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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만 봤을 때는 볼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뻔한 스토리겠거니 했다. 이런 류의 영화가 기존에 없었던 게 아니잖아. 그리고 보면 다 뻔하잖아. 처음에 나왔을 때나 신선했지. 여튼 그런 느낌이라서 별로 땡기지는 않았고, 요즈음 내가 영화를 거의 안 보다 보니 뭐 이런 게 나왔는갑다 했었는데, 추석 때라 영화나 보자 해서 뭘 볼까 하다가 선택했다. 보다가 별로인 거 같으면 안 보면 되니까. 예전에는 별로라도 끝까지는 봤는데(나도 이런 부분에서는 결벽증이 있었던 지라) 나이 들어서는 시간 아까워서 안 본다. 여튼 그렇게 봤는데 한달음에 다 봤다.
#1
<오징어 게임>이 좀 뻔한 스토리와는 다르게 느껴졌던 건, 단순히 인간 본성을 극단적으로 적나라하게만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니어서다. 각 캐릭터들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사연 그리고 그런 이들이 맺게 된 관계가 스토리로 잘 엮여 있다는 얘기. 영화 보다 보면 이런 경우들 있다.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 이렇게 하면 되지? 왜 저렇게 한대? 이런 생각이 들면 그만큼 개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영화적 재미가 뚝 떨어지기 마련인데, <오징어 게임>은 그런 걸 스토리로 잘 풀어냈다.
그게 기존 장편 영화는 러닝 타임의 압박 때문에 또는 끽 해봐야 3부작이다 보니 그런 걸 풀어낼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이다 보니 충분히 스토리를 풀어낼 시간이 있어서 그렇다고 봐야겠지? 또한 이런 기본 틀은 기존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평점은 그리 높게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 납득이 되는 건 아니다. 상금의 규모를 생각하면 좀 과하지 않나 싶다. 그 정도 상금을 주고, 시설비에 운영비 등을 생각하면 아무리 돈이 많은 이들이 재미로 한다고 해도 납득이 안 가는 상금의 규모라, 영화적 개연성이 떨어진다.
#2
이런 류의 영화를 재밌게 본다면 이런 류의 시초격이라 할 수 있는 일본 만화 한 편 소개한다. <카이지>다. 물론 완결까지 다 본 건 아니지만 처음에 보고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냈지 하는 생각에 참 재밌게 봤던 만화다. 물론 영화화 되기도 했지만 영화는 비추. 주인공도 맘에 안 들고. 만화가 더 낫다고 본다. 다만 계속 팔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스토리를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 보긴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보는 건 추천.
#3
9부작 다 보고 나면 알겠지만 이거 시즌 2 염두에 두고 제작한 거 같다. 보통 미드 같은 경우가 5편 정도 제작하고 반응 보고 이후에 얼마나 더 제작할 지 등을 결정하는 것처럼 이 또한 여운을 남겨두고 반응 보고 더 제작할 지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던 듯 싶다. 아마 시즌 2 나올 듯 한데, 만약에 나오게 된다면 시즌 2 부터는 기존 틀을 완전히 벗어난 스토리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은 그냥 베끼기와 창작 중간물 정도 밖에 안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