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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나의 3,213번째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임순례 감독을 검색하다가 고른 작품이다. 쟁쟁한 배우들 꽤 나온다. <신세계>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황정민(황정민이 영화계 데뷔 이후 처음 맡은 주연작이다), <남영동 1985>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열연했던 박원상(박원상의 초기 작품 중에 하나다), 자기 형이 감독한 영화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주연으로 데뷔해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류승범(류승범의 두번째 주연 작품이다. 주연이지만 비중은 조금 작다는), <살인의 추억>으로 눈도장 찍은 박해일(박해일의 데뷔작이다) 등이 나온다. 2001년도 영화라 조금 년식이 된 게 느껴지긴 하지만 삶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달해주고 있는 작품. 개인 평점은 7점 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행복할까?

가끔씩 성공한 사람들의 강의나 자기계발 서적에서 보면 열정을 가져라. 꿈을 크게 그려라 따위의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 그거 없이는 안 되지. 맞아. 근데 말이다. 나는 그 따구 얘기를 정말 싫어하는 게 내가 볼 때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분위기 타는 그런 느낌이란 말이야. 누가 몰라? 물론 강의 스킬(가벼운 농으로 사람들 웃게 해주고)이나 자신의 인생 속의 단편을 예로 들어서 하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재미도 있고 감동적인 부분도 있는 건 사실이지. 그러나 그네들의 얘기는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적이지 못하다고 본다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먹히대? 이런 기교들만 차곡차곡 쌓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단 말이다.

그네들에게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il Paradox)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현실적인 얘기를 좋아한다. 강의들을 보면 항상 좋은 얘기만 해. 내가 볼 때는 듣기 좋은 얘기만 하는 거 같다니까. 그런 거 보다 차라리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영화 보면서 혼자서 생각해봐. 그게 더 낫다고 본다. 그냥 남의 생각을 쭈욱 따라가는 거 보면 나는 참 한심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 스스로 생각해봐야지. 스스로. 그걸 또 받아적고 있는 애들 보면 참. 꼭 공부 못 하는 것들이 필기는 열심히 하는 그런 느낌이더란 말이지. 암기하려고 적는 거냐? 듣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지. 그런 강의를 듣는다 해도 말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학창시절부터 음악이 좋아 밴드 활동에 미쳤던 아이들 중에 성장하면서 끝까지 밴드를 고수하던 이들의 얘기다. 그들도 하나 둘씩 생활고에 허덕여서 밴드를 떠나게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행복할까? 내 첫번째 질문이다. 나는 이런 얘기 나올 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20대 때는 뭘 해도 된다. 그러니 니가 하고 싶은 거 맘껏 해라. 후회 없도록. 그 떄는 뭔 얘기를 해도 자기 주장이 강할 때 아니겠냐고. 그러니 하고 싶은 거 하되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보라고 한다. 20대 떄 그래야 되는 거다. 20대 때. 30대가 되면 내가 뭘 잘 하는 지를 봐야지. 누군들 욕심이 없냐고. 내가 뭘 잘 하는지를 알아야 남들보다 앞서지. 최선을 다해도 빛을 발하는 거라고.

누울 자리 보고 누워야 된다. 근데 가끔씩 그런 자기계발 관련 강의들을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너머 지나친 낙관주의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거든. 근데 말이지. 이게 왜 먹힐까? 세상을 살다보면 참 재미난 일이 많지. 운 좋게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거든. 시기를 잘 타서 그럴 수도 있고 말이지. 그래서 인생은 재미난 거여. 미래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냐고. 그런 사례들도 있지만 나는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본다. 꼭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헛되이 보내기 싫으면 말이다. 디립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판을 볼 줄 알고 더 멀리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 하는겨.

소주 잔을 기울이며, 친구가 주인공 성우에게 건넨 말이 떠오른다. "너 행복하니? 우리 중에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 밖에 없어" 과연 주인공 성우는 행복할까? 그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봐라. 먹먹해질 거이다.


어렸을 적 같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

최근에 나는 옛날 친구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 말이다. 어떤 이해관계가 없이 그냥 친구 아이가 라는 그 말 하나로 당시의 많은 추억들을 공유한 친구들 말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친구는 그런 게 아니긴 하지만.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런 친구들 만나면 나도 엄청 까분다. 예전에는 참 친구들 많이 웃겼었거든. 지금까지 나를 아는 이들이라도 그런 나의 모습은 본 적이 없을 거다. 아마도 한 번도 그런 모습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말 그대로 나는 웃긴 녀석이거든. ㅋㅋ 그렇게 망가지면서 논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마냥. 그건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녀석은 싸움을 잘 했고, 어떤 녀석은 여자를 참 많이 밝혔다. 그래도 지금 보면 다들 제 갈 길 찾아서 잘 살고 있다.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하는 일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도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저 녀석은 이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한 그 모습대로 살고 있는 애들이 별로 없다. 희한한 게 공부 잘 하던 녀석들은 대부분 생각한 모습 그대로다. 이과에서 공부 잘 하던 녀석들은 의사가 되어 있고 말이지. 그런 애들이 오히려 더 인간미 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다. 사회에서 대우 좀 받는다 이거지. 돈 좀 있다 이거지. 뒤지게 맞을라고. 콱 그냥.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런 거 없거든. 그러다 진짜 뒤지게 맞지. 어디서 고등학교 때 말도 못 붙이던 것들이.

그런 녀석들이 보면 어디서 어줍잖은 거만 배워가지고 술값 낼 때는 더치 페이 하자고 하거든. 확 그냥 졸라 패야돼. 돈이 많은 티를 내면 돈을 쓰던가. 병신 새끼들. 그것도 아니면서 그러는 거는 용납이 안 되는겨. 있는 사람이 내는 거지 뭐. 그런 거 따지나. 앙? 그렇게 따지면 술값 100만원 나왔어도 누군 술을 많이 먹었고, 누군 적게 먹었으니 먹은 만큼 내야지? 엉? 아니 누군 또 안주를 많이 먹었다 그러면 안주도 그렇게 먹은 만큼 내야지? 엉? 세상 그렇게 사는 거 아니거든. 그냥 있는 사람이 내는 거지 뭐. 비록 나는 술을 못 하긴 하지만 그렇게 어렸을 적 친구들 만나면 좋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어도 밤새도록 아무 것도 아닌 거에 웃고 떠들고.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서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다. 아직도 인맥이니 연줄이니 중요하다 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 받는 데에 급급한 사람들 많더라. 특히나 영업자들. 근데 걔네들은 절대 소개를 안 시켜줘. 지 인맥이라고. 내가 상종하기 싫어하는 양아치 한 마리가 그런 이들 중에서 가장 극강이다. 지는 소개 받으려고만 하고 남은 소개 안 시켜준다. 왜? 지가 다 핸들링 해야 하거든. 그래야 거기서 돈이 나오거든. 근데 나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새로운 사람보다는 예전에 알던 사람들 더 챙기게 되더라고. 이해관계에서 챙기는 게 아니라 순수한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옛 친구들을 종종 보곤 하지만 먹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그리 자주 못 만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주에도 초등학교 동창 가시내 보기로 했고, 주말에는 거의 이십년 넘게 못 봤던 친구(어렸을 적에 정말 친했는데) 보기로 했네.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 ㅋㅋ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 얘기는 하나 안 하고 순전히 내 얘기만 한 거 같은데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들 그리고 추억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인생이라는 거에 대해서 돌아보게끔 된다. 과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게 되고 말이다. 그래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밴드 이야기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라고 한 거다.


예고편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박해일의 어렸을 적 모습이 나온다. 외형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앳되어 보이는 모습이 귀엽다. ㅋㅋ 나보다는 한살 어린데. ^^; 그리고 류승범은 정말이지 이런 역 너무 잘 어울려~ 촐싹 대는 양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