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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인투 더 와일드: 안타깝

 

#0
내 4,060번째 영화. 영화는 아주 간만에 보네. 요즈음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잠도 많이 못 자고 있는 편인데, 이렇게 영화 한 편 보는 여유를 부리다니. 잔잔한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선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류의 영화가 땡길 때가 있잖아? 그래서 개인 평점은 후하게 8점 준다.

 

#1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환데, 나는 실화를 알고서 본 거였다. 어떤 뉴스에서 영화에도 등장하는 주인공이 기거하던 버스를 미군이 철거하는 걸 다루면서 알게 되어서 영화가 있다길래 찾아본 거였다. 궁금해서. 뭐가? 왜 그랬을까?는 생각에.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조차 모르고 봤는데, 보니까 그래도 낯익은 배우 몇 나오긴 하더라. 그 중에 가장 유명한 배우가 크리스틴 스튜어트. 잠깐 나온다.

 

그리고 이 영화 감독이 숀 펜이다. 괜찮네. 배우가 감독하면서 괜찮은 영화 만들면 이상하게 나는 그 배우 선호도가 올라가더라고. 여튼 영화 보는 내내 그 생각으로 봤는데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 어떠한 사실(fact)나 상태(status)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그러한 사실이 일어나고, 그러한 상태가 되기 위한 과정을 알아야 이해가 되는 거지.

 

#2
부유한 가정, 똑똑한 아이. 그가 왜 세상을 등지고 야생으로 들어갔는지. 그리고 자연에 갇혀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내가 알고 있었던 사실만으로는 이해가 안 되었었지. 가정 불화가 계기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던 게 아냐. 아니 야생에서 왜 아사로 죽게 되었냐는 게 이해가 안 되었던 거지. 그럴려고 야생으로 갔나 싶은 생각에. 근데 영화 보니까 실제 주인공도 그럴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본의 아니게 그랬던 거였다. 그러니 안타까운 거지. 매력 있는 人이던데.

 

#3

왜 그럼 야생으로 가려고 했을까? 영화 속에서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물질 만능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도 다분했던 거 같다. 표면적으로는 가정 불화로 인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가정 불화의 원인이 결국 아버지 사업이 잘 되고 바람을 피우면서 부모님들 싸움이 잦고 그런 환경 속에서 커오면서 그 원인이 결국 돈 때문이라는 연결 고리가 형성되잖아?

 

그래서 모아둔 돈 다 기부하고, 차도 알래스카 가는 길에 버리고, 차 버리면서 갖고 있던 돈까지 태운다. 근데 그건 왜 태웠을까? 나중에 돈 없어서 아르바이트도 하던데. 그건 좀 이해가 안 되더라. 

 

#4

지식을 많이 쌓다 보면 좀 그렇게 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지식을 쌓는다고 해서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기에 성향적인 부분도 다분히 있겠지만 나는 실제 주인공의 그런 면을 조금은 공감하기도 하는 축에 속한다. 내가 하는 일도 자본주의에서는 나오기 힘든 인본주의 모델이라고 하는 이유도 그렇고. 그러나 그걸 이해 못하는 애들 많더라. 그냥 내가 날선 비판하고 그러면 쟤 왜 저러나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진 단순 세포들도 꽤 많더라고. 게다가 합리 이런 거 개나줘 나는 싸면 오케이 이런 애들도 있고.

 

요즈음 세상은 사람들을 단순 세포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뭐랄까. TV를 바보 상자라고 일컫던 거와 맥락이 비슷하다 할까? 어떤 이해나 그런 걸 기반으로 하지 않다 보니 정보도 걸러 듣게 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러니 관심 끌어당기게 하고 눈탱이 씌우는 업자들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거다. 어찌보면 업자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나는 소비자들이 그러니까 그러는 경향도 다분히 있다고 봐. 그래서 유어오운핏에는 인텔리들이 많은 편인데, 저렴하다 보니 그거 때문에 오는 애들이 가끔씩 있거든?

 

그런 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책정한 가격이 아닌데 말이지. 나름 합리적으로 책정한 가격이긴 하지만, 그런 애들한테는 이런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 다른 데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서 다른 애들 눈탱이 치는 거보다는 적게 눈탱이 치는 식으로 해줘야 한다고 보거든. 내가 지난 달에 인터뷰하면서도 기자가 나한테 했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어떤 때에 가장 보람을 느끼나?"라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줄 때"라고 했거든. 우리 꺼 많이 사준다거나 비싼 거 사줘서라는 얘기 안 했다고. 기다림 없이 바로 대답했던 건데.

 

그러니까 그런 류의 공감대가 형성 안 된 이들에게는 굳이 내가 잘 해주고 싶지가 않아. 니네들이 뭔 생각을 하든 난 싸면 오케이 식의 마인드라면 나는 사든 말든 나는 이 가격이니까 알아서 해 하고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저렴하게 해주고 그런 이들에게는 다른 데보다는 저렴하게 해주지만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단 얘기지. 차등을 두고 싶단 얘기. 그래서 이런 부분은 내가 정책적으로 반영할 생각이다. 이번 주에. 기존에는 정책을 누구에게는 적용하고 안 하고 할 순 없으니 그냥 내버려뒀던 건데, 생각했지. 그런 거 내가 엄청 싫어해서.

 

적다 보니 삼천포로 빠졌는데,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결국 인문학 즉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도서로 귀결되게 되어 있다. 해봐. 독서. 다독하는 애들 중에 뭔가 아는 데에만 집중하는 이들은 그렇진 않지. 여튼 그래서 나도 20대 때 철학서 접하고 깨달음을 얻고 그런 건 아니라 할 지라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지. 물론 원래부터 생각은 많았어.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고. 그래서 아는 애들은 알지. 내가 혼자서 생각하고 있으면 안 건드려. 

 

#4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독서를 좋아했던 그. 일반적으로 부유한 가정이라면 쉽게 선택하기 힘든 길을 선택한 그. 그래서 안타까운 거다. 다만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면, 아무리 가정 불화가 있다 할지라도 가족을 등지고 그렇게 했다는 점.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인데. 어떤 경우에라도 내 편이 될 수 있는 건 가족 밖에 없던데.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 그 때 죽지 않고 계속 삶을 영위했었다면 언젠가는 느꼈을 거라고 보는데.

 

#5
좀 더 정보를 갖고 갔더라면 충분히 살아올 수 있었을텐데, 너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알래스카에 들어간 게 문제였던 걸로 안다. 비록 강을 건널 수는 없지만 좀 고생해서 반대편으로 가면 인적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지도도 없이, 강물이 불어나는 시기가 언젠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갔던 게 결국 그런 결과를 낳았으니 참. 

 

#6
한 가지 부러웠던 건, 히치 하이킹을 하면서 베낭 여행 아닌 베낭 여행을 했던 거다. 여행이라는 게 꼭 돈이 많아야 하는 건 아니거든. 내 젊은 시절에는 사실 해외 여행이 그리 일반적이지 않았고, 나는 대학교 때부터 사업을 준비하느라 일에만 몰두했던 터라 그럴 시간도 없었지. 요즈음 젊은 친구들은 그런 게 익숙하잖아? 그러나 실제 주인공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 쉬울 거 같지는 않은데, 그 당시의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어떠했는지 내가 알 지 못하니 뭐라 말은 못하겠다만, 그냥 단순 비교하자면 그런 게 부러웠다는 게지.

 

살면서 후회는 아니지만 아쉽다는 부분이 있다면 좀 더 젊은 시기에 베낭 여행과 같이 돈 별로 없어도 패기와 열정으로 세계 여행하지 못했다는 거. 내 어렸을 때야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만, 나이 들면서 점점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나는 외국 나가도 화려한 곳, 관광지, 명소 이런 거 보다는 뒷골목,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 그런 거 보는 게 좋던데. 그러나 나이 들어서라도 해보고 싶다. 

 

근데 나이 들어서 하면 육체적인 부분 때문에라도 베낭 여행하기 쉽지도 않거니와, 나이 먹고서 어울리지도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게스트 하우스 한 번도 이용 안 해봐서 중국 상해 갔을 때 게스트 하우스 한 번 갔었는데, 대부분 나보다는 나이가 어리더라. 내 또래는 글쎄 본 적이 없는 거 같긴 하다만. 그래도 한국인은 외국인들에 비해서 젊어 보이다보니, 그 때 게하에서 만난 캐나다 20대 초반 애들이 나를 20대 후반으로 보더라. ㅎ 30대 초라 했다. 또래들이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이 들어서 그런지 여러 명 같이 투숙하고 그런 거 체질상 안 맞더라. 당시에는 감기 걸린 사람이 있어서 나도 옮는 거 같길래 안 되겠다 해서 며칠 예약해뒀다가 하룻밤만 자고 취소했던 거였지만.

 

여튼 영화 보면서 좀 젊었을 때 나도 저런 경험해봤었으면 하는 생각 많이 들기도 했었네.

 

#7

Happiness only real when shared

행복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실존한다

 

주인공이 죽기 전에 남긴 글이다. 홀로 죽어서 정말 이거 적고 나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에선 그렇다. 이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걸 죽기 전에 이해하면 어쩌냐고.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다워진다는 말은 나도 참 많이 했던 말이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싸우기도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 홀로 야생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적은 이 말. 각박하게 살며,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우리 현대인들이 영화 보면서 한 번 즈음 생각해봤으면 한다.

 

덧. 마지막 엔딩 장면에 나오는 배경음은 너무 장면과 언밸런스한데? 사람이 죽었는데 배경음은 경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