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무상>은 중학교 다닐 때 친구가 추천해줘서 본 영화인데, 너무 재밌게 봐서 이후로 홍콩 영화에 심취하게 된 영화다. <지존무상>은 주연이 둘이다. 알란 탐과 유덕화. 근데 메인은 알란 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덕화가 더 빛났던 캐릭이었다. 바이크를 타고 멋을 부려도 알란 탐은 별로 안 멋짐. 알란 탐은 그냥 곱상한 캐릭을 맡는 게 어울리.
도박
<지존무상>이 홍콩 도박 영화의 시초격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에 도박 영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당시 도박 영화로 흥행했던 <도신>도 1989년작이라 뭐가 먼저 개봉했는지 기억이 잘. 여튼 홍콩 영화는 흐름이 있었는데, 쌍권총 시대를 지나 카드 도박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 이후에는 무협물로 넘어갔더랬다. 참 재밌는 건 여기에 로맨스는 없다. 로맨스는 남자의 의리, 우정을 위한 사이드 디쉬 같은 느낌? 이렇게 남자 향이 강한 영화들을 보고 자랐으니 우리가 곧 죽어도 가오라는 시대를 산 게 아닐까?
명장면
독이 든 두 잔과 독이 들지 않은 한 잔 중에 하나를 택해서 마셔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상대의 눈을 속이기 위해 유덕화는 야바위로 술 잔을 섞고 그 중에 하나를 마신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의 여친을 데리고 나가는데, 독이 든 잔을 마셨다는. 이 때도 쌍코피 흘리더라. 사실 이 장면 때문에 주연 알란 탐보다 유덕화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하는 거거든. 친구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건 거. 크. 그기 쉽나? 니라면 그랄 수 있나? 아무리 친해도 글치. 이런 홍콩 영화의 내용 때문에 남자 아이가~ 이리 되는 거거든.
관지림
<천장지구>와 마찬가지로 <지존무상>에서도 여주는 내 스타일이 아님. 그래도 <지존무상>에서는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괜찮은 배우 한 명 등장한다. 바로 큰 눈의 소유자, 관지림. 지금은 나이 들어서 좀 그렇긴 하다만, 리즈 시절에는 이목구비가 좀 남달랐다.
지존계상
<지존무상>의 흥행에 힘입어 2편인 <지존계상>이 나온다. 그러나 이거 사실은 2편이 아니다. 당시 홍콩 영화가 국내 수입되어 배포될 때, 전에 흥행했던 영화의 속편인 것 마냥 제목을 바꾸는 경우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영화 족보가 꼬이기도 했다는. <지존계상>은 2편을 가장한 다른 영화고 <지존무상 2>가 속편이다. 그러나 <지존계상>도 그렇고 <지존무상 2>도 그렇고 다 별로. <지존무상 2>는 포스터만 멋있다는. 그나마 <지존계상>에서는 이가흔이라는 여배우가 등장하지만, <지존무상 2>에서는 <천장지구>의 여주인공 오천련이 또 나와.
홍콩 영화 족보를 꼬이게 해도 속이기 쉬웠던 게 당시 홍콩 영화 나오던 배우들만 나오다 보니 배우가 같으면 속편으로 속이기도 쉬운 경우가 많았거든. 참고로 이 즈음에 유덕화가 찍은 영화 편수를 보면 1988년 11편, 1989년 16편, 1990년 14편. 이러다 보니 누가 떴다 하면 그 배우의 전작들을 뒤져서 마치 신작인 것처럼 출시되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네.