

그런데 웃긴 거는 사람들은 말만 하는 사람을 마인드 있는 것처럼 여기고 나와 같이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마인드 있는 척 하는 사람을 비판하면 마인드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이런 세상이니 참 성공하기 쉽다. 마인드 있는 척 하면 되니까.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면서 그 사람이 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릴 줄 아는 눈을 가진 이가 얼마 안 되니 기득권들이 속여도 당하기만 하는 거다.

그래놓고 하는 소리는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그런 푸념. 그래서 그런가 부다 한다. 어차피 그네들한테 얘기해봤자 나만 비판당하니 조용히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움직일 뿐이다. 블로거 뿐만 아니라 유명한 이들 중에서 정말 아니다 싶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사람들은 단지 자신이 본 행동과 그 사람의 말만 믿는다. 순진하게 말이다.

어쨌든 이건 위키리크스의 정보에 비하면 약과가 아닐까? 우샤히디의 정보는 공개되어도 어느 누가 해가 되지 않는 정보다. 공개될수록 좋은 정보로 누가 봐도 공공의 이익이 될 만하고 어떤 과정 상에서 플랫폼이 활용된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정보들은 공개되면 기득권 세력이 손해가 되는 정보다. 아무리 줄리안 어산지가 총대를 메고 정보를 제공할테니 같이 떠들자고 해도 도움 줄 사람 몇 될까?

줄리안 어산지의 뜻이 아무리 위대하고 옳다 하더라도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러나 특종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기성 매체들에게는 매우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책임 소재가 문제시 된다 하더라도 그건 언론사의 입장이지 한 개인의 입장은 아니지 않은가?


크라우드 소싱이 되려면

<위키노믹스> 이후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기도 했고 실제로 나름 비즈니스에 접목해가면서 느낀 거지만 크라우드 소싱이 되려면 우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냥 사전적인 의미로 크라우드 소싱을 이해해서는 원만한 크라우드 소싱을 진행시키기 어렵다.

나는 크라우드 소싱이 원만히 되기 위해서는 몇몇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은 관심을 끌어야 한다. 관심을 끌어야 하는 이유충분한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왜냐면 대중에게 이건 일이 아니라 가볍게 도와주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럴려면 가볍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져야 한다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돈을 써서 크라우드 소싱에 다른 대중들과 같이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조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방식이 어찌되었든 간에 말이다. 자신의 여가 시간을 다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항상 이렇게 될 것이다는 판단만 믿고 일 진행할 순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런 경우에 고맙다는 의미에서 돈을 준다. 그 사람의 도움이 주는 액수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미덕이다. 그게 뒷돈과 같은 류가 될 수 있는 케이스라면 주지 않겠지만 말이다. 왜 그러냐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진행하기 위해서(그 목적이 궁극적으로 돈이든 명예든) 남을 희생시키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많이 봤었기에 그렇다.

나는 이를 또다른 형태의 사기로 본다. 조금은 난이도가 있는 사기 형태로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 중에는 이런 류의 일들이 꽤 많다. 그런데 그건 합법이고 비즈니스라고 한다. 내가 볼 때는 똑같은데.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나는 사회의 기준 같은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거다. 그래서 법도 나에게는 여러 사회적 기준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어쨌든 여러 모로 봤을 때 나는 위키리크스와 같은 경우는 크라우드 소싱이 되기 힘들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의 위키리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줄리안 어산지의 과거 경험들이 녹아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아무리 그 사람이 성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고 하더라도 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위키리크스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영월드 라이징
롭 살코위츠 지음, 황희창 옮김/한빛비즈

+ 집단지성과 협업지성 그리고 군중심리 등에 대한 더 읽을거리 → 집단지성? 협업지성? 군중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